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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Oct 08. 2023

오늘도 명절

남은 명절음식 활용하기

추석 연휴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연휴에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고 안부를 묻고 사는 이야기도 나눴다. 사회 분위기도 바뀌고 여러 해가 지나다 보니 명절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그중 가장 많이 바뀐 건 바로 음식이다.




어렸을 적 명절에는 온 집안에 음식 만드는 냄새가 진동했다. 하나씩 계란물을 입혀가며 전을 굽고 튀김을 튀기고 큰 솥에 나물을 볶아 고소한 참기름으로 버무렸다. 큰 찜기에는 평소에는 엄두도 못 내는 크기의 생선을 쪘다. 기름에 굽고 찌다 보니 부엌에 들어갔다오면 온몸에 기름 냄새가 베이곤 했다. 옆에서 구경하면서 볼품없는 부스러기들이 나오면 한 입씩 맛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역시 음식은 갓 했을 때가 가장 맛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때는 직접 만드는 것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따로 음식을 파는 곳도 많고 그만큼 사 먹는 집도 많아졌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편해져서 좋지만 기름 냄새나는 정다운 풍경과 음식을 집어 먹던 재미가 없어 조금 아쉽기는 하다.


명절에 먹고 남은 음식은 돌아가는 손길 하나하나에 들려 각자의 집으로 보내졌다. 사 먹기 시작한 후에도 명절이 지나면 그때처럼 냉장고에 명절음식이 가득 찼다. 예전에는 남은 음식들을 집에서도 잘 먹었는데 요즘은 파는 음식이라 그런지 빨리 물려 다 먹지 못하고 남을 때가 많았다. 올해는 조금 다르게 먹어보자 싶어 남은 음식을 찬찬히 보았다. 동그랑땡이 많이 남았는데 다지면 활용하기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볶음쌈장이 번뜩 떠올랐다.


전은 튀김옷을 최대한 벗겨서 잘게 잘라주고 파와 표고버섯을 다져 함께 볶아준다. 간장, 마늘, 고춧가루, 원당을 넣은 후 쌈장 맛을 위해 된장과 고추장을 2:1 비율로 추가해서 양념장을 만든다. 볶아둔 재료에 양념장을 넣고 살짝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어우러지게 한 번 끓여준 후 마지막으로 청양고추를 넣어 자작하게 졸이면 볶음쌈장이 완성된다. 한 김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며칠 유용하게 먹을 수 있다.


모양도 꽤 그럴듯하다. 밥 한 숟갈 얹어 먹으면 꿀맛이다.


어제도 밥에 볶음쌈장과 계란프라이, 마른김을 올려 한 끼를 해결했다. 고기전이 들어가기 때문에 감칠맛이 나고 된장, 고추장, 청양고추가 느끼한 맛을 잡아줘서 비빔장으로 먹기 안성맞춤이다. 국수를 삶아 비빔국수로 먹어도 좋다. 먹기 전에 참기름과 깨소금은 필수다. 어떻게든 명절음식을 먹고 있는 나를 보니 그때 그 명절음식이 그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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