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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Aug 03. 2017

피아노 조율과 페달의 원리

건반악기와 요한 세바스찬 바흐

     수년 전,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피아노조율

학원이 있었다. '아 저기 조율학원이 있네 언젠가 배워보아야겠다' 라며 출퇴근길 먼발치에서 간판만 바라보다가 수년이 훌쩍 지났다. 근 10여년 정도 자리를 지키던 조율학원은 어느 날 문을 닫았다. 전화로 가끔 문의하고 인사만 드렸던 남자선생님도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겠다. 그 때 집근처였으니 마음먹고 열심히 6개월만 다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그 자리에 계시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 후 신사동에 있는 현대조율학원에서 잠시 공부할 기회가 있어 조율을 공부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조율사이신 서글서글한 미모의 정순영 선생님께서 직접 가르치셨다. 우연히 친구 따라 본 시험에 합격하여 이 일이 평생의 업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하셨다. 피아노조율하며 여러 피아노를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도 듣기 즐거웠다.

    피아노연주도 그렇고 피아노조율도 그렇고 장인정신이 필요한 일이다. 함께 수강했던 친구 중에는 독일유학을 준비하며 공부중이던 대학생 채영이도 있었는데 그와 나 아직도 조율사 자격증은 못 땄다. 열심히 하지 못했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자격증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부하는 사이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주최하는 조율사 시험은 1년에 2회에서 1회로 줄었다. 매년 1월 중 필기시험 신청, 2월 중 필기시험, 3월에 실기시험이다.  가을에 있던 조율사 시험이 없어진 대신 가을에 열리는 조율경진대회에서 순위권에 들면 필기시험이 면제되며 바로 조율사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그래도 시험이 일년에 두 번은 있어야지 않나 싶다.

   

    동음조율 옥타브조율 평균율조율로 넘어가는 조율과정은 일종의 마음수련이라고나 할까. 외로운 일이다.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가 홀로 방 안에서 피아노선과 건반을 만지고 있다보면, 조율을 위해 따앙 따앙 쳐보는 피아노음만 듣고 있다보면, 그리 외로우면서도 허전한 느낌. 어쩌면 사회생활을 한 이후 그러한 시간을 가질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그 때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 것은 바로 '소리', *동음조율할 때 따앙~따앙~ 울려퍼지는 소리이다.

      첫소리로 동음을 맞추는데 소리가 난 이후 잔여음의 맥놀이도 함께 듣는다. 그 작아지다가 사라지는 시간은 평소 피아노 연습을 할 때는 곡의 마지막 음 이외는 듣고자 하는 때가  많지 않기에 음을 하나하나 끝까지 듣는 조율의 경험은 새롭다.

(*동음조율 : 피아노 소리는 2개 또는 3개의 현을 동시에 울려서 낸다. 같은 음정의 여러 줄의 현이 같은 음을 내도록 조율하는 것을 말한다)

    두어시간 쯤 열중하다 집에 오는 버스 안, 마음 중에 현의 소리가 한참 울린다.

피아노의 높은음과 중간음은 3개의 현으로  중간이후 낮은음은 두 개의 동선으로, 낮은 음은 1개의 동선으로 이루어진다. 각 현이 묶인 핀을 조절하여 음정을 맞춘다.

     

    피아노 조율 시험에는 안 나오나 실전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하는, 줄이 끊어졌을 때 줄을 교체하는 실습을 해보았다. 아래 사진이 현이다. 각 음의 높이에 따라 현의 두께가 달라진다. 처음으로 줄을 교체해본 후 뿌듯함에 사진을 찍어보았다.

음마다 두께가 다른 현/ 끊어진 현을 잇는 매듭엮는 법/ 내가 처음으로 바꾸어본 현, 신기함에 인증샷 남겨봄

       피아노조율은 연주와 다르다. 조율학원에 가면 공방이 생각난다. 기본조율공구도 매우  많다. 작업장에 가면 '아, 내가 이러려고 온 건 아닌데' 생각도 절로 든다. 여자 조율사님이 많지 않은 이유도 같은 이유겠다. 건반뚜껑을 떼거나 보면대를 뗄 때도 나무가 무겁고 헤머 전체를 들어올려야할 때도 힘이 필요하다. 요즘은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 생활에 최적화된, 조율이 필요없는 디지털 피아노가 많이 보급되어 피아노 조율 수요가 전처럼 많지 않기도 하다.   

     피아노 조율 하면 떠오르는 단어, 공방, 작업장, 장인정신.. 정말 피아노를 좋아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어야만 조율일을 평생의 업으로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래 전 건반악기가 생기기 시작하던 당시 고음악 연주에는 다른 많은 조율법이 있었다.  베르그 마이스터 3세 조율법, 피타고라스 조율법, 미텔톤 조율법, 발로티 조율법 등등 음악가와 악기개발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었다.        

