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민에 성공했다.
#3 새로운 집으로 가는길
중국 저가항공을 타고 베이징을 경하며 장장 17시간을 걸려 날아온 캐나다 토론토. 나름 외 국밥 좀 먹었다지만 공항에 도착하니 정말 다양한 인종이 있어서 새삼스레 느꼈다. 캐나다에 왔다는 걸. 사실 캐나다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캐나다는 이민자로 이루어진 나라라서 다른 나라들보다 이민자들에게 관대하고 인종차별도 적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긴장되는 입국심사.. 죄를 지은적도 없고, 필요한 서류도 다 있는데 왜 떨리는 걸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왜 캐나다에 왔는지, 와서 무엇을 할 건지, 어디서 지낼 건지, 캐나다에 가족이나 지인이 있는지, 등 기본적이지만 내가 캐나다에 나쁜의 도로 온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질문들을 했다. 들리던 소문보다 친절해서 놀랐지만 바로 옆에 있던 아내는 빠져나갈 수 없는 압박 인터뷰에 혼쭐났다고 한다.
유학원의 도움을 받아 공항에는 픽업이 나와있었다. 목적지는 사전에 신청해둔 식사가 제공되는 홈스테이였는데, 한 달에 약 $850 정도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가 격이다. 아내와 같이 지낼 수도 있었지만 서로가 있으면 서로에게만 의지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문화라던지 언어를 배울 수 없을 거 같아서 따로 지내기로 했다.
근데 토론토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신호등은 없고, 가로등조차도 드문드문 불이 켜져 있어 차들은 서로의 후미등에 의존했고, 주위에 빌딩들 은 정전이라도 온 것처럼 불이 꺼져있었다. 정전이 맞았다.
2013년 12월 23일 토론토는 몇십 년 만의 눈보라가 덮친 후였고, 그 여파로 도시 전선이 무너져 도시 자체의 전기가 나갔던 것이다. 내가 캐나다 도착한 첫날에 일어난 일이다.
아내의 홈스테이 집에 도착했다. 인도 노부부 가정이었는데 여기도 눈보라로부터 안전하진 않았고 집안 전체에 전기가 안 들어왔다. 아내를 맞아주러 집 앞으로 플래시를 들고 어둠을 뚫으며 반겨주던 아줌마의 모습은 아직도 생각난다. 정말 추웠다. 악랄하기로 소문난 캐나다 겨울 날씨에 보일러가 나갔으니 아무리 두껍게 입어도 집안은 얼음장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도시 외각이라 호텔도 없었을뿐더러 도시 자체가 정전이니 다른데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추위에 떠는, 그리고 캐나다 첫날 낯선 곳에서 겁에 질려 불안해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길을 나섰다. 담담한 척 위로하고 나왔지만 겁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를 갖 졸업한 우리에겐 너무 큰 도전과 변화였지만 그 정도 각오도 안 하고 지구 반대편까지 온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