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필가 박신영 Aug 04. 2017

미래의 피아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신 후보생들에게 모형의 지구가 주어진다. 아무 생명도 없던 태고적 시간부터 지구 멸망의 시간까지 그들은 계속 생명체를 만든다. 하루는 바다생물, 하루는 육지의 생물, 또는 광물 등 여러가지를 만드는 데 각자의 역량에 따라 각기 다른 종이 생긴다. 문명의 발전 그리고 소멸, 지구 멸망과 생성의 반복이 17호 지구별까지 가고, 이렇게 끝간데 없이 가는 줄거리에 어떤 결말을 내려는지 슬며시 작가가 걱정스러울 즈음 위트있는 마무리 덕분에 상큼했던 기억의 소설이다.

   

    재미있던 부분은 각 신 후보생들이 만들어내는 생물종에 대한 것이었다. 돌고래족을 만드는 후보생, 사자족을 만든 후보생 등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진 인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문득, 동안 살아오며 보았던 생물 중 나이가 들어가며 하나씩 알아지고 발견하게될 때마다 그 연관성에 이게 뭐지?싶던.  어린 시절 식탁에서 그 반찬을 발견했을 때의 신선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짐작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오징어. 꼴뚜기. 문어. 쭈꾸미. 낙지. 대왕오징어.. 다리가 많고 미끄덩하게 생긴 종족들, 오징어의 축소판인 꼴뚜기는 어머니께서 간장양념으로 달고 짜게 볶아주셨었고 쭈꾸미는 볶음으로, 오징어와 문어는 삶아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었다. 문어와 오징어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리의 갯수가 다르고, 낙지는 더 부드러웠다. 

  주변을 돌아보면 비슷한데 조금 다른 종류의 생물들이 꽤 있다. 게 종류도 그렇다. 과연, 이 모든 산물은 어쩌면 책 속의 신 후보생들의 경쟁의 산물은 아니었을까? 후보생이 생각했던 생물의 기본형을 만든 후 계속 응용하며 종을 늘려갔던 건 아니었을까?  

   미래의 피아노가 궁금한데 뜬금없이 생명창조와 오징어와 꼴뚜기는 왠 말이냐 하시겠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연주하는 피아노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과정 중에 만들어진 다양한 건반악기의 변천사가 있다.

    처음엔 기타보다 좀 큰 크기의 상자모양으로 들고다닐 수 있을만한, 소리가 작은 클라비코드. 이후 크기가 좀 커지고 현을 뜯어 소리를 내는 하프시코드. 좀 더 견고해지고 건반수가 58개가 된, 모짜르트나 베토벤,하이든 시대의 피아노,

   이후 지금의 철골조로 현이 훨씬 길어지고 30개의 건반이 추가되어 88개의 건반을 쓰는 피아노 까지 의 역사, 왠지 아래 사진을 보면 크기가 다른 모양의 꼴뚜기, 쭈꾸미, 오징어 가 떠오르지 않나?

   사진을 한 번 보자. 왼쪽이 하프시코드 중간이 모짜르트 시대의 피아노 오른쪽이 현대의 그랜드피아노이다.

왼쪽부터 꼴뚜기, 쭈꾸미, 오징어 되시겠다.
클라비코드 : 기타처럼 현 하나로 여러 음을 표현했다
하프시코드 : 각 음마다 각각의 현이 생겼다. 페달은 없었지만 연주 중 오른쪽 무릎으로 피아노를 살짝 위로 들어올리면    댐퍼페달 역할을 했다.왼쪽 무릎도 다른 기능으로 이용했다
하프시코드 : 부드러운 깃털 같은 것으로 현을 뜯었다.  기타의 초크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소리를  듣다보면 과연 뜯어내는 소리임이 느껴진다.
베토벤, 하이든, 모짜르트 시대의 피아노는 58건반으로 전체가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건반색이 지금과 반대였다. 영화 아마데우스 중 모짜르트의 즉홍연주 부분.
현대의 그랜드피아노 : 88건반으로 현이 더욱 길어지고 철골조 프레임을 이용, 단단한 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음향판도 더 커졌으며 다양한 소리의 표현에 더 섬세해졌다.

    From the Clavichord to the Modern Piano 

    위 영상에서는 클라비코드부터 현대의 피아노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1.2부 총 20분 내외이다. (위 사진들은 영상캡쳐본이다.)

    처음 이 영상을 보고 최초의 건반악기는 좀 커다란 상자모양으로 지금의 피아노에 비하여 작고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는 기타처럼 휴대할 수도 있었겠다 싶다. 소개하는 분도 이 때의 악기는 소리도 작고 혼자 들으며 연주하는  정도의 악기였다고 한다. 이 클라비코드를 보면 건반수보다 현의 수가 적다. 현 하나로 여러 음을 표현했다. 기타처럼.

    건반만 없다면 하프와 닮기도 하고 기타와 닮기도 했던 클라비코드는 점점 변화하여 하프시코드, 모짜르트 시대의 목재피아노, 그리고 오늘날의 철골프레임의 피아노로 진화하게 되었다. 건반수는 더 많아지고 음향판의 크기도 점차 커졌다. 페달의 역할도 분화되면서 더욱 웅장하며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의 피아노

   전자키보드가 생긴 것은 1960년대이다. 그러나 보다 더 어쿠스틱 피아노의 느낌을 살린 "디지털 피아노'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쯤 된다.    