     바흐 이후로 옥타브를 12음가로 동일하게 나누는 "평균율 조율법"이 곡의 연주와 작곡에 무난한 것으로 여겨지며 오늘날 조율법의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평균율 조율의 음정이 귀에 익숙해졌지만 아주 어릴 적 피아노를 처음 배우던 때 처음 들은 피아노 음계는 어딘지 핀트가 살짝 어긋나있다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맞았다.  평균율의 의미가 사실 그러했다.       

     사람이 듣기에 좋은 순수한 화음은 음의 진동수가 1:2 , 2:3,  3:4 등으로 정수로 들리는 소리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순정화음조율의 단점은 조성이 바뀔 때마다 그 조성에 맞게 피아노의 조율을 다시 해야한다. 2옥타브 이상 올라가면 옥타브음끼리도 소리가 안 맞아지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의 곡은 곡  중간에서 조성이 변하는 곡이 없었다. 당시에 피아노 음악회가 있었다면 같은 조성의 곡만 연주되었을 것이다. 다른 조성의 곡을 연주하려면 기존 조율법으로는 두시간을 들여 피아노 조율을 다시 해야 했으니 말이다.

   

     평균율 (equal temperament) 조율법은 진동수 비가 1:2 인 한 옥타브(예를 들면 '도'에서 '도'까지를 한 옥타브 라고 한다.) 를 12개의 반음으로 나누어 이웃하는 음끼리 똑같은 진동수비로 조율하는 것이다. 12개로 나눈 진동수비는 1: 1.059463.. 이다. 즉 1.059463..을 12제곱 하면 2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드는 평균율 조율은 숫자로는 균등한 진동수이지만 실전에서 현을 조율할 때는 음끼리 살짝 살짝  어긋나게 조율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는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화음의 안온한 기분이 안 든다. 그리고 이것이 평균율에서는 맞는 소리이다. 그와 같이 조율하는 것이 평균율 조율이다. 필기와 실기시험을 위해 외울 때 어떤 음은 조금 오른쪽으로, 어떤 음은 몇 도 왼쪽으로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 저장했던 것 같다.  

    그래서 평균율 조율은 많은 실습 없이는 배우기가 만만치 않다. 반복적으로 소리를 많이 듣고 익숙해져야한다. 일반적인 조율법도 이렇게 어려운데 다른 조율법들은 또 어떤지 잠시 궁금해하다가 그냥 생각을 멈추기로 한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Well-Tempered Clavier)>이라는 작이 있다. 조성이 각각 다른 48개의 곡으로  당시 여러 다양한 조율법이 이용되며 건반악기의 발전이 있던 시기에, "well-tempered" 라는 "잘 조율된" 이라는 제목과 함께 건반악기 작곡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였다.

     이 곡은 연습곡으로서만이 아니라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데, 이 작품을 들은 많은 시인들의 칭송의 글이 있다.


"듣게 해주고 느끼게 해주오.

소리가 마음에 속삭이는 것을

생활의 차디찬 나날 속에서

따스함과 빛을 내리시기를”


   독일의 문호 괴테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를 듣고 이렇게 노래했다. 또한, 베토벤의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피아노의 신약성서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피아노의 구약성서라고 일컫기도 한다.


    중고등학교 음악시험문제에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누구인지 묻던 질문이 기억난다. 사실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 라는 말은 서양음악의 탄생지인 유럽에 가서 이야기하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아마 우리나라 음악교육 초창기에 일본의 음악책을 베끼다시피 하여 들여온 책 어딘가에 적힌 글들이 아니었을까 유추해본다. 그러나 이 표현이  서양에서 없던 말이라지만, 바흐의 생애와 바흐가 남긴 작품들을 보면  '음악의 아버지' 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바흐는 실제로 스무 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그의 수많은 작품은 하나님에 대한 경의 그리고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키워내기 위해 돈을 벌고자 직장의 회사원처럼 끊임없이 작곡한 결과물이다. 그는 자식들의 양육과 교육을 위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았으며 자녀들 중에도 훌륭한 음악가를 많이 배출해내어 우리가 흔히 부르는 바흐 라는 이름의 작곡가는 그의 집안 전체로 따져 여러 명이다. 그래서 베토벤은 베토벤, 모짜르트는 모짜르트, 이렇게 작곡가의 이름으로 곡을 찾으면 되지만 바흐는 풀네임인 요한 세바스찬 바흐 (J.S.Bach)를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20년 전에 샀던 인벤션 연습곡집 앞부분에 바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놀랍고 존경할만한 부분은 바흐 스스로 자기 자신의 업적에 대하여 했던 말이다.


