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고위험군 진단 이후,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된 이야기
(2) 편에 이어서....
자, 스트레스의 실체를 파악해 보자!!!
(2) 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제시한 '스트레스의 원인 찾기'를 해보자!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마주해야 한다.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도움이 될지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
"아이가 자주 깨거나 밤중 수유로 인해 깊은 잠을 자기 어렵습니다."
▶ 수면이 부족하면 짜증이 늘고 체력도 쉽게 바닥납니다.
이에 따라 하루 종일 피곤하고 의욕이 떨어집니다.
▷ 아이가 어린 경우에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수면 부족을 채울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야 해요.
"아이가 떼를 쓰고 고집을 심하게 부립니다."
▶ 발달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주장을 강하게 표현합니다.
이를 반복해서 경험하면 부모는 감정적으로 소진됩니다.
참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스트레스를 가중합니다.
▷ 아이가 나를 괴롭히려고 저러나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정말 부모를 괴롭히려고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 자신도 답답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리는 상황이나 패턴을 파악해 보세요.
"하루 종일 껌딱지가 되어 붙어 있으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 수유, 안기, 재우기 등 반복되는 육아는 체력을 많이 소모합니다.
하루 종일 아이에게 붙들려 쉴 틈이 없습니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함께 지치기 마련입니다.
▷ 나의 체력을 키우거나 다른 이의 체력을 빌려와야 합니다.
사실 단기간에 체력을 키우기는 쉽지 않고,
인간의 체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어떻게든 다른 이의 도움을 받으세요.
"아이가 잘 크고 있는 건지,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건지, 앞으로도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육아법은 정답이 없어 늘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어 스트레스가 됩니다.
▷ 누구든 양육에 대한 불안함은 있습니다.
불안함이 전혀 없다면 그 또한 문제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잘 웃고 있는지, 내 마음이 평안한지 점검해 보세요.
부모는 아무리 사랑을 줘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더 사랑해 주세요.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아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이한테 더 해주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요. 마음껏 지원해 주지 못해 속상합니다."
▶ 육아는 생각보다 많은 지출을 요구합니다.
기본 생필품부터 교육비까지 부담이 커집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함께 늘어납니다.
▷ 육아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전보다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양질의 지원을 해줄 방법 또한 넘쳐납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와만 대화하니 엄마로서의 나만 있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 육아에 집중하느라 친구나 사회와의 연결이 끊깁니다.
외출이나 대화조차 어려워 외로움을 느낍니다.
이런 고립감이 우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육아하면서 느끼는 사회적 고립감은 상당히 크게 다가옵니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이와 비교하거나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게 됩니다.
일단 의미 없는 비교는 그만!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육아 외에 가슴 설레는 일을 딱 한 가지라도 찾아야 해요!
"독박 육아로 너무 힘든데 전혀 몰라줘요. 애는 혼자 만들었나요?"
▶ 육아를 혼자 떠맡는다고 느끼면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상대의 무관심은 서운함과 분노로 쌓입니다.
공감 없는 말 한마디도 큰 상처가 됩니다.
▷ 배우자·가족의 협력 부족은 배신감까지 느끼게 하죠.
서로 자신이 더 힘들다고 생각하면 대화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대화하고 서로의 힘든 점을 알아줘야 해요.
세상에서 상대방의 깊은 속마음을 알아줄 이는 서로 밖에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육아하면서 전우애가 싹튼다고 하죠.
전우여! 오늘은 어땠는가!! 먼저 손 내민 당신, 진정 멋진 이!
"나만의 시간이 없어서 답답해요."
▶ 혼자만의 시간 없이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합니다.
쉬거나 좋아하는 걸 할 틈이 없어 자아가 흐려집니다.
이에 따라 무기력감과 분노가 생기기도 합니다.
▷ 자기 시간이 부족해지면 배터리가 방전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충전 없이 계속 소모되면 아이가 똑같은 행동을 해도 다르게 반응하게 됩니다.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해서라도 나만의 시간은 필요합니다.
