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김치
엄마는 요리를 후딱 잘 하신다. 그 중에서 김치는 사계절 내내 빠지지 않는 반찬이라 정기적으로 만드신다.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김장을 하시고 재료가 나오는 계절에 따라 열무 물김치, 깍두기, 여름 김치를 만드신다.
김장은 양을 적게 하더라도 반나절은 해야 완성되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요즘은 절인 배추가 잘 나와서 절인 배추를 사용하시는데 손을 조금 덜었다고 좋아하신다. 절인 배추의 물기를 한나절 빼고 당일 오전부터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에는 생각보다 꽤 많은 재료가 들어간다. 고춧가루는 기본이고 찹쌀물과 육수를 만들어 식혀 넣어야 한다. 여기에 새우젓, 각종 액젓, 양파, 마늘, 생강, 매실액을 넣고 맛을 더해줄 갓과 쪽파도 잘라 넣는다. 그럼 양념이 꽤 묵직해진다. 엄마를 도와 김장을 하는데 배춧잎마다 이 묵직한 양념을 고루 묻히는 것은 매번 쉽지 않았다. 옷에 양념이 묻어 엉망이 되고 허리가 뻐근하게 아파야 끝이 난다. 그래도 완성된 김치를 보면 뿌듯하다.
요즘 김장 김치가 잘 익어 김치찌개, 김치볶음밥을 하기에 좋다. 그냥 막 썰어서 갓 내놓으면 아주 새콤하고 아삭해서 다른 반찬이 없이도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김장 외에도 여름과 겨울에 먹는 김치가 더 있다. 열무 물김치와 깍두기다. 열무 물김치는 냉면에, 깍두기는 떡국에 찰떡이다. 냉면은 열무 물김치만 있으면 간단한 양념만으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떡국은 우리집 단골 겨울 메뉴인데 적당히 퍼진 떡국에 아삭한 깍두기는 잘 어울린다. 특히 나는 깍두기를 좋아하는데 작은 통에 넣어두면 이틀에 다 먹을 정도로 사랑한다.
며칠 전에 여름용 김치를 만드셨다. 여름에 나오는 알배추를 칼로 빗듯 큼직하게 잘라 소금에 약간 절여 양념에 치댄다. 식당에서 먹는 겉절이 김치다. 엄마는 김장 때 남은 양념을 얼려두셨다가 이때 사용하신다. 바로 만들었을 때도 물론 맛있지만 나는 익은 김치를 더 좋아한다. 겉절이 김치 역시 익히기 위해 작은 그릇에 담아 상온에 하루정도 둔다. 새콤하게 익으면 반찬으로, 여름 단골메뉴, 국수 고명으로도 좋다.
완성된 여름 김치를 작은 통에 덜어 놓고 얼른 익기를 기다린다. 밥만 있으면 며칠 식사는 걱정이 없다. 여기에 계란프라이까지 있으면 꿀맛이다. 김치가 없으면 한 해가 허전해서 어떨까 싶다. 엄마 덕분에 김치로 건강하게 밥을 챙겨먹고 있다. 하루 살아내는데 밥이, 그 중에서 김치가 너무나 큰 존재임을 느낀다. 김치 잘 먹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살아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