    "사람들은 내가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나만큼 노력한다면 누구나 나처럼 할 수 있다"   

                                                          - J.S.Bach-

  


    독일어에서 '바흐 der bach' 라는 남성 명사는 시냇물이라는 뜻이다.  바흐의 곡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흐 이후의 서양음악은 바흐로부터 나왔다고 말한다. 작은 시내이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샘인 바흐. 그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Well-Tempered Clavier>은 건반악기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었다.

   

     바흐 시대에는 피아노는 아예 없었고 오르간, 하프시코드 등 건반악기 자체가 매우 새로운 것이었기에 작곡자들은 건반악기에 그리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도' 와 '도' 사이를 미끄러지듯 가며 수많은 음을 낼 수 있는 현악기와는 달리 피아노는 각각의 음 한 음씩 헤머를 통해 현을 때려 소리를 낸다.

      피아노라는 건반악기는
타악기의 북채를 이용하여
현악기의 줄을 퉁겨 소리를 낸다.
이 북채 역할을 하며 현을 때리는 해머,
현을 때린 후 나는 여음을 멈추는 댐퍼. 해머라는 북채를
연주자의 손가락을 이용해
작동하게 하는
액션과 건반의 매커니즘이
피아노이다.
피아노 해머과 캐쳐, 백첵, 업라이트 피아노의 액션구조
그랜드 피아노의 액션 구조

     음정이 확실히 구분되어지는 건반악기의 특징 때문에 바흐 시대만 해도 이런 건반악기로 자유로이 곡을 작곡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다. 바흐는 각 12개씩 24개의 모든 장조와 단조를 이용하여 <평균율 클라비어 1권> 24곡을 만들고 또 다시 24개의 <2권>을 작곡하였다. 이 곡의 원제목은 well-tempered 즉 잘 조율된 클라비어 곡집으로 바흐가 24개의 모든 조성을 연주할 수 있는 조율법을 쓰고 있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꼭 평균율 조율법을 썼는지는 논란이 있으나 현재의 대부분의 피아노 조율법인 평균율 조율은 24개의 조성을 충분히 연주할 수 있는 조율법이다.


    바흐가 작곡한 곡들은 일상 중 어디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요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3악장을 연습중인데, 클래식FM 에서 어디서 많이 듣던 좋은 곡이 나오기에 제목을 알고자 끝까지 귀 기울여 들으니 작곡자가 바흐인 것이다. 바흐를 좋아하면서도 딱 떨어지는 연습곡만을 생각하던 내게 그 곡이 현대작곡가의 곡이 아니라 바흐가 작곡했다는 사실은 정말 신선했다. 곡목을 적어 imslp.org에서 악보를 찾아 출력해 연습해보았다. 훌륭한 오르가니스트(*오르간은 발 쪽에도 건반이 있다)였던 바흐의 작곡이라 역시 세 개의 손이 필요해서 쉽지는 않았지만 더듬더듬 악보를 읽어나간 그 곡은 BWV 645,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가 있어(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였다.

   바흐가 만든 멜로디는 지금 들어도 좋은 멜로디가 많아서 후대의 여러 곡에 반영되었고, 대위법적 음의 구조는 재즈 편곡에도 잘 어울려서 재즈곡도 많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내 선입견 속 바흐답지 않던 곡이 바흐의 작품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작곡한 곡의 멜로디가 TV나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무수히 많이 쓰인 것을 알면 알수록, 앞으로 만나게 될 보물찾기에 한없이 행복해진다.  앞으로도 이렇게 베토벤을 연주하다 바흐를 듣고 모짜르트를 듣다가 바흐를 연습하게 될 것 같다.   

    65년을 이 지구상에서 살다가 간 바흐. 275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음악은 인류에게 무한한 경이와 기쁨을 주고 있다.


                            피아노 페달

    피아노를 가르치다가 아이들이 집중을 못하고 심심해보이면 피아노 뚜껑을 열어 보여준다. 와 하며 의자에 올라와 피아노 속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에게 간단히 피아노의 동작원리를 설명해준다.  

     피아노는 페달을 써서 음의 여운을 조절할 수 있다. 곡연주에 페달의 사용은 매우 중요하다. 피아노 뚜껑을 열어보면 헤머가 보이고 그 아래로 현을 누르고 있는 댐퍼라는 장치가 있다.  

 건반을 누르면 댐퍼가 현에서 떨어지는 동시에 헤머가 피아노의 현을 때리면서 소리가 난다.

    손가락을 건반에서 떼면 해머가 제 자리로 돌아가면서 댐퍼는 현을 누르며 지음을 하고 그 때 소리의 울림이 멈춘다.


