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아하는 게 뭘까?'생각해 보면 떠오르는 것은 돈 그리고 주거지(부동산)이다.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주거지마다 가지는 특색에 대해 아는 것이 재밌다. 돈 없어서 힘들어하는 사람, 돈 때문에 고생했던 과거가 있는 사람, 주거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는 편이다.
왜 그럴까. 살아온 환경 때문인 것 같다. 아빠, 엄마, 나 셋은 단칸방에서 살았다. 그래도부모님은 자식을 위해 한쪽 벽에 커튼을 치고 나에게만 침대를 쓰게 해 주셨다. 그곳은 내 생에 첫 나만의 공간이었다.
살던 집
바로 옆 친구네집
우리 집은 가난했다. 어느 정도냐면, 일회용 기저귀를 살 돈이 없어서 면 기저귀를 썼다. 면 기저귀를 써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탁기도 없었고 온수는 안 나와서 엄마는 손으로 기저귀를 빨았다. 하필 12월에 태어난 아들을 위해 한겨울찬물 빨래를 해야만 했다. 엄마는 그때의 고생이 아직 마음속 응어리로 있으신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시장에서 옷 만드는 일을 하셨다. 정말 열심히 하셨다. 그러다 운 때가 잘 맞아서 집안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부모님은 저녁마다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지폐와 현금을 정리했다. 어린 나에게는 100원짜리, 500원짜리 동전을 10개씩 쌓는 임무를 주셨다. 이때쯤 10살 터울 남동생도 축복처럼 찾아왔다.
몇 년을 열심히 일해서 모으신 돈으로 부모님은 제일 먼저 집을 샀다. 아빠가 살고 싶어 하시던 동네에 18평 아파트로 이사했다(정확히는 아파텔). 이사하고 행복해하던 부모님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부모님은 가족과 친구들을 자주 초대해서 우리의 보금자리를 보여주셨다. 동생 돌잔치도 집 안에서 할 정도였다.
내 삶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사는 곳이 좋아지자 사귀는 친구들은 온순해졌고 안 하던 공부도 조금 하게 됐다. 치고받고 싸우는 일도 없어졌고조금씩 얌전해졌다. 친구들 데려와 우리 집에서 노는 날도 많았다. 원룸에 살 땐 주로 길거리에서 놀았었다.
소득에 따라 사는 곳이 달라지고 사는 곳에 따라 삶에 변화가 생긴다. 삶은 돈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거주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