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파고든 중국 소수민족 미인계의 충격 근황

구리나자, 디리러바 뺨치는 외모... 중국 공산당이 배후?

by 송호림
《황제의 딸》에서 함향(향비)이 춤을 추며 나비를 부르는 모습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 시즌3회까지 방영된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의 한 장면. © Weibo

《황제의 딸》에서 '나비 홀리는 여인'의 정체?

드라마 《황제의 딸》로 국내에 깊은 인상을 남긴 향비(香妃). 동투르키스탄을 정복한 청나라 건륭제의 후궁으로서 오늘날 한족과 위구르족 사이의 민족화합을 상징하는 그녀의 기구한 인생은 오늘날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로 회자된다. 반면 위구르족은 향비를 '이파르한(Iparxan)'이라 부르며 순결한 민족저항의 상징으로 추모한다. 다만 향비 모티브의 실존인물 용비(容妃)에 관한 역사기록을 검토해 보면, 그녀와 그녀 일가(一家)는 청나라 치하에서 대대로 호사를 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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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비의 실존인물로 알려진 용비의 초상(위) 향비의 가계도(아래) © Dr. David John Brophy

지금껏 용비는 아팍 호자(본명 Hidayatullah)의 딸로 잘못 알려져 있었다. 그녀의 가계를 살펴보면 용비는 아팍 호자의 형제인 카라마툴라(Qaramatullah)의 증손녀이다. 그녀의 본명은 파티마(Fatima)이며 이미 아팍 호자의 증손자이자 그녀와는 7촌 재종관계인 호자 자한(Khoja Jahan)과 15세때 혼인해 10년 이상 부부의 연을 이어온 유부녀였다. 그러나 건륭제에 반기를 든 부르한(Burhan al-Din)과 호자 자한 형제가 파미르에서 참살되고, 그녀의 오빠 투르디가 건륭제의 신장 정복에 적극 협력하면서 파티마는 후궁으로 발탁돼 자금성에 들어간다. 사실 건륭제가 파티마를 총애한 진짜 이유는 《황제의 딸》에서 묘사된 마냥 미모나 향내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이슬람 최고의 선지자 무함마드의 유일한 혈육 파티마 자흐라의 핏줄이었다. 따라서 청나라 황제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권위가 있었다.


이파르한처럼 여성의 순결과 지조를 민족정신과 연결하는 구조는 위구르 설화의 인기 있는 레퍼토리이다. 어리고 유약한 여성이 정조를 지키고자 강건한 이민족 남성에 맞서 분투하는 모습은 읽는 내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파르한은 그러한 전설의 시작에 불과하며 이후에도 나즈굼, 리즈완굴, 하디체한 등의 여러 비슷한 케릭터들이 이민족 침입자로부터 억압받는 위구르족을 위해 최후까지 저항하다 숨을 거둔다.

IE003037904_STD.jpg 1962년 《아나르한》의 포스터(위) 2013년 디리러바 주연의 드라마(아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하자 이파르한의 레퍼토리는 공산당 선전물로 각색되어 영화(1962) 및 드라마(2013)로 제작됐다. 현재 세계적인 미녀배우로 발돋움한 딜레바(디리러바)의 첫 필모그라피를 장식한 《아나르한(Anarxan)》이 대표적이다. 오리지날 모티브는 무슬림 소녀의 순결을 탈취하려는 만주족, 한족 같은 배교자 남성이지만, 《아나르한》에선 봉건주의를 앞세워 인민을 착취하는 이슬람 토호세력이 아나르한의 정절을 짓밟는 악역으로 그려진다.


판데믹 시기 깜짝 등장한 위구르 미녀 유튜버들 "중화민족 만세"


필자는 2007년부터 틈날 때마다 신장 방방곡곡을 여행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외국인의 신장 여행이 점차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2020년 초 판데믹까지 겹치면서 중국 입국이 사실상 막허 버렸다. 아쉬운대로 신장 영상이라도 뒤적여 보던 찰나, 유튜브에 깜짝 등장한 위구르 소녀들이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 살얼음판 같은 시기에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을 공유하는지 못내 궁금했다. 한국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유튜브에 뛰어들 수 있지만 해외사이트 검열과 차단이 일상인 신장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위구르족은 유튜브 영상 시청만으로도 재교육 수용소에 끌려갈 수 있는 걸 그녀들이 모를리 없었다.

IE003037905_STD.jpg '내 코르가스 생활'채널을 운영하는 신장 타지크족 여성 한크즈.

아니나 다를까. 그녀들은 이미 중국 내 소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인플루언서들이었다. 그리고 다음의 다섯가지 법칙도 공유하고 있었다. 첫째,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혼인적령기 여성이다. (위구르족은 대부분 20대 전후에 결혼한다) 둘째, 위구르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직 유창하고 또렷한 표준 북경어로만 대화한다. (위구르어 비중은 2-3% 정도에 불과) 셋째, 위구르 전통가무를 홍보하는 영상을 자주 올리는데 가무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넷째,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이슈가 등장하면 적극적으로 반박한다. (가령 신장 수용소 문제, 면화강제노동 문제 등을 전부 서방언론의 거짓선전이라고 항변) 마지막으로 소수민족과 한족은 중화민족(中华民族)으로 하나 됨이 마땅하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꾸준히 던진다.


