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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yking Oct 27. 2021

사라지는 시간에 대한 한탄


피로한 날이 이어졌다.


매일같이 깜빡이는 눈이지만

피로한 날들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나는 시간이동을 하였다.


좀 전까지 분명히 도착지까지 아직 두어 정거장 남아 있었는데

눈을 감았다 뜨니 이미 내가 내릴 정류장에서 문이 닫히고 있었다.

출근길에도 그랬고, 퇴근길에도 마찬가지 일들이 벌어졌다.

그럴 때마다 허둥지둥 허공에 던지듯 다급히 사과를 하며 급히 내린다.

그리고 이내, 당황함에 눌려 미처 느끼지 못했던 몸상태가 느껴진다.


누군가 자꾸만 내 시간을 없애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기억 상실에 걸려버린 것 같기도 하다.

노곤함에 이동하는 발걸음이 힘겹다.

나는 힘겨워하고 있었다.






휴식을 가졌다.


모쪼록 나에게 주어진 반나절을 찬란히 보내고 싶어

좋아하는 책을 들고 혼자 카페에 앉았다.

그러나 다시 눈꺼풀의 못된 장난이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구절을 읽고 또 읽었지만 방금 무엇을 읽었나 알 수 없었다.

글을 읽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좀 더 자극적인 감각을 느끼기로 하고 영상을 시청했다.

11분짜리 영상을 세 번이나 다시 보았지만 계속하여 사라지는 시간, 잃어버리는 기억에

결국 무슨 내용을 보았는지 알 수 없었다.


책을 읽은 시간이 사라졌다.

영상을 본 시간도 자꾸만 사라졌다.


지는 해는 시간이동을 말해주었고, 나의 자유시간은 이내 바닥이 났다.

사라지는 시간들이 너무나 속상했다.

여유를 소중하게 담아내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노곤한 이 몸의 아까운 이 시간은 자꾸만 사라졌다.

편안하게 나의 시간을 붙잡을 날이 어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수요일 오후에 글을 쓴다.

아니 아직 수요일이라니. 믿을 수 없다.

나의 시간은 대체 얼마나, 어디까지 더 사라져야 하는 것인가?

나는 중간 즈음 와있는 것일까? 사라지는 시간들의 중간 어디 즈음.

내 인생에서 오늘 하루 역시 중간 즈음에 와있을까? 이렇게 사라지는 하루는 한 평생의 중간 어디 즈음인가.


나른한 일요일 오후, 햇살 아래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기다린다.

그러나 일생의 ‘나른한 일요일 오후’란 어디 즈음에 있는가?

피로라는 시간 도둑으로부터 벗어나는 그때는 어디 즈음에 있는가?


그래도 글을 쓴다는 것은 다행히 시간을 붙잡아냈다는 증거다.

지금이 사라지는 시간들의 어디 즈음인지 몰라서, 나는 글로 사라지는 시간을 붙잡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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