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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Oct 25. 2017

인간은 영적인 존재, 음악은 영적인 것

음악과 함께 생명으로

    어느 곳에 있든지 내가 교회를 친근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그 곳에 가면 늘 피아노가 있기 때문이다. 신학대학교의 중요한 수업 중 하나가 음악이라고 한다. 전도를 위해 주변이 척박한 개척교회에 가게될 수도 있는 특성상 피아노나 반주자가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더라도 사역자가 찬송가를 선창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실 근처에서 성공회 교회를 보고  들어가볼 용기를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피아노연습을 할 수 있을만한 학원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포기하던 올 봄 즈음, 용기를 내어 교회문을 두드려보게 되었다.


    성공회 교회는 처음 들어가보았는데 일반 교회와 성당의 중간 즈음 되는 느낌이었다. 소박하며 경건한 느낌의 본당중앙에는 십자가 예수님이 계시고 좌측에 오르간과 피아노가 나란히 있었다.  교회 내에 있는 총 세 대의 피아노는 본당과 본당 2층의 합창연습실 그리고 지하1층 예배당에 있었다.


     부제님을 뵙고는, 어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이 근처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인데 시간 날 때 잠깐씩 방문하여 피아노연습을 해도 괜찮은지 여쭈었다. 부제님은 목사님께 여쭈어보시고 연락주신다고 하셨다. 부제님은 다음날 연락주셔서 먼저 피아노가 조율 등이 잘 되어있는지 연습에도 괜찮을런지 보아야하지 않겠냐며 친절히 보여주셨고, 목사님께서는 시간되면 와서 연습해도 좋다고 말씀을 주셨다.

   

   사무실에 일찍 출근할 때는 7시 정도가 된다. 일찍 출근하는 날 오전 업무까지 시간여유가 있으면 잠시 본당에 들러 20분이라도 연습을 한다. 점심 시간에는 거의 12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느라 햇빛을 못 받기 때문에 밖에서 식사 후 짬을 내어 잠시 연습을 하곤 한다. 스케일과 아르페지오는 악보 없이도 가능하고 몇몇 외우는 곡들은 한 번 외웠더라도 연습하지 않으면 금새 잊혀지기 쉽기 때문에 또 연습해본다. 필요한 악보를 안 가져온 경우에는 휴대폰을 이용해 찾아보며 연습하기도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목사님을 뵙게 되어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목사님께서는 4월 부활절 즈음 처음 인사하던 내가 연습을 한다면 얼마나 꾸준히 오래 하게 될 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승낙하셨다고 하셨다. 그런데 의외로 꾸준히 오는 모습에 참 열심이라고 생각하셨단다.  음악대학원도 가고 청중들 앞에서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격려해주신다. 더불어, 음악을 꾸준히 하는 일은 영적인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내 삶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시며 꼭 청중들 앞에서 하는 연주경험을 통해 더 음악을 배우고 나누게 된다면 좋겠다고 격려해주셨다.



    

    그동안 사회에서 살아가야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기에 경제활동에 도움이 될법한 것들을 많이 배워왔다. 컴퓨터보안, 경제, 부동산, 외국어 등 교육여건이 닿는 한 몸값을 높이고자, 스스로 불안하지 않고자 늘 배워왔다. 수료, 취득, 몇 점 등 이력서에 한 줄을 늘릴 수 있는 것 위주로 해왔고, 그 분야에서 얕게라도 대화가 통할 정도라고는 인식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배우는 피아노는 그런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물론 피상적으로는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이력서에 한 줄이 늘어나게 되겠지만 내 연습과  연주실력향상이라는 부분은 오롯이 나 자신의 문제이고 굳이 드러내보일 일도 많지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대개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저 위대한 작곡가들에게조차 쉬이 허락되지 않던 일이었으니 이것을 아마추어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삼기엔 터무니 없이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하는 것은 경제활동과는 전혀 연관없는 일이면서,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일이니 어쩌면 여유없이 바삐 사는 현대인의 생활 중에 최고로 사치스러운 일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피아노를 고수할 수 밖에 없던 일.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겪어낼 때마다 피아노를 찾곤 했던 일. 그것은 나도 이유를 찾지 못했던 하나의 현상이었다. 그런데 오늘 목사님의 말씀 중에서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아차리게 된 것 같았다.


   영적인 존재.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경제활동이 아니라 그 당시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꼭 해야만 했던 생명활동이었기 때문이다.

    피아노 연습을 하고 음악을 배우면서, 경제활동 중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 속에 처해지더라도 스스로 심신을 치유하고 복구하며 내면을 잘 조절해나갔던 것이 아니었을까. 내게는 음악이 그것이었고 어릴 때 배웠던 피아노가 훌륭한 테라피스트가 되어주었던 것이 아니었나 곰곰히 생각해본다.                 


    

   경제활동을 하며 음악을 진지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생명활동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일과 중 짬을 내 잠시라도 피아노연습을 할 수 있게 된 일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지나가던 낯선 이가 찾아와 부탁드린 일에 기꺼이 허락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사역자님들의 배려와 조용히 지켜보아주심이 감사하다. 음악을 하는 일은 일종의 구도자의 길이 아닐까 한다. 음악을 통해 내 영을 지키고 고양할 수 있는 길을 앞으로도 끊임없이 꾸준히 탐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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