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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Apr 25. 2018

마르틴 슈타트펠트 피아노 리사이틀

육체와 정신을 씻어주는 소리의 경험



  오랜만이다, 예술의 전당


미세미세 앱에서 그리도 공기가 좋다는 날이었다. 비온 뒤 청명한 바람을 느끼며 예술의 전당에 도착했다.

 

  음악당과 미술관 사이 1층 무인주차공간이 제일 선호하는 주차장이다. 나즈막한 언덕을 오르니 봄 같기도 가을 같기도 한 푸르름.

 언덕을 올라와 코너를 도니 푸드트럭 옆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종종 보이던 고양이들, 좀 큰 듯 싶었다. 가까이 다가서는 나를 보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도망가지도 않는 녀석들을 보며 언뜻 부러운 마음이 스쳐가기에 얼른 미술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림 : 미술관 옆 아트샵

   아트샵에서 오천원을 주고 고흐의 <밤의 까페에서> 가 그려진 마우스 패드를 구입했다. 제목을 알 수 없는 꽃그림이 참 마음에 들어 가격을 물으니 삼만 구천원이란다. 고흐의 까페 그림은 칠만 구천원. 마음에 드는 두 그림을 마음 속에 오래 남기고 아트샵을 나왔다.

   

    그동안 그림은 문외한이고 관심도 없었지만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꾸준히 그림서적은 읽어왔다. 예술의 전당에 올 때마다 열려진 전시회는 빠짐없이 훑어보기도 했지만 수년간 읽고 보아도 여전히 잘 모르겠더랬다. 계속 그렇게 지내다 올해 어쩐 일인지 그림이 눈에 들어오더니 쨍 하니 마음에 남는 그림들은 곁에 두고 싶어지기도 했다.


    늘상 내 주위에 있어왔지만 이제서야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이라는 것. 그림도 음악도 늘 내 곁을 스쳐가고 있었고 세상 모든 것은 내가 그 의미를 부여함에 존재가치가 있다는 사실, 새삼 다시 깨닫는다.  

생각하는 곰 님의 100동안 필사하기 중 발췌                      그림 한 점, 음악 한 곡, 한 줄의 글, 선율 하나 가 나에게 의미가 되는 순간이 있다.
 대한음악사 : 악보와 음악굿즈

  오랜만에 방문한 대한음악사에서 BWV645, <눈뜨라 부르는 소리 있어> 를 빌헬름 캠프와 부조니 편곡 모두 구입했다. 어려운 악보지만 바흐의 곡 중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 와 이 곡은 잘 연주해보고싶은 꿈이 있다. BWV645는 오르간 위주로 작곡되었기에 피아노 편곡에도 손이 세 개는 되어야 제대로 연주할 수 있을 것처럼 만들어졌다. 피아노로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와 레슨이 필요할 듯 하다.  


   그리고 이 곳에 오면 음악관련 굿즈를 지나칠 수가 없다. 처음엔 책 밖에 없다가 점점 그 종류가 다양해진다. 이번에는 비엔나에서 가져온 악기 미니어쳐가 앙증맞게 예뻐 몇 가지 구입했다.    그랜드 피아노. 업라이트 피아노 와 트럼펫.

    오선을 그리는 볼펜이라든지 보면대에 붙이고 쓰는 자석 연필꽂이라든지, 악기나 음표 열쇠고리, 음표나 높은음자리표 볼펜과 우산 등등 사고싶은 굿즈가 너무너무 많았지만, 다음 번에 왔을 때 더 행복해질 나를 위해 양보하기로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음악분수, 광장의 하늘과 조명과 건물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 내 앞에 펼쳐지는 하늘과 경관에 감탄한다. 이 광경은  언제나 나에게 의미롭다.  광장을 가득 채우는 음악분수 곡은 셀린 디온의 <The Power of Love> 였다. 감미로운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명곡, 이 광경이 너무 아름답다.


    드디어 콘서트홀로

     

        7시 45분. 콘서트홀로 들어가 예매한 표를 교환하고 손에 든 짐을 보관했다. 팜플랫을 사고 2층 자리에 앉았다.     


      마르틴 슈타트펠트(Martin Stadtfeld)는 1980년생으로,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져있다. 국내에 그리 인기있는 연주자는 아닌 듯 하나 최근 클래식 FM에서 여러 번 소개하였고 소개를 들을수록 궁금해져 마침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연주는 최고였다. 바흐를 연주한 60여분이 꿈처럼 지나갔다.  며칠째 긴장과 스트레스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고, 연주를 보러오기 얼마 전에 들은 집안 소식으로 마음은 한없이 갑갑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연주를 듣는 동안 긴장과 불안이 사라지고 몸의 피로마저 편안히 풀리는 경험을 했다. 연주하며 느낀 모든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보고 싶기도 하고 아니고 싶기도 한 마음..  


   그의 바흐 연주는 한마디로 '씻김'이었다. 비오고 청명해진 공기와 바람도, 예술의 전당의 저녁하늘과 조명도,  오페라하우스와 음악당 처마지붕의 어우러짐도.. 그의 음악 안에서 모두 싱그럽고 평안했다.


     그는 상당히 큰 키의 소유자. 바흐곡으로 1부를 마친 그는 명상으로부터 겸손히 일어나 깊이 인사했고 열광적인 세 번의 커튼콜에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다. 세 번째 나왔던 그가 들어가고 문이 닫히자 난 1층 음악사로 달려가 그의 베스트앨범을 구했다.


    2부.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연주한 후 일어선 그를 향한 브라보 와 앵콜, 박수갈채는 끊이지 않았다.

    그는 앵콜곡으로 두 곡을 연주했다. 폭풍이 휘몰아치듯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감 있는, 88개 건반을 전부 쓰는 현대곡 한 곡과 명상적인 소품 하나.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바흐를 아끼고 사랑하고 연구하며 연주하는 명상적인 그의 모습이 너무 감사하다. 다시 그의 연주회를 기다려본다. 그의 음반을 들으며 내한을 기다리다 보면 그 기다림조차 의미있는 행복일 것이다.

평균율 앨범(2009)감상평 from 멜론

P.S. 블로그 이웃의 감상평 링크합니다.

마르틴 슈타트펠트 피아노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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