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유행에 민감하다. 새로운 음식, 패션, 휴대폰, 유행어—어떤 것이든 금세 번지고, 어느새 당연한 듯 자리 잡는다. 빠르게 움직이는 이 트렌드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퍼져나간다.
이런 유행은 겉으로 보기엔 활력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 보인다. 하지만 개인의 아이덴티티 관점에서 보면, 그 빠름이 오히려 독이 된다. “개성”이라는 단어는 스스로의 색깔을 의미하지만, 유행에 뒤섞인 개인은 색을 잃어간다. 모두가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같은 드라마를 보고, 같은 주제를 이야기한다. 그 결과, 내 안에 있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이건 단순히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마케팅 시장이 크다는 건, 그만큼 미디어와 광고가 사람들의 정체성을 사로잡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광고가 말하는 “최신”을 좇으며, 미디어가 만들어준 트렌드를 소비하며, 유행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나 자신은 어디쯤에 있을까.
트렌드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힘도 있지만, 동시에 똑같은 모양의 얼굴을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요즘 더더욱 내 안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애쓴다. 모두가 같은 옷을 입을 때, 나는 어떤 색을 입고 싶을까. 모두가 같은 말을 할 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개성은 유행과 싸우는 고독한 싸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싸움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