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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 Jul 12. 2020

19살에 300만 원 들고 캐나다로 왔다 #3

그리고 이민에 성공했다.





#3 새로운 집으로 가는길


중국 저가항공을 타고 베이징을 경하며 장장 17시간을 걸려 날아온 캐나다 토론토. 나름 외 국밥 좀 먹었다지만 공항에 도착하니 정말 다양한 인종이 있어서 새삼스레 느꼈다. 캐나다에 왔다는 걸. 사실 캐나다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캐나다는 이민자로 이루어진 나라라서 다른 나라들보다 이민자들에게 관대하고 인종차별도 적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캐나다 가는 길, 베이징에서


긴장되는 입국심사.. 죄를 지은적도 없고, 필요한 서류도 다 있는데 왜 떨리는 걸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왜 캐나다에 왔는지, 와서 무엇을 할 건지, 어디서 지낼 건지, 캐나다에 가족이나 지인이 있는지, 등 기본적이지만 내가 캐나다에 나쁜의 도로 온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질문들을 했다. 들리던 소문보다 친절해서 놀랐지만 바로 옆에 있던 아내는 빠져나갈 수 없는 압박 인터뷰에 혼쭐났다고 한다.


유학원의 도움을 받아 공항에는 픽업이 나와있었다. 목적지는 사전에 신청해둔 식사가 제공되는 홈스테이였는데, 한 달에 약 $850 정도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가 격이다. 아내와 같이 지낼 수도 있었지만 서로가 있으면 서로에게만 의지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문화라던지 언어를 배울 수 없을 거 같아서 따로 지내기로 했다.




근데 토론토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신호등은 없고, 가로등조차도 드문드문 불이 켜져 있어 차들은 서로의 후미등에 의존했고, 주위에 빌딩들 은 정전이라도 온 것처럼 불이 꺼져있었다. 정전이 맞았다.

2013년 12월 23일 토론토는 몇십 년 만의 눈보라가 덮친 후였고, 그 여파로 도시 전선이 무너져 도시 자체의 전기가 나갔던 것이다. 내가 캐나다 도착한 첫날에 일어난 일이다.



2013년 눈보라에 세워진 자전거




아내의 홈스테이 집에 도착했다. 인도 노부부 가정이었는데 여기도 눈보라로부터 안전하진 않았고 집안 전체에 전기가 안 들어왔다. 아내를 맞아주러 집 앞으로 플래시를 들고 어둠을 뚫으며 반겨주던 아줌마의 모습은 아직도 생각난다. 정말 추웠다. 악랄하기로 소문난 캐나다 겨울 날씨에 보일러가 나갔으니 아무리 두껍게 입어도 집안은 얼음장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도시 외각이라 호텔도 없었을뿐더러 도시 자체가 정전이니 다른데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추위에 떠는, 그리고 캐나다 첫날 낯선 곳에서 겁에 질려 불안해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길을 나섰다. 담담한 척 위로하고 나왔지만 겁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를 갖 졸업한 우리에겐 너무 큰 도전과 변화였지만 그 정도 각오도 안 하고 지구 반대편까지 온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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