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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Aug 22. 2017

세미클래식으로 클래식에 가까워지기

<팬텀싱어 시즌 2가 시작되었다>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 디온이 함께 부른 <the Prayer> 라는 곡을 참 좋아한다. 학교에서 배우던 영어와 제2외국어 이외에 다른 언어에 대한 순수한 관심이 생긴 것도 이 곡 때문이다. 뉴스에서 종종 접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의 많은 아픔을 대할 때 종교와는 무관하게 이 곡을 들으며 그 가사를 생각한다.  the prayer 곡과 가사

    몇 년 전 지인의 결혼식, 축의금만 내고 나오려고 돌아서는 순간 축가로 이 곡이 흘렀고, 새출발하는 부부의 앞날을 위한 축복송으로도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 곡 이후 피로연장에서 양가부모님이 함께 불러주신 <a love until the end of time>도 참 즐겁게 들었다. 이 결혼식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노래가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a love until the end of time 곡과 가사  


   위 두 곡의 특징은 정통성악가와 일반가수가 함께 부른 곡이라는 점이다. 이런 조합으로 만들어진 곡 중에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의 <Perhaps Love>가 있고 우리나라엔 정지용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가수 최동원 씨가 성악가와 함께 부른 <향수> 가 있다. 또한 시크릿 가든의 <Spring to Serenade>에 가사를 붙여 성악가 김동규님이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곡도 성악같으면서 성악이 아닌 듯한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가을이 되면 부르고픈 노래이다.


    외국에서는 <(루치아노)파바로티와 친구들> 이라는 주제처럼 유명한 성악가와 가수의 콜라보레이션도 인기를 얻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성악과 대중가요를 엄격히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강하여 성악가는 정통 성악곡만 해야 인정받고 반대의 경우는 폄훼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50대이신 성악 전공 교수님의 경험담을 우연히 듣게되었는데, 대학 때 가수 친구의 제안을 받아 함께 녹음했던 곡이 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곡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친구가 물어도 내가 아니라며 극구 부인해야했고,  TV출연요청도 거절하고 얼굴없는 가수로만 있어야했다고. 공연요청도 많았지만 대중 앞에 설 수가 없어서 함께 불렀던 친구에게 미안했다고 하신다.  당시에는 대중가요와 정통성악의 구분이 훨씬 더 엄중했던 것 같다.

    최근 새로이 시작한  <팬텀싱어> 시즌 2에는 정통오페라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세계적인 성악가를 비롯, 정통성악을 전공한 음대 출신의 성악가들이 다수 출연하여 경연 중이니, 시대가 많이 바뀌었음도 실감하게 된다. 한꺼번에 많은 대중에게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TV의 위력 그리고 클래식을 대중에게 많이 알리고자 하는 음악가들의 간절한 바램이 낳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장과 캐쥬얼, 그 중간느낌의 세미정장이라고나 할까. 정통성악과 대중가요의 중간단계라 할 만한 이러한 세미클래식을 접하다보면, 어려워보이던 클래식에도 관심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크로스오버 가수들 중에는 조쉬 그로반, 안드레아 보첼리, 일 디보, 레슬리 가렛, 임태경의 음악을 즐겨듣는 편이고,  악기 쪽으로는  전자바이올린의 바네사 메이와 수려한 외모의 막심 므라비차의 피아노를 좋아한다. 유키 구라모토나 이루마의 서정적인 연주도 좋지만, 막심 므라비차의 연주는 현란한 테크닉과 비트가 강한 리듬으로 락콘서트 같은 시원한 느낌이 전해진다. 그의 첫 앨범 <the piano player>에서 현란한 피아노실력을 자랑했던 "왕벌의 비행".  이 곡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에 나오는 관현악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루하게만 여겼던 클래식음악에 대한 편견이 깨지면서 다른 곡에 대해서도 더 알고싶은 마음도 갖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책과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그다지 크게 생각지 않는다. 모두 같은 시간을 들여 체험한다는 맥락에 어떤 큰 차이가 있을까. 사교를 위해서 드라마와 영화가 조금 더 함께 대화하기 좋고 함께 감상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조금 다른 차이라면 책에 대한 진입장벽이 약간 더 높아보이는 점이다. 책읽기는 집집마다 TV만 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와는 또 다르고,  나 홀로의 온전한 시간에 글을 펼쳐 읽어야하는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개인차에 따라 다소 어렵게 여겨질 수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클래식음악 또한 그렇다. 어릴 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클래식음악이라면  93.1라디오 클래식FM일 것이다. 나의 경우 주변에서 듣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 듣는다고 하면 고상한 척이라며 친구들에게 살짝 야유를 듣기도 했다. 학창시절 공부하며 듣던 라디오는 91.9나 89.1 이었고 당연히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는 가요 아니면 팝이었다.  자연스럽게 클래식과 멀어지기도 했지만 만약 클래식FM을 계속 들었더라도,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책과 마찬가지로 클래식음악 또한 평소 클래식을 듣고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도 큰 진입장벽일 수 있다. 더우기 클래식음악은 가요나 팝송처럼 짧지 않다. 30분에서 3시간 길이의 곡 안에 무수히 많은 감정과 표현을 형식을 갖추어 담아낸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3~5분 내외로 짧게 듣고 적당히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가요와 팝이 훨씬 더 편하고 친근하다. 이런 점 때문에, 세미클래식을 통한 입문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대학 시절 조지 윈스턴이라든지 유키 구라모토 등의 세미클래식 피아노곡이 유행이었다.  조지 윈스턴의 <파헬벨의 Canon>,  <Living in the country> 나, 유키 구라모토의 단순한 선율이나 감정의 깊이를 더하는 따뜻한 음색의 <Lake Louise>를 참 좋아했다. 한 방송사의 일기예보 시작음악은 김광민의 <Child>(또는 Morning이라는 제목) 라는 피아노곡이었고,  브라이언 크레인의 <Butterfly Waltz>, 앙드레 가뇽의 <조용한 나날들> <바다 위의 피아노> 같은 곡들은 CF음악으로 쓰이기도 하며 TV나 거리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또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기획사인 지브리스튜디오 에서 나온 영화음악 곡들은 피아노로 연주하기에 좋은 곡들로 서점 음악코너에 가면 여러 출판사들에서 나온 악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곡들을 세미클래식, 크로스오버라고 칭할 수 있을까. 정통클래식의 무게나 깊이, 왠지 범접하기 어려운 장중한 느낌이 적으면서도, 대중가요나 팝 중에서 일시적인 즐거움만 주는 곡들이 아닌, 한 때의 유행이 지나면 사그라드는 곡이 아닌, 오래 오래 들어도 듣고싶은 좋은 곡들.

