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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이Noni Jan 15. 2021

내가 사랑한 스위스의 고양이들

엉뚱하고 귀엽고 까칠하고 발랄한 고양이들이 스위스에서도 서식 중입니다.

임시 집사로 스위스의 작은 동물원에서 만난 고양이 네 마리 아이비, 에두아르도, 프리다 그리고 발리와 동네 고양이들을 렌즈에 담아보았습니다. 부록으로 베른에서 만난 털 뿜 냥이 사진도 함께 실어요!


애교 뿜 뿜 발리 공주

내 이름은 발리. 지금은 이 세상에 없지만 스위스에서 사는 동안 행복했다 냥~
교통사고만 안 났어도 스위스의 작은 동물원에서 엄마랑 언니, 그리고 마야랑 크리스티안이랑 여전히 재밌게 살았을 텐데 아쉽다냥... 그렇지만 고양이 별도 좋다옹~!
내가 이쁜 건 나도 알지만... 거참 잠 못 자게 사진 계속 찍네. (공주는 잠 못 이루고...)


결국 눈을 감는 발리 공주.

발리는 순하고 특별한 고양이였어요. 고양이의 자존심인 배를 홀랑 뒤집어 까며 마음껏 만지도록 허락해주었으니까요! 발리를 공주라고 부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모시던 임시 집사는 틈만 나면 보여주던 발리의 뱃살에 감격하며 배를 만져드렸습니다. 집사가 배 만지는 걸 너무나 즐기던 특이한 발라당 고양이였지만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고양이는 흔치 않죠!

이봐용 임시 집사! 내 뱃짤 좀 만져봐요옹~ 하며 친히 배를 발랑 까보이던 자존심 없는 고영희 씨.

그랬던 그녀가, 그렇게 상냥하고, 다정하고, 애교 많던 그녀가 사라졌습니다. 가출을 한 것인지, 길을 잃은 것인지, 사고가 난 것인지, 누가 납치해간 건지 온갖 걱정을 하며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 온 동네를 샅샅이 뒤지며 찾아다녔지만 행방이 묘연하더니 어느 날 아침 결국 귀가한 그녀.

사흘 만에 귀가한 꾀죄죄한 발리의 회색털.

사흘이나 가출을 감행했던 발칙한 발리 공주가 돌아왔습니다. 온몸에서 노숙자 냄새를 풍기고 하얗게 빛나던 털은 온데간데없이 회색으로 변해버린 공주의 모습에 무척이나 놀랐지만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하며 밥을 먹였고 발리는 걸신이라도 들린 듯 허겁지겁 식사를 했어요. 회색 공주는 그간 무슨 무서운 일을 당했는지 돌아온 후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고 며칠 동안 집에서 꼼짝 않고 집순이로 살았답니다. 


눈 그렇게 뜨고 누굴 유혹하나요?
그리운 저 하얀 찹쌀떡~~
찹쌀떡으로 콩콩 찍어 만든 곰돌이 발자국


겁이 많고 예민한 프리다 언니

나는 프리다. 발리의 언니. 까칠하고 예민하니 조심하라옹. 끝.
프리다와 아이비



어디론가 사라진 에두아르도.

처음 자원봉사할 때 만나고 그 뒤로는 실종돼 만날 수 없어 아쉬운 에두아르도는 숫 컷인만큼 모험심이 강해 틈만 나면 멀리까지 출타 나갔다 돌아오는 일이 생기고, 오랫동안 집에 오지 않는 날이 잦아지더니 한 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마야와 크리스티안은 산속을 누비며 에두아르도를 찾아 헤맸다고 해요. 결국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고, 여우에게 잡아먹혔을 가능성이 높다며 슬퍼하는 두 분을 위로하려 에두아르도를 그려드렸어요.


종이 위에 펜. 2018

엄마 고양이 아이비.

엄마 고양이 아이비. 하트무늬가 몸에 있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지만 승질나면 할퀴어버리는 까칠냥
크리스티안이 자랑스러워하던 아이비의 하트무늬
아이비와 매일 키스를 나누던 크리스티안.

세 고양이 발리, 프리다, 에두아르도의 엄마 아이비는 크리스티안의 최고의 친구로 매일 둘은 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의식처럼 얼굴을 비벼대며 키스를 하는데요, 제가 임시 집사로 있을 동안 아이비가 몇 번을 제게도 시도하기에 감히 거절할 수 없어 얼떨결에 손과 얼굴을 내드렸지만 키스타임 후 온 얼굴에 들러붙은 털들을 떼어내느라 살짝 난감했어요. 지성피부인 제 얼굴에서 퐁퐁 샘솟는 개기름이 돌돌이 기능을 하며 털들을 흡착한 것이었죠. 크리스티안은 이 짓을 어떻게 매일 할까요? 개기름이 없어서 가능한가요? 털은 둘째치고 비벼대다가 맘에 안 든다고 냥냥 펀치로 싸다구 후려치고도 남을 까칠한 아이비인데 대단합니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 - 개와 고양이를 먹는 스위스 산골 사람들

"난 개고기 먹는 것에 찬성이야. 개를 먹어 없애야 내가 싫어하는 개들이 좀 없어지지."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열린 사고를 지닌 크리스티안이 언젠가 장난식으로 개고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 적이 있었어요. 개를 먹는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를 존중한다는 뜻이었죠. 스위스 루체른 산골지방에서는 예전부터 개와 고양이를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고기가 귀한 곳인 만큼 개와 고양이를 소나 돼지처럼 먹어왔던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이웃집 돼랑이

얼굴이 크면 클수록 미남이야. 고양이 세계에선 그래.

