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죄책감

by 신성규

저번 주, 서울의 한 지하철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섰다. 바닥에 앉아 있던 어린 여자아이와 그 옆에 있던 친구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녀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옷차림도 거칠었다. 누군가의 집을 떠나 온 것 같았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그녀의 표정은 희망보다는 상실과 슬픔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그녀를 도와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솟아났다. 그러나 나는 말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다. ‘괜히 나서서 이상한 사람 취급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결국 나는 그 자리를 떠났고, 그녀를 뒤로 한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눈빛은 내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그녀가 느꼈을 절망과, 세상에 대한 실망이 전해져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 무게는 죄책감이 되어 내 밤잠을 앗아갔다. ‘내가 왜 도움을 주지 못했을까?’ ‘내가 왜 그녀의 고통을 외면했을까?’ 수없이 스스로를 자책했다.


우리는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들을 ‘타인’으로 간주한다.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로, 나와는 무관한 존재로 여기곤 한다. 그렇기에 그들이 느끼는 고통에 무심해지고, 측은지심은 점점 희미해진다.


하지만 그 여자아이는 다르다. 그녀는 분명 간절히 도움을 원했다. 나는 그 절박함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괴롭힌다. 내 상상력은 그녀의 고통을 재현하며, 나를 조용히 무너뜨린다. 그녀의 슬픔이 내 안에 깊이 새겨져, 마음 한 켠에서 떠나지 않는다.


내 죄책감은 단순한 후회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공감’의 무게이며, 나 자신과 타인 사이에 놓인 간극을 깨닫는 고통이다. 그리고 이 고통은 나에게 묻는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오늘도 그 거리 위의 그녀를 떠올린다. 그 장면이 생생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지나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몰려온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음번엔 주저하지 않겠다고, 그 작은 영혼의 손을 잡아주겠다고. 비록 세상은 여전히 무심할지라도, 나부터 그 작은 빛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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