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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Oct 06. 2023

커피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

그립고 감사한 윤교수님

좋은 커피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디자인을 가르쳐주신 윤교수님이다.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커피가 생소했을 시절 좋은 커피를 골라 사주시기도 했다. 지금은 뵐 수 없지만 커피를 보면 여전히 교수님 생각이 난다.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가 이상하게 커피가 끌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카페인이 필요했을까 왠지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주문을 하고 앉아있으니 카페 사장님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셨다.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자마자 커피 향이 진하게 올라왔다. 한 모금 마셔보니 입 속 전체에 향이 그윽하게 퍼졌다. 커피를 애정하진 않지만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보면 왜 사람들이 그토록 커피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오랜만에 좋은 커피를 만나니 한 사람이 생각났다.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 무작정 대학로에 있는 디자인센터에 등록을 했다. 그곳에서 교수님을 만났다. 디자인에 대한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던 시절 디자인의 기본을 알려주신 고마운 분이시다. 수업은 저녁때 진행되어서 끝나면 꽤 늦은 시간이 되었지만 시간을 내서 맛있는 것을 자주 사주셨다. 대학로에 유명한 떡볶이집이 있었는데 우리들보다 더 좋아하시던 교수님의 얼굴이 선하다. 어느 날은 일찍 수업을 마치고 한 카페에 갔다. 좋은 커피라고 마셔보라고 하셔서 살짝 맛을 보게 되었다. 커피가 이렇게 향긋할 수 있나 할 정도로 향이 참 좋았다. 실수로 옷에 커피를 조금 쏟았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커피 향이 나서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는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교수님의 정겨운 말과 따뜻했던 분위기는 그날의 커피처럼 오래 기억에 남았다.



수업이 끝난 후로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생각날 때 한 번이라도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얼마나 후회가 되었는지 모른다. 참 예뻐해 주셨는데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 드려서 너무나 아쉽고 죄송했다. 디자인을 하는 이상 교수님은 늘 마음속에 계실 것 같다. 교수님이 주신 책은 디자인 바이블이 되었고 핫핑크색이었던 책 표지의 색이 바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 지금 나를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요즘 부쩍 교수님이 그립고 보고 싶다. 오늘따라 커피가 마음속에 슬프게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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