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퇴근길, 라디오를 들으며 빠져보는 단상
어제는 종일 콩당콩당 마음이 바쁜 날이었다. 오전 에는 회사에서 제일 높으신 분이 다녀가시고 저녁에도 높은 분과 식사를 했던 날.
꽤 좋다는 중국집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타고 나서는 길,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라디오에서 기타선율이 흐르니 날씨와 잘 어울렸다. 그리고 다음곡은 조용필의 <돌아오지 않는 강> , 이후 다음곡은 과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곡이다 했더니 누군가 채은옥 의 <빗물> 이라고 하신다.
아 노래 좋다. 그런데 너무 과하다는 느낌은 어찌할 수 없다. 감정을 최대한 살려서 목소리에 싣고 실어서 떨리고 떨려서 울리고 울려서... 이 시절의 곡을 부르는 창법은 그러했던 것 같다. 퇴근길 겨울비만큼 추적추적거리는 느낌, 어이할까나.. 이 노래들도 과연 어른들의 10대와 20대를 관통하던 히트곡이었을 터인데, 조금 뒤에 태어났다고 이런 생각을 가지다니 다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까지 미치다보면 향후 10년 즈음 뒤 우리 후세대들과 노래방에 갔을 때, 우리 시대의 유행음악이었다며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현진영고 진영고 를 외친다거나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춤을 추는 모습을 본다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도 잠시 궁금해지게 되는 것이다.
하여간 추적거리는 비 만큼이나 추적거리던 그 때의 창법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때에 비하면 지금의 느낌은 조금 '쿨' 하다고나 할까. 쉽게 말하자면 조용필님이 몇년 전 낸 Hello 앨범에서의 창법을 생각해보면 되겠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는 패티김 님의 50주년 기념앨범이다. 2008년 이 때 부르는 <이별>의 느낌과 예전의 느낌은 정말 다르다. 이 앨범에서 새로 선보이신 두 곡은 이 분의 느낌과 감성을 살리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으며 요즈음의 감성도 사로잡았다.
또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가 조용필 님의 <꿈>인데, 40주년 콘서트에서의 느낌과 45주년 콘서트에서 부르시는 느낌이 또 다르다.
열아홉번 째 앨범인 Hello 에서의 곡과 창법은 또 어떠한지!
멋지고 멋지다. 최고의 젊은 시니어분들이다. 이 분들은 옛부터 노래를 불러오셨다 하여 늘 거기에 머무는 분들이 아니기에 고전의 영감과 현대의 기법을 아울러 그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하여 감동을 주는 것이다. 진정한 아티스트는 머무르지 않고 멈추지 않는다. 늘 새롭게 받아들이고 성장하고 창조한다.
우리가 듣고 말하는, 음악과 이야기는 늘 공기 중에 떠돈다. 신이 이 세상 모든 것에 깃들어있는 이 곳이 천국이고, 똑같이 생긴 곳 어디에도 신이 깃들어있지 않는 그곳은 지옥이듯이. 음악과 이야기를 갖지 못하는 그 곳은 지옥과 다를 바 없다.
옛 노래 중에는 멋진 곡들이 참으로 많았다. 음악을 진정 사랑하고 만드실 수 있는 멋진 가수분들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민해경님, 나미 님, 그 외 훌륭한 대중가요 가수분들, 그 분들이 계속 작업하고 새로운 곡을 만드셔서 용필오빠, 패티언니 못지 않은 좋은 앨범을 우리에게 선물해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 내리는 퇴근길, 중국집으로 향하며 잠시 단상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