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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안하시길 18

책방을 꿈꿉니다.

by 빛나다

52세가 되면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살겠노라 선언했다. 52세, 한창 일을 할 나이에 그만두는 거 아니냐는 주변 사람들의 말들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건 내게는 이미 모든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모치즈키 도시타카의 '마법의 보물지도'를 읽은 후 나만의 보물지도를 만들었다. 현재와 내 미래의 설계도를 그려본 것이다.(브런치작가도 내 설계 중 하나이다.)

꾸준히 글을 써서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것부터 생이 다하는 날까지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나잇대로 나열을 하였는데 중 최종 계획은 독립출판사와 책방을 운영하며 죽는 날까지 책을 곁에 두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특히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김지혜 작가의 '책들의 부엌', 임후남 작가의 '시골책방입니다'를 접하면서 책방에 대한 꿈은 더욱 견고해지고 세밀화되었다.


아침 일곱 시, 책방 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한다. 지난밤 묵은 먼지가 앉은 창가는 먼지떨이로 쓰윽 밀어내고 밖으로 나가 비질도 한다.

책방에 들어와 커피를 내려 책방 가득 커피 향이 피어오르게 하고 주문한 책이 담긴 종이상자를 연다. 종이냄새가 그득한 책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책표지, 책 등, 인쇄상태를 확인한 후 미리 정해놓은 자리에 가지런히 놓는다.

매대를 주욱 둘러보고 혹시나 삐죽이 나온 책이 있으면 제자리로 밀어주고 카운터 안쪽 나의 지정석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책방에 들러주는 손님들이 책을 고르는데 고민을 하고, 내게 도움을 요청할 것을 대비해 책을 읽으며 손님을 기다린다.


늦가을과 겨울 그리고 초봄에는 각 테이블마다 무릎담요를 올려놓고, 여름, 초가을엔 직접 만든 손부채를 갖다 놔야지.

책 읽다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는 손님을 위해 작은 쿠션도 준비해 놔 탁자에 머리를 기대며 단잠을 잘 수 있도록 해야지.

한겨울엔 고구마를 구워 그토록 추운 날 책방에 들러준 손님에게 내주면 좋아해 주겠지.

내 책방은 따뜻할 거야. 모든 계절이 따뜻해서 시즌이라는 특정한 날은 없고 그저 한결같은 책방으로 통하는 마음이 가는 곳이 될 거야. 당연히 나도 한결같은 책방 주인이 되어야지.


휴가를 낸 후 시댁과 친정을 오가고, 남는 시간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내일, 출근을 앞둔 나는 휴가의 끝자락을 놓다 말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시간은 내가 걷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걸 알고 있으니 '어느덧 이리되었구나' 바로 인정하게 되지만 이상하게 휴가나 주말이 지나가는 속도엔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아 휴일의 마지막 밤이 더욱 아쉽다. 이럴 때 쓰는 나만의 처방이 하나 있다.

내가 주체가 되는(아무래도 회사는 주체가 되기엔...)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다독이고 위로하는 것이다. 출근을 하고 업무를 하며 다방면의 경우의 수를 경험하는 것은 내가 주체가 되는 그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다독이고, 시간이 그리 빨리 지나가는 것은 나의 꿈도 그만큼 다가오는 것이라 위로한다.


매일 책냄새를 맡고, 글을 쓰며 책방을 방문하는 손님을 맞이하는 나를 상상하며 내일이 어서 오기를 바라는 내가 되는 순간이다.


만약 나와 같이 시간의 속도가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때를 보내고 있다면 그토록 바라는 내 모습에 기운을 얻어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내일이 기대되는 '나'를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책방 운영이 내가 생각한 것 그 이상으로 굉장히 어렵다는 걸 사람들과 책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 그래도 나는 그 미래를 꿈꾸는 지금의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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