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 저마다의 이유로 살아내는 우리를 위한 다정한 기록
어떤 이는 손톱만 한 재주가 있어도
손바닥만 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써먹고
어떤 이는 두 손 가득 넘치는 재능이 있어도
그 정도는 아니라며 손사래 친다.
어떤 이는 라면 끓이는 동안 이야기할 만한
소소한 이야깃거리도 기억에 남게 얘기하고
어떤 이는 누구나 놀랄 만한 이야기를 여러 개 갖고도
별로 특별하지 않다며 서랍에 넣어 둔다.
어떤 이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얻어
다음 만나는 이에게 그 에너지를 전달하고
어떤 이는 남들 앞에서는 마음껏 신나 하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그 시간의 곱절만큼 이불 속에 들어가 있다.
어떤 이는 마음속에 작은 생채기 하나만 나도
아프다고 소리치며 서럽게 울고
어떤 이는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도
쓸쓸함에 자조할 뿐 눈물 한 방울 덜어내지 못한다.
어떤 이는 서로를 알아본 뒤 바로
잃어버린 어릴 적 친구를 만난 듯 마음을 다 내어주고
어떤 이는 오래 안 인연도
마음을 다 주지 못하고 적당한 거리를 둔다.
때로 나는 어떤 이였다가
또 다른 어떤 이였다가
그래서 나를 잘 아는 것 같다가도
그렇게 또 나를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그때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었다는 것.
누구보다 나 자신이
그 모든 나를 인정하고 기다려주고
아껴줘야 한다는 것.
적어도 나만큼은
내 편으로 남아 있어야 하기에.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내 편이 꽤 많기에.
너도 그러하기에.
다 괜찮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