     어떤 옷을 입는지에 따라 내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경험처럼, 음악의 다른 스타일은 정신의 다른 부분을 고양시킨다. 한 번 쯤 클래식의 즐거움도 알아보고 싶은데 막상 접하기는 어렵게 느껴질 때. 세미클래식을 들으며 차츰차츰 친근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책과 드라마나 영화가 "이야기" 라는 근원을 갖고있듯이, 클래식이나 대중가요나 "음악" 이라는 한 뿌리에서 탄생했다. 스타일을 겁내지 않고 음악을 접하다보면 대중가요나 재즈의 선율 속에 녹아들어간 베토벤 피아노소나타의 선율을 발견하는 --퀸의 Love of my Life 의 한 소절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7번 2악장의 한 소절의 공통점 / 팝송 Midnight Blue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의 2악장의 선율이라는 것-- 깨알같은 재미도 찾게 되고, 흐르는 재즈선율이 바흐 골든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 라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또, 어릴 적 부르던 <반짝반짝 작은 별>이 모짜르트의 12개 변주곡의 주제선율이었다는 사실도. 그리고, 영화에서 듣던 익숙한 멜로디 중에 얼마나 많은 클래식곡들이 있었고, 일상 중에 얼마나 많은 클래식 선율들을 접하고 있었는지 알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둘씩 우리 일상생활 중에 접하고 있는 선율들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며 클래식이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클래식이 즐거워지고 더 깊이 알고싶어진다.

     

     팬텀싱어 시즌 1과 2는 사람의 목소리, 성악 분야에서 클래식을 알아갈 좋은 배움의 장이다. 곡의 제목과 원어가사 그리고 그 원어의 해석이 친절하게 나오니, 좋았던 곡이라면 제목을 적어두고 유튜브에서 다른 성악가의 노래로 들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 또 클래식FM을 듣다가 좋은 선율이 흐를 때, 끝까지 곡을 듣고 제목을 적어두어 유튜브에서 한 곡씩 음악을 찾아 들으며 클래식음악의 매력에 빠져본다면, 더욱 풍성히 음악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세 곡은 내가 종종 열어보는 곡이다.


  1. 지휘자 정명훈 님은 훌륭한 피아니스트이다.

 정명훈 : 모짜르트 <아,어머니께 말씀드리리오> 변주곡


  2.  롤란드 빌라존과 안나 네트렙코가 주연한 푸치니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연주실황DVD는 우주인에게 인류의 문화를 알리는 프로젝트 의 일부가 되어 우주선에 실렸다.

   롤란드 빌라존 <남몰래 흘리는 눈물>    이 곡에 감동한 청중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자 이례적으로 같은 곡을 공연 중에 앵콜로 한 번 더 불렀다고 한다. 앵콜을 결정하는 빌라존과 지휘자의 눈빛 교환, 참 흐뭇해보인다.


  3. 피아니스트 박종훈 님이 연주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 이다.

  박종훈과 더 스트링스 : 바흐 BWV 988 '아리아'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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