고양이 전용 문이 달려있는 피터의 방으로 심심하면 들어와서 애들 밥 훔쳐먹던 동네 뚱냥이. 호랑이 줄무늬가 있는 저 이웃 고양이를 마야는 티거라고 부르며 귀여워했고, 크리스티안은 꼴 보기 싫다며 쫓아내기에 바빴습니다. 알고 보니 아저씨의 소지품에 저 녀석이 영역표시를 해놓고 도망갔다고 해요. 밥 도둑질하는 것도 모자라 오줌까지 싸놓고, 아저씨가 가장 아끼는 피아노 위에서 육중한 몸으로 그루밍하는 돼랑이(돼지+호랑이)를 보며 세상에 저렇게 얼굴에 철판깐 고양이는 처음 보겠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어느 순간 천연덕스럽게 들어와 남의 사료를 까드득 까드득 씹어대는 그 뻔뻔한 모습에 처음엔 웃음만 났어요. 그러다 우리 고양이들이 돼랑이를 불편해하는 걸 보고 아무리 귀여워도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쫓아내기를 수십 번. 쫓겨나도 다시 들어와 언제 그랬냐는 듯 벌러덩 누워 자는 돼랑이. 능구렁이 잡아드셨어요? 어쩜 저리 능청스러울까?

"왜 왔어?"

물어보면

'아잉 누님 왜 이러셔~ 다 알면서!'

하는 눈빛으로 여우짓을 하는데 그 모습이 흡사 밉지 않은 제비족 같아 어처구니없어 웃기만 했죠. 그러다 이 고양이가 자는 틈을 타 렌즈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 순간 다리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 가슴이 아파왔어요. 어쩌다 부러진 건지 뒷다리 털을 밀고 꿰맨 자국이 보였고 그 자리엔 까만 실밥이 남아있었습니다. 돼랑이가 환자인걸 알고 보니 쫓아냈던 게 너무 미안해서 그때부터 더 잘해주게 되었고, 저는 어느새 이 녀석이 배 위로 올라와 골골거리고 휴식을 취하게 된 집사가 되어있었죠.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옆으로 슬그머니 와서 음악 감상을 하다가 자기도 쳐보겠다며 건반 위로 점프해 마음껏 발 연주하던 재미있는 고양이. 턱이나 머리를 만져주면 갖은 애교를 부리며 행복해하던 귀여운 고양이. 말을 걸면 세상 달달한 눈빛으로 게슴츠레 쳐다보며 '누님, 제비 한 마리 키우시죠.' 하고 말하는 것 같던 능글 냥이. 정말 좋아했지만 본명도 모른 채 호랑이나 돼랑이로 부르던 그 이웃집 고양이가 작년에 이사를 갔다고 하네요. 지금은 스위스 어느 지방에서 또 누구의 밥을 훔쳐먹으며 살을 찌우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털을 밀고 꿰맨 자국이 선명한 뒷다리와 예쁜 테디베어 발바닥!
숨막히도록 예쁜 테디베어가 박혀 있는 젤리 발바닥을 지닌 돼랑이
피아노의자위에 늘어진 뚱뚱한 돼지 호랑이의 낮잠
두툼한 앞발과 꼬옥 감은 긴 눈이 너무 귀여운 티거



괴도 루팡 또는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 같은 마스크의 흑백냥. 데칼코마니 같은 색 분배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습니다. 그 매력을 찬양하며 열심히 쓰다듬다 보니 해가 졌어요.
잘 있어 검은 망토 입은 루팡! 해 질 녘 괴도 루팡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동네 산책에 나섰습니다.



베른에서 만난 털 뿜뿜냥 두 마리

알고보니 두마리 쌍둥이 냥
이건 아무래도 털과 살의 콜라보 같죠? 참 푸짐~하다!
볕이 따뜻해서 광합성하기에 딱이던 길바닥. 내 그림자와도 한컷.


크리스티안이 찍어준 사진들

튤립밭에서 만난 아이비
나의 키스를 거부하던 아이비냥.


지금까지 만난 고양이들을 그렸습니다. 냥초상화 모음. 종이위에 연필, 펜드로잉 및 수채화. 노니그림


더 많은 그림보러 놀러오세요~

https://www.instagram.com/nonichoi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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