장사 일기: 사장 비위 맞추기

by 신성규

나는 손님 비위 맞추는 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손님이 원하는 걸 재빨리 눈치채고 그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서비스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기분을 살피고, 작은 배려를 통해 만족도를 높이는 일은 오히려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장 비위 맞추기는 도무지 자신이 없다.


특히 술집이나 호프집 같은 곳은 더욱 그렇다. 거긴 사장이 곧 공간의 주인이고, 그 사람의 스타일과 기분이 모든 걸 좌우한다. 하루하루가 사장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걸 견디는 게 어렵다. 술집 사장들은 뭔가 예술가 같은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고, 자기만의 방식이 있고, 손님을 대하는 철학이 있다. 가끔은 분위기를 띄우려고 농담을 던지는데, 그 농담의 강도를 맞춰야 한다. 혹은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그걸 살릴 책임도 직원에게 돌아온다.


사람의 눈치를 보는 일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다. 사장의 기분을 맞추는 일은, 마치 내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는 기분이다. 사장의 표정이 변하면, 내 하루의 기분도 따라 바뀐다. 그게 싫다.


호프집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하고, 면접도 보고, 잠깐 일도 해봤다. 하지만 손님보다 사장이 더 무서웠다. 사장의 세계에 내가 녹아들지 못하면 직원으로서 실패한 기분이 든다. 나는 아직도 왜 술집 사장들이 그렇게 예술가 같다고 느껴지는지 생각해본다. 아마도 그 공간이 그들의 무대이기 때문일 거다.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는 주인공 같은 느낌. 그리고 직원들은 그 연극의 스태프이자 조연 같은 존재. 나는 그 역할이 나랑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사람을 대하는 건 중요하다. 손님에게도, 상사에게도. 하지만 나는 적어도 손님은 서비스의 상대로서 공정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손님은 잠깐 머물다 가는 손님이니까. 하지만 사장은 내 일터의 주인이고, 하루 종일 붙어서 살아야 한다. 나는 누군가의 기분에 휘둘리는 대신, 조금 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술집이나 호프집 쪽으로는 선뜻 발길이 가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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