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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Mar 27. 2018

이언 매큐언 의 칠드런 액트 를 읽고..

HEARTBREAKING...  

  책과 음악.

  어릴 때부터 취미란에는 짐짓 무언가 있어보이는 듯 '독서' 라고만 줄곧 적어왔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초등학교 2학년 즈음 취미라는 단어가 무언지도 잘 모를 적에 학교에 무언가 적어내야했던 서류가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께 물어보고는 어머니가 적어주신 내용대로 받아옮겼던 것이 그냥 그대로 내 진짜 취미가 되어버렸다.

 

  지지난 주말, 이언 매큐언 작 <칠드런 액트> 를 읽은 후 아직 결말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마음이 미묘한 상태가 계속되는 듯 하다. 사둔지는 한참 전이나 책의 시작이 지루한 느낌이라 여러 번 손을 놓았다 다시 잡기를 반복했었다. 읽던 중간에 책을 분실하였는데 한참 주인공의 피아노 연주 연습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참지 못하고  e북을 다운받아 평온히 결말로 향하게 되었다. 참 아름다웠다. 주인공이 살려낸 아이는 건강을 회복해 학교생활을 하고있고 주인공은 연주회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평화로웠다. 일요일 밤 조용한 불빛 아래 침대에 엎드려 책장을 넘기며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회복될 주인공들을 기다렸다. 그러나 책은, 마치 잘 연주 중이던 그랜드 피아노 위로 천정에서 떨어진 샹들리에로 엉망이 된 연주회장을... 아니,  피아노는 여전히 연주중이지만 한순간 듣는 이들의 귀가 모두 들리지 않게되어버리는 연주회장의 풍경을 느끼게 했고. 나 또한 그대로 진공상태로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은 출근해야했고,  열흘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어떻게 내 마음을 추스릴까 늘 생각해왔던 것을 깨달으며, 오랜만에 글을 그려본다.

   

    참... 어렵다. 젊고 섬세한, 때묻지않은 순결함에 어린 열정이란... 지나온 나날의 굴레에 여전히 매인 지극히 사회적이고 이성적이어야하는 그녀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이런 방식이어야만 했을까.

    

    판사인 그녀가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할 트라우마가 하나 추가되었다. 아니, 이전의 샴 쌍동이 분리 수술건의 연장선상에 그가 있다. 타인의 삶에 깊이 관여하여 판결을 내려야하는 그녀가 가진 직업적 숙명일 뿐이나, 과연 그녀가 잘 견디고 버텨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를 다시 살리게함에 음악이 있었듯이, 그녀가 버티고 견디게 하는 힘의 근원에 바로 음악이 함께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생각이 여기에 다다른 지금, 난 비로소 열흘간 부유했던 미묘한 진공상태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지난주 다시 구입한 종이책 <칠드런 액트>, 이번엔 마음 단단히 먹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작해봐야겠다. 또 다시 Heartbreaking 되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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