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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톳반찬

톳반찬 이야기

by 샤이니율

엄마가 톳반찬을 만들어주셨다. 이 톳반찬은 할머니가 엄마에게 해주셨던 아주 오래된 반찬이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반찬이셔서 엄마에게도 자주 만들어주셨는데 엄마도 같이 좋아하게 되셨다고 하셨다. 엄마는 톳반찬을 만들 때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드신다.




톳은 원래 좋아하지 않던 음식이었다. 아무 맛도 안 나고 비린 해조류가 왜 맛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역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미역쌈도 없어서 못 먹는다. 톳 반찬도 식당에서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톳은 원래 3~5월이 제철이라고 한다. 요즘 나오는 톳은 양식톳인데 추운 겨울까지도 먹을 수 있으니 좋다. 톳만 무쳐 먹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집에서는 할머니가 하시는 대로 꼭 두부와 함께 무친다. 꼬들한 톳과 부드러운 두부가 꽤나 잘 어울려서 엄마도 나도 좋아한다. 빨간 톳무침은 아빠를 위해 따로 조금 덜어내 만든다.


생톳은 원래 갈색이다.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치면 파랗게 먹음직스러운 색이 올라온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 후 볼에 담는다. 여기에 다진파와 마늘을 약간 넣고 국간장을 넣어 간을 해준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는 두 개의 볼에 나눠 담는다. 한쪽에는 고춧가루를 넣고 마무리하고, 다른 쪽에는 두부를 으깨 넣어준다. 엄마는 늘 하던 대로 두부를 도마에 올려놓고 칼옆으로 눌러가며 빠른 손놀림으로 촥촥 으깨신다. 순식간에 두부가 볼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깨소금을 둘러주면 완성이다. 고소한 참기름 향을 이기지 못하고 옆에서 한 입 먹어보았다. 두부가 고소한데 중간중간 꼬들한 톳이 씹혀 역시 맛있었다.


KakaoTalk_20231022_162156953-2.jpg 두부가 들어간 톳무침은 2인용, 고춧가루가 들어간 톳무침은 1인용!


빨간 톳무침은 아빠 전용으로, 하얀 두부톳무침은 나와 엄마 전용으로 각각 반찬통에 담긴다. 빨간 양념이 먹음직스러워 보여 몇 번 먹긴 했지만 결국 손이 가는 건 두부톳무침이었다. 톳에 어떻게 두부를 넣을 생각을 했을까. 밥이 없어도 자꾸만 집어 먹게 된다. 엄마는 톳반찬을 만들 때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반찬이라며 할머니 이야기를 하신다. 이제 나도 톳반찬을 보면 엄마 이야기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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