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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Oct 22. 2023

두 가지 톳반찬

톳반찬 이야기

엄마가 톳반찬을 만들어주셨다. 이 톳반찬은 할머니가 엄마에게 해주셨던 아주 오래된 반찬이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반찬이셔서 엄마에게도 자주 만들어주셨는데 엄마도 같이 좋아하게 되셨다고 하셨다. 엄마는 톳반찬을 만들 때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드신다.




톳은 원래 좋아하지 않던 음식이었다. 아무 맛도 안 나고 비린 해조류가 왜 맛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역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미역쌈도 없어서 못 먹는다. 톳 반찬도 식당에서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톳은 원래 3~5월이 제철이라고 한다. 요즘 나오는 톳은 양식톳인데 추운 겨울까지도 먹을 수 있으니 좋다. 톳만 무쳐 먹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집에서는 할머니가 하시는 대로 꼭 두부와 함께 무친다. 꼬들한 톳과 부드러운 두부가 꽤나 잘 어울려서 엄마도 나도 좋아한다. 빨간 톳무침은 아빠를 위해 따로 조금 덜어내 만든다.


생톳은 원래 갈색이다.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치면 파랗게 먹음직스러운 색이 올라온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 후 볼에 담는다. 여기에 다진파와 마늘을 약간 넣고 국간장을 넣어 간을 해준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는 두 개의 볼에 나눠 담는다. 한쪽에는 고춧가루를 넣고 마무리하고, 다른 쪽에는 두부를 으깨 넣어준다. 엄마는 늘 하던 대로 두부를 도마에 올려놓고 칼옆으로 눌러가며 빠른 손놀림으로 촥촥 으깨신다. 순식간에 두부가 볼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깨소금을 둘러주면 완성이다. 고소한 참기름 향을 이기지 못하고 옆에서 한 입 먹어보았다. 두부가 고소한데 중간중간 꼬들한 톳이 씹혀 역시 맛있었다.


두부가 들어간 톳무침은 2인용, 고춧가루가 들어간 톳무침은 1인용!


빨간 톳무침은 아빠 전용으로, 하얀 두부톳무침은 나와 엄마 전용으로 각각 반찬통에 담긴다. 빨간 양념이 먹음직스러워 보여 몇 번 먹긴 했지만 결국 손이 가는 건 두부톳무침이었다. 톳에 어떻게 두부를 넣을 생각을 했을까. 밥이 없어도 자꾸만 집어 먹게 된다. 엄마는 톳반찬을 만들 때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반찬이라며 할머니 이야기를 하신다. 이제 나도 톳반찬을 보면 엄마 이야기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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