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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22. 2023

여름 맞이, 주어진 상황에서 새롭게 시작하기

의식주 보살피기, 여름 잘 시작하기


6월과 함께 여름이 시작되었다. 덥고 습한 여름 날씨는 힘들지만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다. 우선, 해가 길어져서 저녁 7시에도 밝으니 보너스로 시간을 받은 기분이 든다. 해가 지고 더위를 씻어낸 후 오는 여름밤의 분위기도 좋아한다. 더운 날씨에 더 애썼으니 휴식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쌀쌀했던 아침, 저녁까지 무더워진 걸 보니 여름이 정말 왔구나 싶다. 


 






여유로웠던 주말, 여름맞이 준비를 했다. 나의 의, 식, 주를 하나씩 살펴봤다. 옷은 여름옷으로 바꾸고 입맛을 돋워주는 반찬을 만들고 침구는 얇은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전에 입었던 두꺼운 옷은 세탁소에 맡기기 위해 내어 두고, 묵은 반찬은 냉파를 하기 위해 모아두었다. 봄 이불도 방에서 끄집어냈다.



여름에 입을 옷만 꺼낼 계획이었지만 옷장을 연김에 정리를 했다. 옆구리 쪽 보풀이 일어난 니트, 목 부분이 늘어난 티셔츠, 이음새가 터져 수선이 불가능한 점퍼 등을 우선 꺼냈다.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옷도 집어냈다. 서랍과 옷장 속에 여유가 생겼다. 세탁한 봄옷들로 다시 채워지겠지만 여유 있는 공간을 보니 개운해졌다.


정리하려고 꺼내놓은 옷들을 모아두니 양이 꽤 되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 옷을 입었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보내줘야 하는데 선뜻 버리기 망설여졌다. 옷은 왠지 나 그대로인 것 같아 정리하기 힘들다. 그래서 당장 버리기보다 한 자리에 모아두고 며칠 보면서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 옷은 이제 연을 다 한 거야, 옷은 모두 연이 정해져 있을 뿐이야.”라며.


 


냉장고를 열었다. 냉채를 만들고 남은 파프리카와 양파가 보였다. 시장표 어묵도 있다. 다 볶아서 잡채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 한 곳에 모았다. 꺼내놓은 양배추절임이 바닥을 보여 다시 채워두었다. 반찬이 떨어져 간단하게 찬거리를 만들었다. 애호박, 표고버섯, 당근을 얇게 썰어 찜기에 살짝 쪘다. 찐 재료는 간이 배도록 뜨거운 상태에서 다진 마늘, 참기름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했다. 애호박나물, 버섯 당근 무침, 양배추절임까지 반찬이 3개가 되었다. 다가오는 일주일이 든든해진다.


봄에 덮던 이불을 치웠다. 패드와 따로 구매한 거라 색이 맞지 않아 볼 때마다 거슬렸다. 패드는 하얀색인데 이불은 노랑, 민트가 섞인 꽃무늬였다. 패드에 맞는 하얀 여름 이불을 올렸다. 여름 이불만의 까실거림과 뽀송한 느낌이 좋았다. 침구 하나 바꿨을 뿐인데 방 분위기가 환해졌다.


   


오후 내내 정리를 하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내가 지내는 공간을 하나씩 정리하고 바꾸는 일은 나를 돌보는 것 같아 좋다. 나를 위해 애써서 입을 것, 먹을 것, 잘 것을 살펴주면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진다. 나를 위해 나를 좀 더 보살펴야겠다. 저녁을 얼른 챙겨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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