나만의 시간 절대 사수! 잠시라도, 어떻게든, 꼭! 만들어야 해요!
나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리스트를 작성해 봐요.
나의 경우,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정확히는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이다.
실제로 내가 우리 집에서 담당하는 일은
집 정리, 집 청소, 빨래, 소모품 재고관리, 장보기와 같은 집안일부터
아이들과 놀아주기, 리액션 해주기, 책 읽어주기, 숙제 봐주기, 공부 가르쳐주기 등과 같은 육아에다가
아이들 학원 스케줄 관리, 방과후수업 신청 및 시간표 관리, 휴가 계획 세우기 등과 같은 관리 업무도 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글쓰기, 책 쓰기, 책 읽기, 독서 모임 리더, SNS, 공부, 일까지 해야 하니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건 당연하다.
머릿속에 신경 쓰는 게 많아지면 머리가 복잡해져서 일의 효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과부하.
여러 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이 하고 있으니
때로 버겁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현실을 바꾸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의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제시한다.
"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문제에 노출된다(우리의 통제력을 넘어서는 문제도 있고, 통제되는 문제도 있다).
어떤 일은 겪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또 다른 어떤 일은 겪으면 강해진다. 또 어떤 일 앞에서는 약해진다.
이런저런 세상사에 노출되면 그 피해가 서서히 쌓인다. 실망과 모욕, 계획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누적된다.
날마다 자잘한 좌절이 더해질 수 있다. 아니면 빙하가 서서히 녹아 줄어드는 듯 끊임없이 외상에 침해받기도 한다. 나날이 쌓이는 그 무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우리의 목표는 자기 자신을 약하게 만드는 일을 적게 하고 우리를 지탱해주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이다."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으면 안 된다.
버틸 수 있을 만큼만 버티자.
이왕 버티는 거 최대한 재밌게 버텨보자.
내 안 긍정의 힘을 모아보자.
일상의 위트를 끌어내어
어떻게든 웃을 거리를 찾아보자.
생각만큼 최악은 아니지 않는가.
아니 실은 꽤 괜찮을지도 모른다.
스트레스 자가검진에서 고위험군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결과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나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를 덜 받을까.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엄마에게 내가 '스트레스 고위험군' 결과가 나왔다 하니,
"엄마는 네가 스트레스 고위험군 나왔다고 하니까 너무 신경 쓰여. 걱정돼." 하신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말로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어쩌면 스트레스는
잘하려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가져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엄마로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아내로서 살림을 잘하고 싶어서,
며느리로서 시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상사에게 내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때론 남들에게 잘 살고 있다고 보이고 싶어서.
어느 책에서는
'타인이 바라보는 이상적인 기대감을 채우려고 하기보다
적당한 한계선을 긋고 자신을 찾으라.'고 하더라.
좋은 말이다.
하지만
내 지인이 내게 저렇게 말한다면,
나는 딱 한 마디 할 거 같다.
"쉽지 않아~~!"
그건 타고난 기질과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수십 년 동안 내 몸에 배어있는 사회적 통념과 기준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다. 진짜로.
그럼 어쩌란 말인가.
방법은 없을까? 있다.
완벽하진 않아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릴 때,
그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고, 다정하게 들어주는 연습.
잠시 눈을 감고 “지금 나는 지쳐있구나. 그래서 더 예민해졌구나.” 하고 알아차려 주는 연습.
스트레스를 없앨 순 없어도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
나는 오늘도 세상을 지탱했다.
작은 우주를 돌보며 하루를 살아냈다.
이걸로 충분하다. 정말로.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나'로서도.
지금의 나는
스트레스 고위험군이라는 문자를 받았던 그 순간을 지나
나를 다시 살피고,
조금 더 다정하게 안아주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나는 매일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내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나는 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잊지 말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