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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춘열 Mar 13. 2019

건강하게 오래 살자! 단 노후자금은 챙기고...

며칠 전, 직장 동료의 부친상에 다녀왔다. 동갑내기로 매일 등을 맞대고 일하는 친구다. 아버님은 10여 년 동안 여러 가지 병으로 고생하시다 숨을 거두고 마셨다. 평소에도 아버지의 긴 투병에 대해 자식으로 고됨을 토로하였던 터라, 상심과 함께 드디어 돌아가셨다는 안도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함께 문상을 온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술 좋아하고 각종 영양제와 건강보조식품을 달고 사는 2살 위의 넉넉한 몸과 미소를 지닌 A는 8살에 어머님이 뺑소니 사고로 돌아가셨던 얘기를 꺼냈다. 결국, 뺑소니범은 잡지 못했고 어머님 몸 위로 지나간 바퀴 자국이 퍼렇게 멍으로 남은 사진을 아직도 기억한단다. 술‧담배를 끔찍이도 사랑하셨던 아버지는 대학생 때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의 말년의 모습을 보며 건강을 챙기게 되었다고 한다.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키는 머리 하나가 더 큰 B는 어머니가 5살에 돌아가셔 얼굴이나 추억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사진과 친척들의 이야기로만 기억한다고 한다. 아버지는 고등학생 때 돌아가셨는데 정작 눈물 한 방울이 나지 않더란다. 그런데 결혼하고 얘 낳고 나서는 가끔 꿈에 나타나시고는 하는데, 자다 깨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곤 한단다.


ⓒpixabay



장례식장에서 남겨진 자식들의 얘기를 듣고는 부모님과 내가 죽고 나면 남겨질 아이들이 떠올랐다. 일흔이 넘은 아버지는 아직도 일을 하신다. 집 근처의 청소년 수련원에서 시설 점검을 하시는데, 작년까지만 일 하시겠다고 하시고는 또 올해까지만 하시겠단다. 어머니도 아버지가 여전히 일 하시는 걸 안타까워하면서도, "그거라도 있으니 손주들 오면 용돈도 주고 자식들한테 손 벌리지 않고 살림을 유지하지"라고 하신다. 버는 것 뻔한 월급쟁이 입장에서 특별히 부모님께 보탬을 드리지도 못하니 자식 된 도리를 못하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 아이들 잘 키우고 무탈하게 사는 게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라 자위한다. 


나이 들어 자식들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노후자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다행히 십 수년 전, 종신보험도 들었고, 연금보험도 열심히 붓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좀 커 다른 곳에 나갈 돈이 생기니, 고정비용을 좀 줄여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어제 사무실을 방문한 종신보험 LP(Life Planner)에게"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보험 수령액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면 보험금이 그리 큰 필요가 없으니 납입액을 점점 낮추면 어때요?"라고 질문을 했다. 


순순히 넘어갈 일 없는 LP는 "100세 시대에 모두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면 좋겠지만, 평균 수명이 늘면서 노년에 병원비로 들어가는 비용과 요양원과 간병비용 등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라며 분위기를 잡았다. 젊을 때는 앞으로 많은 인생을 살아야 할 아이들을 위한 자금이었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본인의 위급상황과 편안한 노년을 위한 비상금이 된다고 말이다. 차라리 높은 간 수치를 줄여 할인을 받으라는 얘기를 덧 붙였다. 


여하튼, 무조건 오래 사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닌 듯싶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 아프지 않고 싶다고 그럴 수 없으니 가족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겠다. 문득 수첩에 적어두었던 문장이 생각났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 영화 편론가 이동진이 ≪ 밤은 책이다≫(이동진, 예담, 2011)에서 한 말이다. 거창한 목표가 아닌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의 결과가 인생이 되는 것이라는 좋은 뜻의 말이어서 자주 볼 수 있도록 수첩 앞에 적어 놓은 말이다. 그 밑에 한 줄 더 적었다. 


"노후자금은 꼭! 챙겨두자" 물론 우리네 인생이 계획대로만 될 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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