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ical Studies for the Piano
이 책은 클라라 선생님께 추천을 받아 연습중인 교재이다. 플레디 라는 분은 1800년대의 미국인이며 음악 교사로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시던 분으로, 책은 딱 두 권만 펴내셨다.
사실 이런 종류의 손가락 연습을 위한 책은 무척 많다. 체르니, 하농을 비롯 리스트가 연습하던 책도 있는데 리스트의 연습을 듣던 한 사람은 그 다양한 연습법과 노력에 '저렇게 잘 치는 사람도 이렇게까지 연습을 해서 만들어지는거구나' 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사실 이런 연습곡이 보여주는 수많은 음표는 금방 사람을 질리게 만들기 때문에 한 번 열어보기만 해도 바로 책을 덮어버리고 싶어진다. 그러나 하기 싫어도 차근차근 이러한 연습곡을 꾸준히 연습한 후 곡을 대하게 되면 확실히 내 스스로 차이가 느껴진다. 곡연습을 아무리 해도 해결이 안되던 부분이 있는데 이런 손가락 연습곡을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가능해지는 부분, 그 때는 험하고 어려운 순간을 겪은 이후 예쁜 꽃을 피우는 꽃의 개화에 비유할 수 있을까.
음악교사이던 플레디 씨가 피아노 테크닉을 위해 쓴 이 연습곡의 서문을 차분히 읽어보면 학생들의 연습방법에 개탄하는 모습 그리고 곡만 많이 연습하기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긴 하지만 테크닉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며 결국은 그것이 곡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지름길 이라고 말한다.
책의 1부는 Exercise without moving the Hand 라는 제목인데 손을 움직이지 않는 연습으로 손의 이동이 없이 다섯손가락의 움직임으로 음을 치는 것이다. 계명으로 비유하자면도레미파솔 만으로 하는 양손연습이다. C major의 흰건반 도레미파솔은 수월하나 12개의 조성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쳐보면 단순한 연습이 아님을 알게될 것이다.
1번부터 80번까지의 구성으로 11번까지 나오는 음표 두 개의 반복 즉 두 개 손가락의 연습은 기본박을 매우 느리게 연습하면서 첫 페이지 아래쪽의 리듬분할 연습을 같이 하며 리듬을 익히면 좋다. 리듬분할은 16분 음표가 나오는 d 까지로 연습하면 이것이 바로 트릴 연습이다.
12번부터 35번까지는 세 손가락부터 다섯 손가락 연습이다. 손가락 근육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보며 잘 느끼고 반드시 나의 소리를 들으며 소리가 고르게 나고 있는지 체크하면서 양이 아니라 질적인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양적 연습도 중요하다. 양적 연습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가운데 질적 연습을 언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 손가락은 크기도 길이도 모양도 힘도 각각 다르며 사람마다 다르다. 또한 손가락을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한다는 것은 신체구조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각없이 건반을 치며 연습하면 반드시 튀는 소리 크고 작은 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고르고 지속적인 소리,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듯이 소리가 나려면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듣는 소리에 연주하는 음이 고르게 잘 이어지며 날 수 있도록 손가락의 힘을 조절하고 한 음에서 다음 음으로 연결될 때 서로 무관한 음처럼 치지 않도록, 아무 생각없이 때려치는 느낌으로 치지 않도록 연습 시에 많이 신경쓰며 연습한다.
36번부터 41번까지 악보대로 조금 빠르게 연주해보면 좋고, 42번부터 58번까지는 조성이 각각 바뀌며 리듬과 음도 조금씩 변형된다. 이 한 마디 한 마디 들을 연습할 때에 그냥 연습곡이려니 하며 음표대로 치기에 급급하지 않도록 한다. 한 마디 혹은 두 마디로 이루어진 노래라고 생각하며 성악가처럼 따라 불러보고, 성악가처럼 숨을 끊지 않고 이어지며 노래부른다. 그리고 이와 같이 멜로디를 연주해본다.
연습을 하다보면 각 조성마다 받게되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된다. 또 길지않은 멜로디이나 어느 유명한 곡에서 들어봤던 것 같은 멜로디도 느껴진다. 연습용의 멜로디라고 하지만 어떤 곡들의 중요한 또는 지나가는 구성 중의 일부가 될 수도 있을 연습이라는 생각이다. 연습 중에 이런 다양한 생각들과 느낌들을 정리하며 차분히 해 나아가면 좋겠다.
이 연습곡을 퇴근 후 사일런트 피아노로 연습하다가 꾸벅 꾸벅 졸기도 했다고 클라라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웃으신다. 그러시며 레슨 때 바로 이 연습곡들의 아름다움을 말씀하신다. 졸 수가 없는 멜로디라고 하신다.
"지도 편달" 의 한자어를 찾아보라고 하셔서 찾아보니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여 목표에 도달하게 한다는 뜻의 '편달'일 줄이야!
늘 경각심을 주시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게 만드시는 호랑이 선생님, 클라라 선생님의 매력과 불호령에 포옥 빠져서, 피아노 연습 때 맨 처음 펼치는 책이 된 플레디 연습곡.
빼곡한 음표에 겁먹지 않고, 순서붙인 번호마다 단순한 손가락 연습곡이 아닌 아름다운 음악의 일부로 생각하며 차근차근 연습해야겠다.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나도 모르는 사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날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