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일본에 대해 가장 불가항력적인 모순된 마음을 느끼게 하는 하나가 '만화'와 '애니메이션' 분야가 아닐까 한다.
<신의 물방울> 같은 와인 만화, <갤러리 페이크> 같은 미술 만화를 비롯, 외교관계에 대한 <대사각하의 요리사> 라든지 <미스터 초밥왕> 같은 요리전문 만화도 훌륭한데, 오늘 소개할 만화는 음악관련 만화이다. 음악에 관련된 일본 만화 중에는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진 <노다메 칸타빌레> 가 있고, 쇼팽콩쿨을 소재로 하여 숲의 피아노를 연주하던 '카이'의 이야기 <피아노의 숲>도 참 좋은 작품이다.
오늘 소개하고자하는 만화는 <피아노 벌레 :천재 조율사 히루타> 라는 만화이다. 특이하게도 이 만화는 지금 1화씩 번역되어 웹에 올려지고 있어 쉽게 찾아읽을 수 있는 중이다.
조율공부를 하긴 했지만 언제 실기자격증을 딸 수 있을 지 모르는 내게 만화 속 조율전문가적 소견과 조율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을 끄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조율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더라도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가 이 작품을 읽으며 즐겨보던 의학미드 <닥터 하우스>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수많은 의학미드 중에서도 <닥터 하우스> 가 특히 끌린 이유는, 중학교 즈음부터 좋아하게 된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하는 하우스 박사의 면모 때문이었다. 홈즈에게 왓슨이 있듯이 하우스에게는 윌슨이 있고, 홈즈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대신 하우스는 피아노를 연주한다. 괴팍한 성격과 비상한 머리가 닮았고 둘 다 독신이며 둘 다 찾기 어려운 사건의 범인을 찾거나, 수수께끼같은 병의 원인을 찾아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피아노 조율사인 히루타도 피아노 소리를 고치는 피아노 명의로 본다면, 그들과 같은 선상에 놓아도 충분해지는 것이다.
이야기도 위 두 작품의 특성과 같이 유닛으로 이루어져 매 화 새로운 조율의뢰인이 있거나 조율과 관련된 새로운 에피소드로 채워지면서 독자들은 히루타 라는 조율사에 대해 하나씩 알아지게 된다.
현재 63화까지 나와있으며 무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에는 36화까지 볼 수 있다. 피아노조율사의 세계와 피아노 조율에 대해 알게 되고 조율을 의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피아노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니, 그 무궁무진한 이야기들 속에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소개를 마치고,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볼 때 느끼는 감정과 바램을 털어놓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렇게 좋은 만화들을 창작하는 일본인들이, 2차 대전의 전범이지만 진심으로 반성하는 삶을 살고있는 독일인들처럼 역사 앞에 진실된 사과와 반성 및 재발방지 약속을 한다면, 이 애증섞인 마음으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마음이 많이 달래어질텐데...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또 다른 면모들을 서로 매칭하기 어려워 어리둥절한 마음을 갖고 책을 읽어야하는 애증섞인 마음을 진정 책 읽는 기쁨으로 감사할 터인데.."
늘 갖는 나의 바램이다. 그저 작품에 만족하고 감사하기로 하나, 혹시나 바랄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