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유리 감옥

by 신성규

그는 언제나 정답을 말했다.

회사에서, 가족 앞에서, 연인과 대화할 때도.

예의 바른 문장, 평범한 감정, 절제된 침묵.

그의 말투와 표정은 어긋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늘 피곤했다.

아무도 그를 가두지 않았지만, 그는 늘 갇혀 있었다.


그는 가끔 생각했다.

“나는 왜 나를 감시하고 있을까?”

“왜 입 밖으로 나오는 문장마다, 검열 필터를 통과한 느낌일까?”


어느 날, 우연히 철학 수업 하나를 들었다.

아주 오래된 책, 아주 낯선 문장.

“네 자신을 알라.”

“도덕은 군중의 이름으로 덧씌워진 습관이다.”

“진리는 기성의 언어가 감히 담아내지 못한다.”


그는 처음엔 불편했다.

질문이 질문을 낳고, 정답은 사라졌다.

세상은 흔들리고, 자기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그 불편함에서 숨이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비로소 처음으로 숨을 쉬는 느낌이었다.


며칠 후, 그는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침묵을 깼다.

“사람들이 모두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조용하네요. 무슨 약속이라도 한 걸까요?”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누군가 웃었고, 다른 누군가는 말문이 트였다.


그날, 그는 자기 말로 세상에 작은 균열을 냈다.

그 균열이 깨지지 않을 유리 감옥에 금을 그었다.


조금씩 그는 바뀌기 시작했다.

틀릴 수도 있는 말을 했다.

어색한 침묵을 참았고,

자기 생각이 꼭 옳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놀랍게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다채로워졌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풍성해졌고, 자기 목소리는 또렷해졌다.


그는 깨달았다.

감옥은 쇠창살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라는 환상이었음을.

철학은 그 감옥의 문을 여는 마법 같은 질문들이었음을.


어느 날, 그는 창문을 열었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한때는 감옥이었던 그 얼굴이.

지금은 자유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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