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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04. 2023

햇살멍은 보너스

삼색 주먹밥 도시락 먹기

유튜브를 보다가 알고리즘에 의해 밀라논나님이 떴다. 밀라논나님은 본인을 늘 할머니라고 말하며 손녀에게 말하듯이 따스한 말을 해주는 인플루언서다. 이번에도 햇살 쬐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할머니는 아침마다 햇살을 쬐고 있어요. 여러분도 꼭 해보세요."라고 말해주셨다. 나갈 시간이 없다면 점심을 나가서 먹으라는 팁까지 알려주셨다. 그렇게라도 꼭 햇빛을 보라고 말이다.




저번주부터 주 2회 점심 도시락을 싸서 나가서 먹고 있다. 예전에 어디에선가 햇살을 쬐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듣고 잠깐이라도 햇빛을 보려고 도시락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그냥 집에서 먹으면 편한걸 도시락을 싸려니 사실 귀찮긴 하다. 하지만 몸에도 마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억지로라도 하고 있다. 이렇게 나간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나가보니 참 좋다. 기분이 전환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밀라논나님이 추천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래서 당분간 계속 다녀보려고 한다.


점심시간이 대부분은 도시락을 싸는데 쓴다. 가고 오는 시간도 계산해야 하니 먹는 건 거의 10분 컷이다. 짧은 식사 시간이지만 오늘도 고민하며 도시락을 쌌다. 김밥 재료가 남아있어 주먹밥으로 만들었다. 볶은 당근, 우엉조림, 묵은지에 삶은 계란을 추가했다. 삶은 계란을 추가한 이유는 밥 겉에 붙여 색을 내기 위해서다. 당근, 김가루와 함께 삼색으로 주먹밥을 만들 예정이다. 밥은 식초, 참기름, 소금으로 간을 하고 동그랗게 뭉쳐준 후, 우엉조림과 묵은지를 잘게 다져 밥 안에 넣는다. 밥이 완성되면 가루가 될 정도로 다진 계란(노른자만 사용), 당근, 김가루에 밥을 굴려가며 묻혀준다. 그릇에 담을 때도 색별로 한 줄씩 담으면 예쁘다.


경단같은 삼색주먹밥, 이동하면서 통이 흔들렸는지 밥이 해체되고 있다.

이번에 간 공원은 전보다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단풍이 제법 우거져서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났다. 적당한 벤치에 앉아 주먹밥을 꺼내 먹었다. 옆 벤치에 사람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당당하게 먹었다. 대신 빠르게. 밥을 다 먹고 단풍 구경을 했다. 단풍이 햇살에 비치니 알록달록하게 더 빛이 났다. 잠시 단풍멍을 때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도시락 나들이 시간은 길진 않다. 공원에 나만 있는 건 아니다 보니 밥도 빨리 먹게 된다. 그렇지만 도시락 통 뚜껑을 여는 순간이 설레고 햇빛을 받은 풍경이 예뻐 또 오고 싶어 진다. 다음엔 어떤 도시락을 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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