이 여성들은 또한 'Guli'라는 가명을 사용하는데 중앙아 여성들의 이름에 페르시아어로 꽃을 의미하는 گل [gul]이란 단어가 흔한 까닭이다. (بھارگل [bahārgul: 봄꽃] گوزلگل [gūzalgul: 아름다운꽃], گلخانم [gulxānim: 꽃부인, 꽃님이]) 이것을 한족들이 발음하기 편하도록 한어병음(汉语拼音)화시켜 '古丽(Gǔlì)'로 부른다. 이는 순전히 한족에게만 익숙한 이름으로 실제 단어의 발음 및 의미와 일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구리나자(古力娜扎), 디리러바(迪丽热巴), 마이디나(麥迪娜), 하니커즈(哈妮克孜) 등 중국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위구르 여배우들의 한어 이름 역시 본래 위구르어 이름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다음은 필자가 종종 시청하는 위구르 미녀 유튜버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애니굴리' 安妮古丽 (구독자수 15.4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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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미녀 유튜버들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위구르어보다 한어가 유창한 민카오한(民考漢)이며 오직 표준 북경어로 방송을 진행한다. 주요 활동무대는 신장의 주도 우루무치이며, 신장 여행 명소와 함께 중국 공산당 체제를 미화하고 중화민족의 통합을 선전하는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한다. 현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과거 유튜브 채널이 삭제된 것으로 보이지만 몇몇 영상들은 재업로드된 상태이다.


'신장 굴리' 新疆古丽Guli XinJiang @xjguli (구독자수 8.85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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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애니굴리(Ānnī gǔlì)에 비해서는 유명세가 떨어지나 두보나 이태백의 한시(漢詩)를 줄줄 읊을 정도로 북경어 실력이 뛰어나다. 열정적인 중화민족 찬양론자로 개인 유튜버라기보단 지역 방송국 리포터에 가깝다. 조선중앙TV 리춘히 앵커를 연상시키는 수려한 외모에 프로다운 나레이션 실력까지 겸비했다. 신장 북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풍광의 관광명소를 보여줌과 동시에 중국이 불리한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 반박에 나서고 있다.


'굴리가 신장을 보여드려요' 古丽带你看新疆 @GuLiDaiNiKanXinJiang (구독자수 1.33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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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룸치에 소재한 신장사범대 법학과 졸업생으로 상기 유튜버들처럼 위구르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완전한 북경어로만 방송을 진행한다. 주로 질문과 답변 형태의 비디오를 자주 올리며 러시아 여성을 닮은 이국적 외모 덕분에 한족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현재는 채널명을 阿迪莱咯로 바꾼 상태다)


(이외에도 '아이투나(阿依图娜)' '신장처녀무무(新疆姑娘木木)' '신장의 앨리스(艾丽丝Xinjiang Alice)', '내 코르가스 생활기(哈尼克斯吖)', '농촌굴리(新疆姑娘古丽)' 등 논문 몇 편을 써도 모자랄 정도로 다양한 소수민족 유튜버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다 잠적하다 또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상술한 다섯 가지 법칙에서 벗어나는 채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족과 위구르족 사이의 통혼(通婚)으로 중공의 '내선일체(内鮮一体)' 완성


그렇다면 중국 당국이 위구르 소녀들의 유튜브 활동을 장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워 선전효과의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계획은 상술한 향비 레퍼토리에 답이 있다. 《황제의 딸》에서 향비는 매혹적 자태와 신비로운 향기로 끊임없이 건륭제의 남심(男心)을 자극한다. 최근 한족 남성들 사이에 '신장에 미녀가 많다(新疆美女很多)'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위구르 여성과 한족 남성 사이의 통혼(通婚) 정책에 큰 도움이 된다. 즉, 한족 중심의 중화민족이 소수민족을 흡수통일 하는 가장 쉽고 검증된 방법이다.

IE003038273_STD.jpg 위구르 여배우 구리나자와 그의 연인들 사진 © inf.news

위구르 여배우들 중 가장 유명한 구리나자는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다. 그녀는 위구르족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네 명의 연인들은 모두 한족 남성이었다. 최초 데뷔작이 위구르 드라마였던 디리러바와 달리 구리나자는 단 한편의 위구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고, 공석에서도 위구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위구르 여성의 표본이 바로 그녀인 셈이다.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이른바 '우즈벡 밭 가는 김태희' 풍문이다. 2005년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한국 남성은 '우즈벡 여성이 아름답고 참하다'는 말에 천리길을 마다 않고 맞선을 보러 간다. 2007년 KBS에서 방영된 《미녀들의 수다》 속 구잘과 자밀라 케릭터도 시청자들에게 우즈벡 여성에 대한 적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후로 우즈베키스탄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장모님의 나라' '미녀의 나라' 등으로 불리며 국제결혼 '맛집'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우즈벡 현지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자국 무슬림 여성과 배교자(kāfir) 남성의 혼인은 율법을 어기는 죄악이자 민족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일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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