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이 현실 육아 스트레스 해소법 연구 보고서 (1) ─ 연구의 필요성
어느 날, 문자가 왔다.
[Web발신]
[인천○○정신건강복지센터]
안녕하세요. 인천○○정신건강복지센터입니다.
귀하께서 본 센터에서 진행한
5월 가정의 달 온라인 이벤트 스트레스 자가검진 결과
고위험군에 속하셔서 연락 드렸습니다.
해당 부분에 대한 자세한 평가를 원하시는 경우,
저희 센터 홈페이지에 있는 정신건강자가검진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 이용 이후, 추가적인 정신건강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아래 정보에 기재된 저희 센터 대표번호로 연락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언제 했는지도 모르는 '온라인 스트레스 자가검진' 결과였다.
결과는 고위험군. 적잖이 충격이었다.
"응? 스트레스 고위험군? 나 행복한데?? 아닌가???"
문자에 연결된 링크를 따라 다시 한번 스트레스 자가검진을 해본다. 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이번엔 확실히 진지하게 한다.
1번부터 뜨끔하다.
"1. 최근 1개월 동안,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당황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습니까?"
'가끔 있었다'에 체크. 육아하면 다 그런 거 아닌가....
"2. 최근 1개월 동안,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을 조절할 수 없다는 느낌을 얼마나 경험하였습니까?"
내 삶의 최우선이 내가 될 수 없지. 그러니 당연히 조절할 수 없다는 느낌은 가끔 느끼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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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항 한 문항 체크하다 보니 또 불안해진다. 이러다 진짜 또 고위험군 나오는 거 아니야?
"9. 최근 1개월 동안,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 때문에 화가 난 경험이 얼마나 있었습니까?"
이것도 같은 이야기 아닌가. 아이 키우다 보면 화날 일도 꽤 많지....
가만히 문항들을 들여다보니, 이게 스트레스 자가검진 항목들이 맞나 싶다.
여기서 자유로운 엄마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여기에 나오는 항목들을 종합해 보면,
정상적인 스트레스는
-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당황했던 적이 적고
-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을 조절할 수 있다고 느끼며
-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적고
- 개인적으로 자신감을 느끼며
- 일상이 생각대로 진행된다고 느끼고
- 꼭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며
- 짜증을 잘 다스리고
- 최상의 컨디션으로
- 상황을 통제할 수 있으며
- 어려운 일들이 많아도 극복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10가지 항목에 체크하고 제출하니, 검사 결과가 나온다. 두근두근.
16점까지 정상인데 16점이다. 신경 써서 검사해서 그나마 정상군으로 나왔나 보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계속 물음표가 떠다닌다.
'이게 정말 스트레스 정상인 게 맞나? 여기서 말하는 기준에 맞게 '이상적으로' 스트레스 없이 아이 키우는 엄마가 정말 있을까? 이 기준들이 맞는 건가? 나는 정말 육아 스트레스를 받는 건가? 문제가 있는 건가?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 거지? 이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아이' 자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건데, 그런 '아이'를 키우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가 있나?'
생각이 이어졌다.
스트레스.
정말 스트레스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걸까? 가능한 걸까?
누구나 자기 나름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고, 스트레스를 다루는 여유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특히 '육아'라는 특별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계속 주어지는 새로운 상황과 문제, 책임감, 체력 저하 등이 일상과 함께 버무려지게 마련이다. '스트레스'라는 말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엄마'로서의 무게가 때론 발목을 붙잡고, 어깨를 누르고, 등 뒤에서 밀기도 하며, 깊은 강으로도 빠뜨린다. 이런 사정이 있기에 '정신건강자가검진'이라는 친절한 도움에도 마음이 불편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육아 스트레스는 그냥 가지고 가야 하는 걸까?
육아 스트레스에 관련된 책은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책에서 말하는 건 결국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라'라든지, '완벽한 부모는 없다'라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부모인지 믿으라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시선과 마음가짐을 바꾸고 자신을 믿으면 스트레스가 뿅 하고 사라질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닥치면 다시 우리는 똑같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고, (화를 내지 못해서) 짜증이 나며, (항상 피곤해서) 지친다. '정말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에 북받칠 때면 괜히 눈물이 나기도 한다. 나 자신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아마 누구나 느낄 것이다. 이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
누가 나를 구원할까?
남편이? 나중에 철든 아이가? 친정엄마가?
(2)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