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나는 가끔 막내에게 안긴다.
이제는 제법 커진 아이가 누워있을 때,내가 아이를 안는 것이 아니라
누워 있는 아이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아이에게 안긴다.
작은 가슴 속 심장이 빠르게 콩닥콩닥 뛰는 소리를 듣는다.
아이가 가만히 내 머리를 감싸안아 주기도 하고
간지럽다는 듯 까르륵 웃기도 한다.
어른이 되면
누군가에게 안길 일이
생각보다 많이 없다.
누군가를 안아주는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작은 아이인데도
그 가슴에 안겨 있으면
마치 엄마의 그것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따뜻하고 좋은 향기가 난다.
이제는 엄마보다 더 커진 내가
엄마에게 안기려면
몸을 숙이고 안겨야 한다.
아이에게 안겨 있을 때,
신기하게도
엄마의 품이 생각난다.
우리 마음속엔 아직도
늘 안기고 싶은 아이가 있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안기는 순간,
내 마음속 아이는 충만함과 위로를 받는다.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살아있음을 새삼 느낀다.
행복하다.
언젠가 독서 모임에서
스미노 요루의『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책을 읽고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늦은 밤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이 옆자리에 눕는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아이의 겨드랑이로 파고들어
가슴에 안겼을 때,
평안의 행복이 차오르며
마음이 차분해졌다.
언제까지 아이에게 안길 수 있을까?
나는 가끔
아이들의 증조할머니이자 나의 할머니에게도
아이처럼 안긴다.
할머니 볼에 나의 볼을 맞대고
볼에 입을 맞춘다.
아이의 탱탱한 볼과는 다른-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볼에
내 볼을 맞대며
할머니에게 안겨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할머니의 작아진 눈이 붉어진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내 가슴 속에도 뜨거운 무언가가 차오른다.
그것은 아마 사랑일 것이다.
누군가를 안아주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누군가에게 안겨 보라고 말하고 싶다.
따뜻한 품에 안겨 기대는 순간
세상이 멈추는 듯한
깊은 사랑을 느낀다.
때로는 용기 내어 안겨보자.
아이처럼 스스럼없이 안겨보라.
그 순간이 서로의 마음을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지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