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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알고 보니 착각일 수 있다?

세아이 현실 육아 스트레스 해소법 연구 보고서 (2) ─ 연구결과

by 장서나

(1) 편에 이어서....



온라인 스트레스 자가검진 결과, 고위험군 진단을 받은 나.

결과를 듣고

- 스트레스 검사에 대한 의구심

- 스트레스의 실체에 대한 의문

- 스트레스에 대한 대책 강구

고민하게 되는데....




박사로서 오랜 기간

<문제상황 인식 → 자료조사 → 가설 수립 → 실험설계 → 실험 → 가설검증 → 논문 작성>의 과정을 수도 없이 겪었던 나이기에, 머릿속에 생긴 스트레스에 대한 여러 질문에 대한 내 나름의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스트레스의 실체 파악하기.

'나는 언제 스트레스를 받는가?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각 상황에서 그 정도는 어떠한가?'를 조사해 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기록해 보기로 했다.



관찰 메모.png


메모 1. 금요일.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체력이 달린다든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스스로 통제가 잘 안될 때)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후 6시가 넘어서까지 놀이터에서 놀면, 잘 놀다가도 갑자기 별거 아닌 일로 고집을 부리고 찡찡대고 크게 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건 아이의 스트레스이고, 아이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면 크게 스트레스받을 일은 아니다. 보통 아이가 잘 먹고 잘 쉬어서 몸이 회복되면, 생각보다 빨리 상황이 해소된다.


메모 2. 토요일. 토요일은 늘 혼자 아이 셋을 돌봐야 하는데, 세 아이가 엄마에게 요청하는 사항이 가지각색이다. 아이는 세 명인데 돌보는 사람은 한 명이어서 어쩔 수 없이 상황이 복잡해질 때가 있다. 나로서는 세 아이 모두를 혼자 돌봐야 하는 거지만, 애들로서는 엄마에게 필요한 것을 요청하고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니 답답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닦달하게 되고, 그게 곧 나에게 스트레스로 오는 거다. 비유하자면, 직장 상사 세 분이 동시에 나한테 뭔가를 하라고 했고 그 일들은 세 분 각자에게 모두 시급한 상황인 거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은 나뿐이고 동료가 없는 그런 난감한 상황.


메모 3. 월요일. 바쁜 아침 시간. 내가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일단 급하니까 참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아이는 고집을 부리거나 투덜댄다. 그 순간, 언젠가 봤던 '매슬로우 욕구 5단계 피라미드'가 떠오른다. 하위 욕구 충족 후 상위 욕구를 추구 가능하다는데, '자아실현'은 어림도 없이 '생리적' 욕구조차 충족이 안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그럴 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며 일종의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세 아이 엄마로서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관찰기록이었다. 그 결과는 정말 의외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횟수도 적고, 그 정도도 심하지 않았다(스트레스 자체를 거의 안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냥 느낌인가? 실체가 있는가?



일주일간 스트레스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 가지 찾아보면서 내린 결론은 여섯 가지이다.


첫째, 직접 관찰하면 실제로 생각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계속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금방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고 생각해서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

넷째,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몸에서 보내는 신체적 신호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다섯째, 스트레스 진단을 위해 검사를 받는 시기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여섯째, 스트레스의 실체를 파악해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첫째, 직접 관찰하면 실제로 생각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얼마나 자주, 어떤 상황에서 받는지, 그 정도는 어떠한지 직접 그때그때 기록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의외로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적게 받고 있을 수 있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이성적으로 직면할 수 있게 된다. 혹은 반대로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받고 있을 수 있다.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빈도와 정도는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똑같은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다 다르다. 또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흘려버리는 이가 있는 반면에, 계속 생각하는 이도 있다. 따라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둘째,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계속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금방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이는 만성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매일 자신의 몸과 영혼을 상하게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말 대책이 시급하다. 일반적인 경우는 스트레스 상황이 금방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해소되었는데도 자신의 감정이 조절되지 않아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감정의 문제는 스트레스 상황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 기다리면 지나간다. 지나가면 보내주자.



셋째,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고 생각해서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


나이 마흔이 넘은 세 아이 엄마로서 매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첫째는 3학년이 되더니 친구들과 더 친밀해져서 조금씩 '사춘기'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1학년인 둘째는 학교와 학원에 잘 적응하고 공부와 친해지게 하려고, 중간중간 간식도 사주고 기분 좋게 해주고 있다. 유치원에서의 첫해를 보내고 있는 막내는 언니들 덕분에 이것저것 많이 아는 것 같지만, 가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고집을 부리고 아직도 한 번씩 크게 운다.

자, 이 상황을 생각하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실제로는 생각만큼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몸이 힘들고 체력 부족으로 지칠 수는 있어도, 얼굴을 찌푸리고 크게 화를 낼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때문에,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그냥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객관화해서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레임에 속지 말자. 그렇게 자신을 가둬서 나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넷째,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몸에서 보내는 신체적 신호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언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평가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자신이 받는 느낌에 따라서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 '느낌'으로만 판단해서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보통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낄 때는,

- 에너지가 너무 빨리 소진되는 느낌

- 자꾸 화가 나고 소리를 지름

- 혹은 반대로 무기력함

같은 때이다.


그런데 이런 것 없이 신체에서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 이유 없이 이곳저곳이 아프다.

-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컨디션이 너무 저하된다.

- 피곤한데 잠이 잘 안 온다.

- 쉬어도 자꾸 졸리다.

- 가슴이 답답하다.

이런 신체 반응들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혹은 '더워서(추워서)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며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놓치기 쉽다. 몸이 보내는 신호─특히 지속일 때─에 관심을 두고 대처해야 한다. 내몸의 상태를 제일 잘 아는 것도 자신이고, 가장 힘든 것도 자신이다.



다섯째, 스트레스 진단을 위해 검사를 받는 시기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이건 아마 대부분의 심리 검사의 특징일 것이다. 유독 몸이 피곤한 날 검사하는 것과 푹 쉬고 맛있는 것을 먹고 나서 검사하는 것이 같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이 검사는 믿을 수 없는 건가? 이 결과가 계속해서 유지된다고 믿는 것이 위험할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든 그렇지 않든, 그 결과는 지금의 상태라고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계속 그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나쁜 결과가 나왔다면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내가 스트레스 고위험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오히려 스트레스의 실체를 파악하고 마음을 챙겨보려 노력했듯이 말이다.



여섯째, 스트레스의 실체를 파악해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 찾기이다.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계속 그렇게 지내서는 안 된다. 그냥 '아! 스트레스받아!'라고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마주해야 한다.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도움이 될지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




누가 나를 구원할까?

그 답은 '나만이 나를 구할 수 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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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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