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의 피아노 마스터>
세상의 발전, 문명의 발전이 하루가 다르게 새롭다. 중국 피아노의 발전도 그러하다.
삼익악기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1년 1천대도 팔기 힘든 어쿠스틱 피아노가 중국 현지에서는 연간 5만대가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중고피아노 거래상 말씀에 쓸만한 연습용 업라이트 피아노는 중국으로 보내지고 국내용으로는 아담하고 예쁜 콘솔용 피아노만 남긴다고 하신다. 중국 정부는 학생들에게 1인 1악기 정책을 권하고 있으며, 영국왕립음악원 커리큘럼인 ABRSM 과정을 들여와 음악교육을 하는 학교도 있다.
피아니스트 랑랑을 처음 본 것은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있었던 2013년 베를린 필하모닉 송년음악회 실황 공연에서였다. 당시 영화관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처음 가 본 자리였다. 3만원이긴 하지만 실제 연주회 반의 반값이라며 가보았다. 그 때 얼굴이 뽀얗고 눈이 동그란 피아니스트, 이름도 낭랑한 '랑랑' 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처음 보게 되었다.
최근 예술의 전당 대한음악사에 갔다가 그의 얼굴이 표지에 나온 책을 보았다. 두 종류가 있었는데 <랑랑의 피아노 연주법> 과 <피아노 마스터> 각 5권씩이었다. 피아노 연주법은 기초부터 시작하는 아이들용으로, 마스터는 초중급 이상의 연습용으로 적합한 듯 했다.
피아노를 가르치다보니 교재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나처럼 기초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피아노를 시작하거나 독학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피아노에 대한 생각과 테크닉을 담은 책들은 간혹 읽어보았다. 시모어 번스타인의 <자기발견을 위한 피아노 연습> 이라든지, 러셀 셔먼의 <피아노 이야기>, 장 파시나 의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책들은 추천하고 싶은 책들이다. 그 이외에도 피아노연주와 연습, 교육과 테크닉에 대하여 한 권짜리 저서형태의 책들은 많이 나와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과 달랐다. 현직 피아니스트가 직접 피아노교육용 교재를 만들어, 자신의 구체적인 연습법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음악을 하는 분들이 종종 미술작품에서도 영감을 얻는다고 하는데 랑랑 역시 그러한 것 같았다. 곡을 연주할 때 영감을 주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연습곡으로 선곡된 곡들은 랑랑이 주로 연습하고 연주하던 곡 중, 현재 단원의 테크닉적인 주제에 맞는 곡을 선별하여 정리하였다. 각 나라의 민요, 고전, 낭만, 현대 작곡가의 곡 등 전 세계의 곡을 연습주제에 알맞게 편곡하여 소개하고 있다.
대한음악사에서는 예술의 전당 회원의 경우 5퍼센트 할인혜택을 준다. 카드를 소지하지 않아 비타민스테이션에 있는 데스크에 가서 일일권을 받아와서 할인받고 <랑랑의 피아노 마스터> 다섯권을 구입했다.
각 권 8개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레벨이 올라가며 조금씩 음표가 많아지며 곡도 충분한 연습이 필요했다. 1권에서는 큰 글씨로 강조하며
큰소리로
"나는 피아노를 사랑해"
라고 외쳐보세요!
라고 쓰여있어 정말 따라해야하나 라며 조금 민망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유명한 피아니스트도 스스로 자주 그렇게 되뇌어 본다고 한다. 음악이라는 고독한 예술가의 길을 걸으며 얼마나 외롭고 많은 좌절감을 겪었을지 느껴지기도 했다. 늘 기도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는 지인분 말씀도 생각났다. 한 주 교회에 못 가서 말씀을 안 들으면 나태해지고 일상에 젖어버린다며 교인으로서 스스로 늘 노력한다고 하셨다.
힘들고 고독한 예술가의 마음도 느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 책에서는 랑랑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얼마나 피아노를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전해진다.
레슨을 받는 중인 교수님을 비롯하여 예술 전공자들을 곁에서 보다보면, 자신의 악기에 대한 놀라운 사랑과 경이로운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은연 중에 내게도 전달되어 나 또한 같은 마음으로 피아노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아 나도 저렇게 노력해야지. 더 아끼고 음악을 사랑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루바토 (이탈리아어 Rubato) ' 라는 음악용어 를 설명하는 랑랑의 이야기 가 있다.
"루바토 는 이태리어로 도둑맞다, 잃어버리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특정한 구간을 연주할 때 잠시 여유를 가지라는 뜻이죠. 저의 훌륭한 멘토가 되시는 다니엘 바렌보임 선생님께서는 훔쳤기 때문에 다시 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는 신에게서 불을 훔쳐와 인간에게 전한 최초의 사람으로 전해진다. 음악가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 중국의 훌륭한 음악가가 만든 피아노 교재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