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국적을 잃은 날

by 신성규


오늘도 길을 걷다 보면 어김없이 말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도를 아십니까?” 그들은 늘 같은 방식으로 다가와 내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나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한국말 할 줄 아세요?”


순간 당황스러웠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국말로 생각하고, 한국말로 말하며 살아왔다. 내가 한국어를 할 줄 아는지 묻는 그 질문은 내 정체성에 대한 묘한 어긋남을 만들어냈다. 나는 누구로 보였던 것일까?


길을 걷는 동안 내가 입고 있던 옷, 머리 모양, 내 표정이나 걸음걸이—그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한국인이 아닌 무언가로 읽혔나 보다. 아마도 나의 스타일이 조금 낯설었을까? 혹은 내 표정이 그들이 익숙하게 보던 한국인의 모습과 달랐을까?


그들은 나를 어느 국적으로 보았을까. 중국인? 일본인? 동남아의 누군가? 아니면 그저 “외국인”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진 타자였을까.


내가 낯선 이로 읽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서글펐다. 하지만 동시에 흥미롭기도 했다. 사람들은 늘 상대를 통해 세계를 읽는다. 나 또한 그들 앞에서 하나의 “타자”로, “외부인”으로, “낯선 존재”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누구로 보였을까? 그들의 세계에서 나는 어느 국적의 사람으로 읽혔을까? 그리고 나는 나로서 충분했을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작은 해프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작은 질문이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나를 누구로 보는가, 그들의 시선이 묻는다. 그리고 나는 그 질문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읽히고 싶은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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