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좀 덜 있어도 될 것 같아요
모든 회사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8시간 동안 회사에 있어보면 오전 시간은 참 허무하게 지나간다. 출근 후 하루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커피를 내린다. 동료들과 인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짧은 업무협의를 하고나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요즘은 혼밥을 하는 사람들도 늘었지만, 아직 팀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 문화를 가진 회사도 많다고 알고있다. 삼삼오오 구내식당이나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나면 또 커피를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느새 오후가 되고, 가장 졸릴 시간에는 항상 회의가 있다. 줄기차게 계속되는 회의를 끝내고 겨우 자리에 앉아서 일하기 시작하면 4시 정도 된다.
부업, 사이드프로젝트, 취미, 워라밸... 현재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꿈꾸는 것들이다. 회사에만 충성하고 얽매이는 삶은 트렌드가 아니다. 회사는 회사요, 월급이 나오는 곳일뿐 오히려 회사 밖에서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다. 나 또한 퇴근 후 독서모임에 나가고, 운동을 하고, 사이드 잡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이렇게 글도 쓰고자 노력한다 - 그렇다고 해서 본업에 소홀한 것은 절대 아님을 밝힌다. 하지만 이것들을 하기에 하루 8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것은 꽤나 소모적이다.
평균적으로 6시에서 7시쯤 퇴근을 한다고 생각하면, 집에 오면 8시, 운동하고 씻으면 10시가 된다. 12시에 취침하는 직장인은 겨우 2시간만 본인을 위해 쓸 수 있다. 물론 2시간도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무언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 충분한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나는 글을 한 편 쓰는데도 2시간이 족히 걸린다. 매일 이렇게 하기도 쉽지 않다. 수많은 열정적인 한국인들은 회사와 부업을 병행하기 위해 잠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사람들이 수면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까?
만약 4시까지만 일해도 괜찮았다면, 불필요한 회의시간 중의 잡담이나 아침에 갖는 티타임이 줄어들지 않을까? 또 밥을 나가서 거하게 먹지 않고 간단히 자리에서 먹으며 업무를 처리한다면, 사실상 내가 하루 8시간 동안 하는 일은 너무 바쁜 시즌을 제외하면 충분히 5~6시간 안에 끝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동료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3~4시까지만 일하라고 해도 앞장서서 오버타임 근무를 하고 윗사람들 눈치에 최소 5시까지는 남아있는 것이 한국인이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일개미’, ‘노예근성’ 한국인이라는 수식어도 사실 우리끼리 세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가와 회사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이야기겠지만, 점차 문화가 바뀔 필요도 있지 않나 짧게 생각해본다.
이런 글을 적는 지금은 평일 점심시간이고, 나는 회사 휴게실에서 간단한 점심과 함께 짬을 내어 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