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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 Sep 20. 2020

19살에 300만 원 들고 캐나다로 왔다 #15

그리고 이민에 성공했다

#15 캐나다의 해골물



유럽여행을 다녀오거나 살다온 사람들은 말한다. 석회수 때문에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 뭐 유럽은 그렇다 쳐도 캐나다 하면 깨끗한 환경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아니 이게 웬걸, 캐나다도 유럽 못지않게 석회수가 심하다고 한다.


한국인 소유의 반지하방으로 이사 갔을 때 집주인 아주머니가 해주신 말이다. 캐나다는 석회수가 굉장히 심하니, 수돗물을 그냥 먹다가는 담석이 생긴다. 교회에 아는 분이 최근에 담석으로 상당히 고생하셨다. 한국에서도 목마르면 수돗물을 그냥 먹던 나는 처음엔 그냥 흘려 들었다. 물은 물이지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학교를 다니면서 학생들이 그냥 수돗물을 마시는걸 심심치 않게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 학교 복도에 설치된 음수대에서 마셨고 심지어 내 친구 마이크는 물통을 화장실에 들고 가서 마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라면을 끓이려 수돗물에서 온수를 받는데, 물이 상당히 뿌옇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어느 때는 냄비에 수돗물을 받은 후 몇 시간 그대로 두면 물은 증발하고 원래 물이 차 있던 높이에 흰색 가루의 테두리가 형성돼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런 현상들을 직접 지켜보면서 석회수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왠지 이상한 복통이 오는 걸 느낀 적도 있었다.


이제 조금 불편하더라도 정수된 물을 마셔야겠다 라고 다짐하며 한동안 인근 슈퍼마켓에서 물을 사 먹었다. 그러나 매번 물을 사 먹기에는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브리타"라고 하는 미국, 캐나다의 만능 간이 정수필터를 사기도 했다. 근데 아니 여기 캐나다 사람들은 다들 수돗물을 마시는데 어떻게 멀쩡한 건지 참 의아했다. 나는 항상 수돗물을 먹으면 배가 아팠지만, 그냥 물갈이려니 하며 넘어가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브리타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크와 함께 학교에 늦게까지 과제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목이 말라 물을 찾고 있던 중, 마이크가 음수대로 가자고 했다. 나는 석회수를 못 먹는다며 물을 사 오겠다고 했고, 마이크는 굉장히 어이없어했다. 자초지종 이유를 설명했다. 거기에 마이크는 "무슨 소리야, 캐나다는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야" 라며 호언장담을 했다. 의아한 나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캐나다의 수돗물은 정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수된 물이었고 1920년 이후로 모든 박테리아를 제거했다고 한다. 캐나다의 수돗물은 사실 일반 물 보다 칼슘이 상당히 많이 함유되어 있어 석회수로 오해를 받는다고 한다. 칼슘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니 병에 담긴 물보다 몸에 좋다는 기사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항상 수돗물을 마신다. 물론 수돗물을 마시고 복통이 온 적도 없다. 당시는 꽤나 창피했던 일이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웃고 넘길 수 있는 재밌는 이민자의 에피소드 중 하나다. 나는 이걸 캐나다의 해골물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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