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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 Aug 19. 2020

19살에 300만 원 들고 캐나다로 왔다 #12

그리고 이민에 성공했다


#12 마이크


조별과제가 정해졌다. 끼어들기 힘들어도 내 역할은 해야 하기에 나름 열심히 했다. 나름 다행(?)인 것은 여기저기서 선택받지 못한 친구들로 이뤄진 조라서 다들 소극적인 편이었고, 내가 좀 더 참여하기 수월했다. 다들 나와 비슷한 처지였다. 러시아, 베트남, 독일 등 유학생들이었고 영어가 짧았기에 다른 학생들이 같이 조별 과제하기를 꺼려했었던 것 같다.


조별과제의 특성상 각자 자기 담당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마이크와 비슷한 일을 맡게 됐다. 따라서 다른 조원들보다 더 얘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고 학교에 둘이서 늦게 남을 때도 잦았다.


자연스럽게 마이크와 나는 개인적인 얘기도 하기 시작했다. 보통 유학생으로써, 또 이방인으로써 누군가를 새로 만나면 항상 겪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어디서 왔냐, 케이팝 좋아한다, 한국음식 좋아한다, 왜 캐나다로 왔냐, 등의 질문들을 항상 받아왔었는데, 마이크는 뭔가 달랐다. 마이크는 나에게 취미가 뭐냐, 어느 술집 가본 적 있냐, 취업은 생각해봤냐, 등 질문을 했고, 거기서 나는 마이크가 "나를 외국인으로서만 보는 게 아니고 그냥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봐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이크 덕분에 마이크한테 얘기하는 것만큼은 조금씩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 마이크도 여학생들이 많은 이벤트학과에서 나 같은 친구를 만나게 돼서 좋다고 얘기했다. 




조별과제가 끝나고도 마이크와는 자주 만났다. 아웃사이더였던 나에게 자주 만났다 라는 것은 일주일에 2~3번 얘기를 나누는 게 다 였지만 그래도 사석에서도 몇 번 만나면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타지 생활에서의 조금은 달래줬다. 마이크가 더욱 편했던 이유는 마이크의 특이한 성격 때문이었던 것도 있다. 오리엔테이션 때 세 시간씩 지각하는 모습이 마이크의 첫인상이었고, 애초에 조별과제를 같이 하게 된 이유도 마이크가 지각해서 어느 조에도 들어가지 못해서였다. 그 무엇보다 마이크는 내가 영어 실수를 하건 안하건 하나도 신경도 안 쓰고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이크는 셀카가 흔들리건 말건 신경도 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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