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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Oct 23. 2023

10월 시장에 가면

투박하지만 신선한 재료 구경하기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시장에 다녀왔다. 전날에만 해도 꼭 가야지 했는데 막상 아침이 되니 너무 추워서 가기 싫었다. 진심으로 '다음에 갈까'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후다닥 이불을 개고 옷을 입고 나섰다.



시장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겨우 일어난 내가 부끄러워질 만큼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삶이 무기력할 땐 시장에 가보라고 하더니 그 말이 공감이 되었다. 일요일 아침이라 시장 가는 길은 한산했는데 어디서 모인 건지 시장에만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이 시장 이름은 '새벽시장'이다. 새벽에 열리는 시장이라는 뜻인데 아침 해가 떠서야 왔으니 서둘러 시장을 둘러봐야 했다.


시장에 가면 꼭 사는 것들이 있다. 사과, 고구마, 표고버섯, 대파다. 그중에서 사과는 튼실하고 맛있어 꼭 시장에서 산다. 요즘은 부사가 나오는 시기다. 새콤달콤하고 아삭한 부사는 안 살 수 없다. 한 바구니에 만원이다. 인심이 후한 시장이지만 지금은 부사가 비싸서 덤을 못준다고 한다. 대신 상처가 난 사과 하나를 끼워주셨다. 사과 옆에 귤이 있어서 귤도 샀다. 제주도 귤이다. 여름에도 귤이 나왔지만 귤은 역시 추울 때 먹는 귤이 달고 맛있다. 마트에서 파는 것처럼 껍질이 매끈하지 않고 광도 나지 않지만 이런 귤이 맛있다는 걸 안다.


고구마는 시장을 다 보고 나오는 길에 급히 샀는데 유명한 고구마라고 한다. 집에 돌아와 먹으니 너무 맛있어서 어떤 고구마인지 물어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다음에 시장에 가면 물어봐야겠다. 표고버섯은 큰 바구니에 쌓여 있어 살 땐 몰랐는데 집에서 보니 알이 꽤 크고 단단한 버섯이었다. 향긋하고 묵직한 것이 마트에서 보던 버섯과 확실히 달랐다. 마트 버섯은 냉장고에서 일주일을 못 버티는데 이 버섯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파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투박해 보여도 맛있는 부사! 역시 맛있었다!
알알이 크고 단단한 시장표 표고버섯들, 향도 좋고 쫄깃하다.


10월 시장에는 가을 먹거리가 풍성했다. 무와 배추도 많이 나와있었고 밤도 보였다. 한동안 비싸서 잘 보이지 않았던 시금치도 가격이 내려 곳곳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가을,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제철 재료들이 나오니 좋다. 거기다 시장은 늘 생기가 있어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다음에도 시장에 가서 좋은 기운과 힘을 받아와야겠다. 그땐 날이 더 추워질 텐데 과연 갈 수 있을까.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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