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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Dec 04. 2017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내 생활 곳곳에서 떠올리게 되는 가르침

    금요일 퇴근 이후 클라라 선생님께 레슨을 받고 집에 가면 자정이 훌쩍 넘어있다. 그리고 토요일에 문화센터에서 성인분들 레슨을 하는데 이렇게 3개월을 보내고 나니 너무 힘이 들어 레슨시간을 다른 요일로 변경하게 되고 그 첫 날이 오늘이다.

 

    불호령같은 레슨, 눈물 뚝뚝 흘리게 하는 레슨, "상처받으라고 하는 말이야, 상처받고 내게 대한 복수심에 더 잘 하라고, 그 때가 되면, 네가 진정 음악을 들려주는 날이 와서 '그 땐 내가 미안했다.' 소리를 하게 만들어 달라구."


   마흔이 훌쩍 넘긴 나이, 다 클 대로 컸다고 제 깜냥에 겨워 사는 나를 울게 만드시는 선생님의 능력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변화가 쉽지 않은 내 모습도 답답하다.


    선생님이 주시는 레슨은 참으로 간단하다.

     "깨어있으라."

     회사 업무를 마치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영혼이 빠져나간 느낌에 유령처럼 멍하니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당연히 혼난다.

      

     "노래하라"

      모든 곡은 멜로디, 노래하듯 연주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손가락의 사용에 있어 목소리를 사용하듯 음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묘한 차이도 감지할 수 있도록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듣게 되는 또 하나는 " 좀 들어라." 주의깊게, 건성으로 들으면 안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연주할 때 나오는 소리는 그냥 연주할 때와는 커다란 차이가 난다" 는 말씀..



    아이의 목욕을 돕고 잠자리를 보아준다. 머리를 말리지도 않고 혼자 건성으로 바르는 얼굴크림. 드라이기로 구석구석 말려주고 크림도 챙겨 얼굴과 손에 꼼꼼히 발라준다. 엊그제 퇴근 후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손을 잡아주고 나오는데 거칠었던 손을 생각하며.


    당연하고 별거없는 일상, 갑자기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 한 음 한 음에 정성을 다하여 " 크림을 바르고 머리를 말리는 늘 해주던 일,  오늘따라 그 일이 너무나 아쉽고 마음아프게 다가오니 늘 이런 저런 일로 바쁘다며 함께하지 못했던 아쉬운 시간들이 떠올라서였나보다.      


    피아노 위에서 한 음 한 음 정성들여 소리내라 하시던 선생님, 아이를 만지는 손길과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에 오늘 더욱 사랑을, 정성을 다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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