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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Oct 16. 2023

늙어도 우리 카페에서 만나자

친구와 오랜만에 만난 이야기

주말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20년 지기 가장 친한 친구다. 멀리 있어서 자주 못 보지만 꾸준히 만나고 있다. 이번에는 같이 멀리 나들이를 갔다.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자는 계획으로 호기롭게 출발했으나 주말 관광지의 인파를 실감하며 점점 힘이 빠졌다.




둘러보고 싶은 곳마저 가보니 흥미가 안 생겨서 짧게 둘러보고 나왔다.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다른 곳도 가고 싶었지만 매장 밖에 웨이팅 줄이 길어 엄두도 못 냈다. 이럴 땐 역시 카페가 떠오른다. 근처 카페를 찾았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만석이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돌고 돌던 끝에 저 멀리 카페인지 아닌지, 잘 구분이 안 되는 작은 가게가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카페였다. 외부 테이블에 자리가 있어 냉큼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오고도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었는데 조금만 늦었으면 여기도 앉지 못할 뻔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가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나온 커피는 우연히 온 카페치고 맛있고 향도 좋았다. 친구랑 나는 별말 없이 음료를 한 모금씩 마시고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위 건물도 보고 사람들이 다니는 모습도 봤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서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우리 늙어도 이렇게 카페에 가겠지?" 친구는 당연하다듯이 말했다. 이렇게 힙하고 북적거리는 카페는 못 가겠지만 동네에 있는 조용한 카페는 찾을 거라고 말이다. 그때도 이렇게 커피 한 잔씩 놓고 앉아 시답지 않은 이야기에도 즐거워하며 시간을 보내겠지. 그날을 떠올려보니 상상만으로도 재밌었다.


오랜만에 봤지만 그동안 쌓인 이야기는 금방 어제 일처럼 여겨졌다. 내가 쑥스럽게 꺼내는 이야기들에도 그럴 수 있다고 늘 이야기해줬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라고치면 매몰차게 어두운 기운을 걷어내 버리는 친구다. 무엇보다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저 옆에 있어줘서 참 고맙다. 이런 존재가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고 행복하다.


우연히 앉게 되었지만 야외 테이블은 참 낭만적이었다. 구경하며 산 물건은 얼마 못 가 잊어버리겠지만 카페에서 보낸 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곳에 올 기회가 된다면 크고 유명한 카페 말고 이 작은 카페로 와야겠다. 그때도 나이가 더 들어도 카페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겠지. 돌아가는 길에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북적거리는 주말 거리인데도 마음에 여유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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