뎀퍼페달

     업라이트 피아노의 오른쪽 페달을 댐퍼 페달이라고 부르는데 이 페달을 누르면 현을 누르고 있던 댐퍼 전체가 일시에 현에서 떨어진다.

댐퍼 페달을 누르지 않은 상태 (댐퍼가 현에 붙어있음)
댐퍼 페달을 누른 상태(댐퍼가 현에서 떨어져있음)

    댐퍼 페달을 누른 상태로 건반을 누르면 댐퍼가 현을 잡아주지 않으니 소리의 여음이 길게 남는다. 댐퍼페달에서 발을 떼면 댐퍼가 현을 눌러 여음이 멈춘다. 댐퍼는 모든 음에 하나씩 있는데 고음부로 가다보면 댐퍼가 없는 경우가 있다. 고음부는 현이 짧아 소리가 작고 빨리 사라지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 댐퍼를 설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음부의 몇음들은 유난히 여음이 길게 느껴지는데 댐퍼가 없어 지음을 해주지 않아서이다.  뎀퍼페달은 소리를 지속시키기 때문에 서스테이닝(sustain, 지속하다) 페달이라고도 부른다.


 사일런트 페달

    업라이트 피아노의 중간에 있는 페달을 사일런트 페달이라고 한다. 약음페달이라고도 부른다.

    사일런트 페달을 누르면 중간의 부직포가 붙은 레일 전체가 현과 해머 사이로 들어온다. 그렇게 되면 건반을 눌러 해머가 현을 때릴 때 현을 직접 치는 것이 아니라 부직포를 사이에 둔 채로 현을 울리니 소리가 작아진다. 사일런트 페달은 다른 페달과 달리 고정해둘 수 있다. 업라이트 피아노 페달이 두 개인 경우는 보통 이 페달이 없는 경우다.


 소프트 페달

     업라이트 피아노의 가장 왼쪽페달을 누르고 해머를 보면 해머전체가 기존 거리보다 조금 더 현쪽으로 가까워져 있다. 타현거리가 짧아져 해머가 현을 치는 반동이 약해지며 소리가 다소 작아진다. 터치가 가벼워지기 때문에 건반을 눌러 소리내기도 좀 더 쉽고 부드러워져 흔히 소프트페달이라고 칭한다.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

    그랜드 피아노는 업라이트 피아노와 구조가 다르고 페달의 역할도 조금 다르다. 앞서 액션의 모습에서 보았듯이 그랜드 피아노의 현은 수평구조, 업라이트 피아노의 현은 수직구조이다. 이런 차이점으로 필요공간과 소리가 울려퍼지는 면적이 다르다. 그랜드피아노는 현이 수평으로 되어있어, 해머가 위아래로 움직여 업라이트 피아노보다 중력의 구조에 맞으니 더 자연스럽다. 또한 수평으로 된 현의 구조상 그랜드 피아노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다보니 그만큼 소리의 울림도 크다.

    그랜드 피아노에는 사일런트 페달 대신 그 자리에 소스테누토 페달이 있다. '소스테누토, sostenuto' 는 '음을 충분히 깊게 눌러서' 라는 뜻으로 이 페달을 사용하면 손으로 누르고 있는 건반의 뎀퍼만 현에서 떨어진다. 그래서 그 특정음의 소리만 지속시킬 수 있다. 독일의 피아노 제조사인 스타인웨이에서 특허를 갖고 있다.  이 소스테누토 페달이 없는 피아노도 있다.

   그랜드 피아노 가장 왼쪽의 소프트 페달을 누르면   헤머가 전체적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현 3개 또는 2개를 타현하던 헤머가 현 1개만 타현하게 되며 소리나 음색의 변화가 생긴다.  현 1개만 타현하게 하므로 '우나 코다(una corda, 줄 하나) 페달' 이라고도 한다.



    대학 때 명절단기 아르바이트로 사흘 동안 백화점 선물 택배를 한 적이 있다. 평창동 쪽 언덕이 참 구비구비한 아파트였다. 환히 웃으며 문을 열어주시는 반짝이는 백발 노년의 여성분. 그 뒤로 거실 샹들리에 아래 그랜드 피아노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집보다 거실이 더 넓었다.

    열아홉 어린 학생 때의 일이었지만 그 때 문을 여시던 소녀같은 모습과 피아노가 가끔 생각난다. 지금은 현실에 수긍한 사십대이기에, 그 모습이 참 비현실적이었다는 것을 알겠다. 아파트라면 피아노는 방음이 잘 되어 있는 방에 있는게 좋다.       

     

   그러나, 전시용이더라도 언젠가 이루고싶은 나의 버킷리스트를 채우기엔 충분한 장면이다. 주말 오전, 지인들과 간단한 브런치 후 정오의 음악회를  열어볼 수 있을까. 소녀같은 할머니가 되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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