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목 안쪽에서 뭔가 찌르는 느낌이 들어 출근길 차가운 바람을 맞대며 걷다 편의점을 들러 쌍화탕 한 병을 사 그대로 쭈욱 들이켰다. 이 작은 병에 담긴 진한 갈색 물이 감기기운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 믿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아침마다 쌍화탕을 마셨고,
지난 금요일부터 앓아눕기 시작했다.
"밥 먹고 합시다"
점심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올까? 오전 중에 끝냈어야 할 업무 몇 개가 진전이 없는 채로 뒤죽박죽 섞여있는 서류들과 함께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서류라도 정리해 놓을까 싶어 손을 뻗는데 동료 I가 등을 떠밀며 구내식당으로 이끈다. 식판에 올려진 기본찬과 국 그리고 흰쌀밥을 내려다보며 식사 후 남은 점심식사 시간에 할 업무 하나를 머릿속에서 선택하기 시작한다. 복잡하고 협업이 필요한 업무는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 한다 해도 점심시간에 같이 일할 동료가 없다면 다 부질없는 일이다. 모든 절차가 단순하고 간결하게 끝낼 수 있는 일상 중 업무가 제격이다. 그렇게 십오 분여의 식사를 마치면 카페인을 무장한 커피를 타고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쏘아본다. 손가락은 빠른 타자속도를 내며 업무에 업무를 업고 달려간다.
금요일 한밤중,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원래 공기 냄새가 아닌 듯한 불쾌한 코 안의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면서 화장실로 향한다. 속이 어지럽고 오한이 느껴져 손끝이 떨린다. 칼칼한 목 저 아래 묵직한 끌림이 무게를 내는 것 같아 얼른 토해내고 싶어 목에 힘을 주고 소리를 내보지만 끈적한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목만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완벽한 산도적처럼 헝클어져 있고 모든 게 엉망이었다. 특히 하얗게 튼 입술은 내 상태가 저 밑바닥 차가운 데에 떨어져 나뒹구는 돌멩이 같았다.
나는... 지친 상태였다. 몸은 계속 말해줬지만 모른 척했고 맡은 업무가 많아 아플 시간이 없다며 나를 기만했다. 결국 금요일 저녁 잠시 긴장이 풀린 내게 기어코 너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지 않냐며 인후통과 몸살이 그대로 덮친 것이다.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잘 내지 않는다. 아니, 못하도록 막아버린다. 도와 달라는 말도 잘하지 않는다. 아니, 그것도 막아버린다. 그건 내 능력이 거기까지라고 증명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새벽 이렇게 아프면서까지 자존심 지킬 일인가? 내가 이리 어리석은 사람인가 의문이 들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다정한 위로를, 따뜻한 응원을... 처음, 아니면 그다음과 그다음에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걸. 처음과 그다음, 그리고 그다음이 그것 좀 한다고 또는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그런다는 말 뿐이었다는 걸.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 누군가의 다정한 위로와 따뜻한 응원, 선한 도움이 다가와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아무리 버겁고 고돼도 지금 내 상황 별 거 아니니 계속 나아가기만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오늘, 내가 참 짠하다.
그리고...
서툴지만 내게 건네본다.
다정한 위로와 따뜻한 응원을.
오늘도
오늘을 진실되게 대하느라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