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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안하시길 16

혼날 만했다.

by 빛나다

처음 입사한 날부터 알고 지낸 선배 두 분이 있다. 그 두 분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고, 지금의 직장 동료이기도 하여 가족관계, 성격, 취향 등 모르는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단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소소한 '티격태격'이 나오기도 한다.


어느 날은 선배들과 내가 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주제는 '꼰대에 관하여'였다.


"후배들 앞에서 말을 많이 하면 꼰대가 되는 거야. 간략하고 정확하게 의사를 표시해야 해. J 너처럼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면 후배들 다 싫어한다. 그게 딱 꼰대 짓이야."


"어이가 없네. 내가? 나는 직원들하고 웬만하면 말을 잘 안 해. 괜히 오해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나는 그냥 내 일만 해."


"너 말 한 번 하면 말이 많아지잖아. 1을 얘기했는데 상관없는 2,3,4를 말하고"


옥신각신 꼰대다, 아니다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학창 시절 소년들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오는데, 그때 그 자리에 오래 있는 게 아니었다.


"H! 말해봐 네가 볼 때 얘 꼰대 같지 않냐?"


"그래 말해봐. H 내가 꼰대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더니... 새우 등이 곧 짜질 것만 같은 이 압박감 어찌하리오. 말 잘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 잃어버린다.


"저도 곧 오십을 바라보고 있어서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이러쿵저러쿵 말을 계속하게 된다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확인도 많이 한다 어느 땐 가정교사냐고 말도 들어봤다 하며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부풀려서 늘어뜨렸다. 내 얘기를 모두 들은 선배들은


"H 너 그러면 안돼. 너 그러다 욕먹어"


선배들은 단결된 마음으로 나를 오랫동안 훈계했다. 그야말로 나는 대역죄인이 되어 귀에서 피가 나오기 전까지 이러지 마라 저러지 마라 말을 들었다. (선배님들 이 행위가 꼰대 아닌가요?) 그리곤 애 하나 교육 제대로 시켰다는 뿌듯한 표정을 짓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래요. 선배님들이 흡족하면 됐죠. 저... 저는 괜찮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꼰대는 자기 아집만을 내세워 무조건 전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렵다.

어쩜 나도 그런 사람일까 봐.


...


뭐에 꽂히면 앞뒤 안 보이는 사람...


아! 난 선배들한테 혼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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