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정확히 말하면 4시가 아니라 3시 56분, 4시 1분 이렇게 4시 언저리 즈음에 잠에서 깬다.
이럴 때 다시 잠을 청하게 되면 왠지 꿈자리가 사나울 것 같아 미련 없이 이부자리를 정리한 후 거실로 나가 창밖을 바라본다. 밤새 내린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아 어둑한 새벽 풍경이 침착하기 이를 데 없다. 아직 출근 시간까지는 세 시간 정도 남았으니, 지난밤 사이 미련을 버리지 못한 잔 걱정들을 창문에 맺힌 이슬에게 툭, 툭 던져본다.
'다하지 못한 잔업은 어제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해 마무리를 지으면 되고, 오늘 해야 할 업무는 지침대로 하면 된다'
어제 저녁에는 복잡하고 답이 없던 근심이 오늘 새벽, 차갑지만 맑은 이슬에 닿으니 그저 단순하고 미미한 것으로 변해버린다. 이럴 땐 정말 시간이 해결해 준다 혹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이럴 거면 어젯밤 걱정이 아니라 좋아하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야 하는데... 짧은 후회를 해본다.
주방으로 가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담고, 보리차 티백 하나 띄운다. 누렇고 작은 물결이 일더니 잔 전체를 구수한 향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머그잔을 코 끝에 갖다 대면 푸근한 안개가 콧구멍 사이, 사이를 메워주고 남은 열이 어느새 눈꺼풀까지 닿아 깊게 내쉬는 숨과 함께 내려앉게 만든다.
고요하다. 참으로 고요하다. 길고, 어둡지만 어둡지 않은 어둠에 덩그러니 나 혼자 있는 듯한 느낌. 마치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내 시야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우주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고요해서 참 좋다. 어쩌면 나는 태아로 돌아간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아득한 기분이 낯설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을 뜬다. 차고 습한 새벽공기와 마주한다.
"너의 하루가 평안한 날이기를 빌어"
고스란히 받아 진심으로 화답한다.
"너의 하루도 평안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