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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날 놀이터에서 '엄마'에 대해 생각하다

엄마라는 존재, 엄마의 마음에 대하여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가을비가 장맛비처럼 하루 종일 퍼부어댔다. 둘째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되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친다.

 “아니, 하루 종일 비 오다가 왜 지금 그치는 거야?!”

 나도 모르게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비가 그치면 아이 돌보기가 더 편한 건 사실이지만, 비가 안 오니 아이가 놀이터에 가자고 해서 문제다. 비가 와서 쌀쌀한데 답답하다고 겉옷도 내팽개치고, 비에 젖은 놀이터에서 뛰어다닌다. 그런 아이를 보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든다.

 ‘비가 그쳐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수 있어서 다행이네. 비에 젖은 놀이터가 또 색다른 재미가 있지.’라고 생각이 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추운데 옷은 왜 안 입는 거야. 놀이터 다 젖었는데, 저러고 놀다가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감기 심하게 걸리면 유치원 못 가는데. 그러면 내가 너무 힘든데.’


 이게 현실이다. 힘든 것을 싫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왜 엄마는 힘든 것도 무조건 참아야만 하는가.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 참기는 하지만,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이 든다. 그런 생각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게 엄마인가.     


 날씨는 신경 쓰지 않고 해맑게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엄마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엄마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본다.      


 엄마는 항상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아이가 셋인 나는 셋 모두에게 미안하다. 첫째는 첫째여서 짊어지는 것들 때문에 미안하고, 둘째는 둘째여서 이래 저래 치이는 것 같아 미안하고, 막내는 막내여서 많이 못 놀아주니 미안하다. 세 명이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점도 많고, 엄마로서 해준 것도 매우 많지만, 그것과 별개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가 하나인 엄마는 하나여서 미안하고, 일하는 엄마는 일해서 미안하다. 일을 안 해도 경제적인 것을 충분히 못 해주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이 미안한 마음의 근원은 뭘까?


 어쩌면 미안함은 ‘엄마 사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좋은 엄마인 것 같기도 하다. ‘아이한테 안 미안한 엄마’는 왠지 이기적으로 보인다. 사회가 만든 지나친 잣대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할 수가 없다. 사회에서 정한 ‘좋은 엄마’의 기준은 때로 지나치게 가혹하다.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문득 ‘그렇다면 좋은 엄마는 어떤 엄마인가?’하는 생각까지 오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란, 머리와 가슴이 균형을 이루는 엄마이다. 흔히 말하는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 이야기다. 먼저 응원‧지지‧사랑과 같은 따뜻한 가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아이를 예민하게 살피고 돌보는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 두 가지가 균형이 맞아야 한다. 아이가 정서적 결핍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사랑을 주는 것도 중요하고, 아이가 어떤 재능이 있으며 어떤 자극이 필요한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 적시에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에서 김미경 작가는 엄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한다. 내가 살아왔던 모든 시간이 아이들의 몸속에 저장되어 있다. 엄마가 살았던 모습이 아이 인생의 표준값이 될 수 있다. '표준값'이란 엄청나게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부모로부터 받은 것에 관해 이야기하며, 부모의 노릇은 '무엇'이 아닌 '어떻게'를 물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나의 아버지가 내게 물려주신 선물은 what이 아니다. 어떻게 자녀를 대해야 하는지, 바로 그것을 알려주셨다. 언제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자녀를 응원할 것,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자녀가 하는 일을 알고 응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고 한다.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아이를 키우며 자신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느끼게 되면, 기쁘기도 하지만 동시에 큰 부담이 된다. 한 사람의 인생에 이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자부심을 느끼고 책임감을 가져야지. 감사해야지. 오늘도 정신 차려야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던 아이가 “엄마~~!!!”하고 부른다. 그네 밀어달란다.    

  

 “알았어~ 꽉 잡어~! 엄마가 제대로 밀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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