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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라떼 Apr 01. 2024

직장에서 발현되는 나의 강점

나의 재능과 강점을 탁월함으로 키우기

작년에 회사 인사팀에서 팀별로 '태니지먼트 테스트'라는 걸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진행한 적이 있다. 성격유형검사(MBTI)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MBTI보다는 훨씬 더 업무 성향이나 직장에서의 내 모습과 관련이 되어 있어서 처음보는 질문 유형에 약간은 당황하며 응답했던 기억이 있다.


태니지먼트TalentManagement의 합성어로, 나의 재능을 발굴해서 강점으로 발현할 수 있게 해주는 테스트라고 한다. 테스트를 통해 개인의 재능을 인식하고 발현하기 쉽게 해주는게 목적이다. 6가지 재능과 8가지 강점 분야에서 각각 내가 어떤 것에 가장 재능이 있고 가장 강점이 있는지, 낮은 분야는 무엇인지가 결과로 나온다. 그리고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12가지 태도에 대한 검사까지 결과로 나와서 꽤나 상세하고 두꺼운 결과지를 받게 된다. 


출처: 태니지먼트 결과 리포트


우리는 팀 단위로 진행을 해서, 각각의 팀원이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는지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거의 모든 팀원이 하나의 강점에만 높은 점수를 갖고 있다면 강점에서 불균형을 가진 팀이 되지만, 팀원들의 강점이 다양하다면 그것들이 모여 한 팀의 강점이 될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팀은 각자의 강점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서, 그 검사를 토대로 각자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다.




나는 '조정(Organize)'이 강점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조정은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고 주어진 자원을 관리하거나 계획하는 강점이다. 프로세스를 관리하거나 조직을 관리하는 기획자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특히, 조정 강점을 가진 사람은 팀이나 조직에서 프로세스를 관리하거나 체계와 원칙을 세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출처: 태니지먼트 결과 리포트

결과를 받고보니 실제로 나는 직장에서 조정가 적인 면모를 많이 보이고 있는 듯했다. 아직 나는 팀을 리딩하거나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시니어 연차가 아니기에 실제로 매니징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항상 어떤 일을 할 때 누가 어떤 일을 맡으면 좋고, 어떤 순서로 진행하면 좋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나 내가 하는 일은,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많이 진행하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타임라인에 맞춰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에 이 부분이 중요하다. 나는 일을 체계적으로 하는게 좋아서 행사 준비를 위한 항목과 타임라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둔 시트를 만들었고, 그대로 일하고자 노력한다.


이 얘기는 반대로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있는 상황에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회사에서 어떤 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가 생각해보니, 이전에 쓴 글인 '그놈의 R&R에 대한 고찰' 편에서도 적었듯이 명확한 R&R이 부재할 때 힘들었다. 누군가 내 영역을 침범하거나, 혹은 내 일이 아닌데 나를 업무에 포함시키거나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듯하다.


음.. 어찌보면 유연하지 못한, 꼰대 기질이 다분한 사람인 것 같기도.

조정 강점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태니지먼트는 이렇게 얘기한다.

첫째, 당신은 실현 가능성을 미리 고민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에 보수적일 수 있습니다. 둘째, 당신은 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계획에 집착할 수 있습니다. 셋째, 당신은 문제에 대한 분석적인 평가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긴 결과 리포트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욕구와 행동판단 강점' 파트이다.

이에 따르면 '욕구 강점'은 내면적 욕구에 기반한 강점이며, '행동판단 강점'은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강점이다. 즉, 욕구 강점은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발현되는 강점이고, 행동판단 강점은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되고 싶은, 노력해서 보이고 싶은 강점이라는 것이다. 


나는 욕구 강점이 조정이지만, 행동판단 강점에서는 '외교'를 결과로 받았다.

왼쪽의 그래프를 보면 조정 부문은 욕구 강점은 높으나 행동판단 강점은 비교적 낮고, 외교 부문은 그 반대이다. 

출처: 태니지먼트 리포트

외교 영역은 말그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놀라웠던 점은, 나는 평소에 굉장히 넓은 인맥으로 지인들 사이에서 마당발로 유명하고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도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도 친화력이 나의 장점이라고 많이들 꼽아주는데, 이 외교 능력이 자연스러운 욕구가 아니라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내는 강점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결과 리포트에 따르면 내용은 이렇다.

당신은 현재 맡은 일, 역할, 혹은 스스로 추구하는 모습 때문에 팀이나 조직에서 사람들 간의 필요를 연결하거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행동판단 외교 강점이 높은 데 반해 욕구 강점은 낮다면, 당신은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나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려고 노력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보니 일리가 있다. 나는 관심사가 다양하고 말하는 걸 좋아해서 누구나와 대화를 잘 맞춰가며 하긴 하지만 인간적으로 깊이있게 친해지지는 않는다. 사람을 꾸밈없이 대하기는 하지만 속깊이 좋아하고 유대감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다만 나의 직무가 조직 문화와 관련이 있다보니 회사에서 많은 사람을 알아야만 굴러가는 일이라, 아마도 나는 나도 모르게 이 외교 능력을 노력에 의해 발현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인맥왕이 된 것도 정말 사람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된 것이라기 보다는, 내가 나를 드러내고 사회에서 나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테스트를 통해 몰랐던 나 자신의 재능과 강점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했던 외교 능력이 사실은 노력에 의해 발현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매우 놀랐다. 스스로 두루뭉술하게 정의하고 있었던 나의 강점이 테스트 결과로 정리되어 나오니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 기분이다. 


검사 결과, 나의 욕구와 재능. 어쩔 수 없이 MBTI와도 연관이 있긴 한 것 같다. 필자는 지도자형 ENTJ다.



어떤 조직에서 탁월하고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조직 내에서 자기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를 파악하는게 매우 중요해 보인다. 실제로 나의 강점을 알고,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는 각각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알고나니 훨씬 서로를 이해하기가 쉬워졌다. 직장인이라면 꼭 한 번씩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태니지먼트 광고는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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