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 계절이 왔다

좋아하는 깍두기 먹기

by 샤이니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을이 제철인 음식들이 하나씩 식탁에 올라온다. 시장에 가을무가 나왔다고 하더니 엄마가 가을무를 사 오셨다. 무의 계절이 온 것이다. 가을무는 여름무와 달리 쓰거나 맵지 않고 수분이 많으며 단맛이 난다. 그래서 요리를 하기에도 좋다.




엄마는 큰 무 2개를 모두 깍둑썰기를 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깍두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김치도 좋아하지만 깍두기를 특히 좋아한다. 총각무로 만드는 총각김치보다 무를 깍둑 썰어 만드는 깍두기가 더 좋다. 작게 잘라져 먹기 좋고 왠지 더 아삭한 것 같아서다. 갓 담았을 때보다 국물에 거품이 살짝 올라올 정도로 익었을 때 먹으면 더 맛있다. 맛이 들면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요즘 김장 김치가 잘 익어 맛있지만 조금 물리던 참이었는데 엄마가 깍두기를 담근다는 소식에 너무 기뻤다.


깍두기를 보면 대학생 자취시절이 생각난다. 반찬은 만들 줄도 모르고 사 먹을 줄도 몰라 밥보다는 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같이 살던 친구가 집에 다녀오면서 깍두기 한 통을 가져왔다. 잘 익은 깍두기가 참 맛있어서 잘하지도 않던 밥을 해서 잘 먹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라면을 한 젓가락 그릇에 담고 깍두기 국물에 비벼 먹으면 별미였다.


깍두기는 무를 먹기 좋게 썬 후 소금에 1시간 정도 뒤적여가며 절여준다. 무가 절여지는 동안 물에 찹쌀을 풀어 뭉근하게 끓여 찹쌀물을 만든 후 식혀둔다. 찹쌀물이 식는 동안 쪽파를 잘게 썰고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액젓, 다진 마늘, 원당, 소금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찹쌀물이 식었으면 양념장과 섞는다. 잘 절여진 무는 물기를 빼고 양념에 버무려주면 완성된다. 글로 적으면 간단한 레시피지만 김치 만들기 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요리다. 하지만 엄마는 깍두기는 일도 아니라고 하시면서 저녁 잠깐 사이에 금방 다 담그셨다. 레시피도 없이 깍두기를 뚝딱 만드는 엄마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KakaoTalk_20230821_111953787_14-2.jpg 김치는 만들고 있는 옆에서 하나씩 짚어 먹는 재미가 있다!


하루 정도 상온에 두었다가 익은 냄새가 나면 냉장 보관한다. 이제 한동안 밥상에 깍두기가 올라올 예정이다. 냉장고에 깍두기가 있으니 든든하다. 김장을 하면 엄마는 늘 한 해가 미덥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깍두기가 있으니 가을이 더 풍성해진 느낌이다.

keyword
이전 20화한 해를 버티게 해주는 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