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존회로는 음악을 필요로 하여..
새해 결심으로 올해 10월에 ABRSM 8급 피아노 실기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제작년 봄에 이론 5급 시험 합격 후 가을에 시험삼아 6급 실기를 패스했다. 8급 실기의 경우 이 시험을 패스하면 '음악대학 입학가능수준' 정도 된다는 대외인정기준이니 패스를 목표로 내 수준을 확인하고, 나 스스로 만족감을 얻고 싶은 마음이다.
늘 생각하지만 음악을 하는 것은 도 닦는 일이라고 본다. 참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이 어떤 일에 소질이 있든 없든간에 여건이 되든 되지 않던간에, 굳이 돈이 되어 물질적인 생존활동에 반드시 필요치 않은 그 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생존회로가 그것을 필요로 하기에 다가서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그것이 체육(운동)이 될 수도 있고 그림(미술)이 될 수도 있고 음악(악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게는 음악이다. 그래서 어렵지만 도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내가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낼 때 늘 찾게 되는 음악을 공부하고자, 지난 3년간 백석예술대학 평생교육원을 다녔다. 그리고 학교 공부와 더불어 레슨 선생님께 ABRSM 을 소개받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시스템에 반해 꾸준히 자격시험을 보기로 결심했다.
ABRSM 시험은 봄과 가을, 일년에 두 번 있다. 올해 1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함께 가을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차근차근 연습을 할 계획인데, 시창청음, 초견, 스케일과 아르페지오, 연주곡 3곡 완주 라는 네 과정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스케일과 아르페지오 분야이다.
8급에서는 모든 스케일이 다 나오는데, 앞으로 9개월 남은 동안 하루 한 페이지씩 매일 규칙적으로 연습을 반복하기로 계획했다.
직장을 다니느라 시간이 별로 없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어 하루 30분은 연습하기로 했다. 또 내 성격과 생활습관 및 신체리듬을 고려하여 굳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연습하기로 생각지도 않으려 한다. 그저 하루 30분 스케일연습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ABRSM Piano Scales & Arpeggios 책의 서문에는스케일연습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Scale practice plays an essential part in developing a pianist's skills, and time devoted to these exercises within each practice will improve keyboard fluency. Not only can many areas of piano technique be developed through scale practice ( such as posture, hand position, co-ordination, balance between the hands and movement of the arm), but the sense of key and pattern acquirrd through familiarity with scales and arpeggios has several benefits; it speeds up the learning of new pieces, develops evenness of line and quality of tone, builds aural awareness, and increases familiarity with the geography of the piano.
마지막 문구가 시적이다. '우리는 (스케일을 연습함으로) 피아노라는 지형에 익숙해지게 된다.'
8급 스케일&아르페지오 책을 보면 매우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먼저 기본 스케일 전체를 4옥타브로 양손 또는 한손으로 레가토나 스타카토를 다 연습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3도와 6도 스케일을 레가토나 스타카토로 양손으로 연습하게 한다. 예를 들어 3도라면 왼손이 도에서 시작하면 오른손을 3도 위인 미를 첫음으로 스케일을 하는 것이고, 6도라면 오른손이 88건반의 건반의 네번째 도(C4)에서, 왼손은 세번째 미(E3)를 첫음으로 하여 스케일을 한다.
다음으로 양손 따로 3도 화음 스케일을 2옥타브 하데 된다. C major와 B flat major 두 음정에서로 두가지 방법의 핑거링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4옥타브로 반음계씩 전체를 치는 크로마틱 마이너 3도 스케일을 치게 되어있는데, 감독관이 정해주는 음을 시작음으로 한다.
실제 시험시에는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파견된 선생님이 시험감독관으로 오시는데 영어로 말씀하시고 그 지시에 따라 치면 된다. 제작년에 보았던 6급 실기시험의 경험을 말하자면 수험자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매우 편안한 분위기로 대해주셔서 첫 시험에도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연주경험도 감독경험도 많은 전문가 선생님이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시험일정이 정해지면 곧 감독관 선생님의 경력에 대해서도 홈페이지에 올라오는데 대부분 경력이 오랜 전문가분이 오셔서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편이니, 너무 떨지 말고 자신있게 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시험인 10월까지 스케일과 아르페지오를 공부하고 정리하며 한 편씩 글을 올리고자 한다. 직접 피아노를 치고 연습하며 몸으로 감으로 익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론과 함께 정립해가며 익힌다면, 지금은 비록 매우 느리고 더디게 진도가 나가는 듯 보이더라도 후에는 더 큰 발전이 느껴질 것이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천천히 제대로 깊이있게 하나하나 공부하기로 결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