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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안하시길 28

머리끈

by 빛나다

무늬 하나 없는 가느다란

검은색 끈 하나에

머리카락 한 묶음 맡겨놓고

출근길을 나선다.


새벽에 맞은 안개비 털어놓기도 전에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일 한 무더기와

다시 태어나도 이해되지 않을

동료와의 입씨름 더미,

퇴근 전 다급히 나타난 업무 뭉치가

머리카락 구석, 구석에 올라앉으면

퉁퉁 부어오른 머리끈

언제 터질지 조마조마하다.


겨우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 앉아 있는데

머리카락 한 올 빠진데 없이

훌륭하게 버틴 머리끈


서서히 풀어주면

원래 모양새로 돌아가려다 잠이 든다.

동그라미 머리끈이었는데... 이제 널 보내줘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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