    내 첫 피아노는 직장생활 첫 보너스를 받은 후 청량리 롯데백화점에서 산 인도네시아산 삼익피아노였다. 120만원에 샀던 1998년에 디지털 피아노가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후 2002년 구로 행복한 세상 백화점 야마하 대리점에서 구매한 당시 최고가였던 190만원의 CLP-150 은 아직도 보유중이다.

    내 방에는 72년 일본산 야마하 업라이트와 최근 구매한 야마하 P-115모델(50만원 남짓)이 있다. 중고 야마하를 구할 때는 흔쾌히 조언해주시던  레슨선생님께 그랜드 피아노에 대해 문의하니 악기 욕심을 가지면 한도 끝도 없으니 자중하길 당부하신다. 단, 만약 방음실을 하게 된다면 에어컨설치는 필수 라는 조언은 잊지 않으신다. 단독주택이어서 방음실 설치는 필요없지만 쾌적한 방음실은 집중하며 연습하기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디지털피아노와 어쿠스틱 피아노(또는 어쿠스틱 피아노에 사일런트 기능이 있는 피아노)중에서 선택하는 편인데,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인기인 '하이브리드 피아노'도 있다. 하이브리드(양쪽) 라는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양쪽의 장점을 더 부각시킨 피아노이다. 이 피아노는 음향판과 현은 없으나, 피아노건반의 액션을 그대로 사용한다. 건반터치 부분은 피아노와 동일하며 소리는 어쿠스틱 피아노 소리를 녹음한 전자음이다. 연습시 소리조절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피아노 >:건반액션과 해머가 어쿠스틱 피아노와 동일하다. 위는 업라이트 피아노 액션을, 아래는 그랜드 피아노 액션을 사용한 하이브리드 피아노

    위의 하이브리드 피아노는 야마하 브랜드인데 6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의 가격이다.

하이브리드 피아노에 대한 더 많은 정보

 * 네이버 맥가이버님 블로그에서 참고했습니다.


미래의 피아노

   앞으로 나오게 될 피아노는 어떤 것일까.

   매년 베이징. 프랑크푸르트. 상하이 등에서 세계적인 악기 박람회가 열린다.

   아래의 피아노는 2016년 상하이 국제 악기박람회에서 선보인 피아노이다. 보면대가 터치패드로 만들어져있으며 인터넷에서 악보를 찾아보고 레슨 영상시청이 가능하다.

 최첨단 기술의 피아노

*  네이버 맥가이버님 블로그에서 참고했습니다.

    

    드라마 <밀회>에서 선재의 피아노방을 기억하는지.. 어릴 적 어머니가 30만원 주고 사주신 HANIL 피아노 주위로 빼곡히 가득 쌓인 악보제본집..  지나가는 디테일이었지만 정말 인상적이었다. 만약 시대가 훨씬 이후이고 선재에게 위 사진의 피아노가 있었다면, 그 빼곡한, 고풍스러운 장면은 볼 수 없었을 것 같다. 대신 어릴 적 어머니가 일하러 가시고 홀로 남으면  다니엘 바랜보임의 마스터클래스를 보며 연습할 수 있었으리라.

선재의 피아노가 상하이 박람회에 나온 피아노라면, 누구보다 잘 활용했을텐데.^^ .

    피아노 치는 사람에게 악보는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전기가 없으면 악보를 못 보아 무용지물이 되는 컴퓨터내장 최신터치패드 보면대를 가진 피아노보다, 전기가 필수인 디지털피아노보다, 순수 어쿠스틱 피아노와 종이악보가 훨씬 유용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자책이 나오며 가방이 훨씬 가벼워지고 책을 둘 공간이 활용되는 면이 있듯, 적극적인 새로운 기술의 활용도 의미가 있다.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라르스 포그트와 로열 노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서는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며 오케스트라 지휘를 위해 그랜드 뚜껑을 떼어두고, 보면대가 있을 자리에 아이패드를 두어 종이악보 및 총보 대용으로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랜드 피아노 위에 놓인 아이패드 프로가 보인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휘자의 연주를 미소를 띄며 듣고있다 따뜻한 느낌,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오케스트라였다
 베토벤의 곡이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다웠구나 라는 깨달음을 갖게한 연주였다. 그동안 베토벤의 바람머리와 강한 인상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가끔 생각한다.

    이미 오래전 돌아가신 분들이 작곡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한 종이의 발명과,  오늘 내 집 내 방에서 유명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의 전설적인 공연을 감상할 수 있게 한 이 모든 문명의 발전을.

    그리고 이 순간 휴대폰 하나로 들을 수 있는 모든 음악과 이 시대에 태어나 이 모두를 향유하고 있는 내 자신이 받은 축복에 대해.

    내가 받은 축복에 대하여 나 또한 조금이라도 세상에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오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술의 전당에 가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