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Nov 03. 2023

구멍 난 일상 찾기

양말 꿰매어서 신기

여러 가지 일로 정신없이 며칠이 지나갈 때가 있다. 그땐 이것저것 신경 쓸 새 없이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밥도 대충 먹고 루틴도 빼먹는다. 그러다 몸이 아프거나 뭔가 이상이 생겨야 일을 멈추고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빨래를 며칠째 걷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겨우 빨래를 해놓긴 했는데 걷는 것이 귀찮아서 며칠 내버려 둔 것이다. 빨래를 하는 것도 힘들지만 개는 것은 더 힘들다. 상당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하나씩 모양에 따라 접고 각자의 공간에 다시 넣어줘야 하는데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얼른 해버리고 잊어버리자 싶어 바로 빨래를 갰다. 티셔츠와 바지는 자주 입으니까 행거에 걸고 배게커버는 접어서 서랍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양말의 짝을 찾아 포개가며 접었다. 그러다 구멍 난 양말을 발견했다.


발이 칼발이라서, 걸음걸이가 안 좋아서 양말에 구멍이 잘 나긴 하지만 막상 구멍 난 양말을 보니 속상했다. 이렇게 구멍이 날 때까지 왜 몰랐을까. 양말을 보고 있으니 구멍 난 일상을 보는 것 같았다. 잠시라도 시간을 내서 챙겼으면 구멍까지 나지 않았을 텐데 구멍 난지도 모르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을 걸 생각하니 아찔했다. 일상을 내버려진 걸 구멍 난 양말을 보고 깨달았다.


별로 해지지 않아서 버리긴 아깝고 구멍이 크진 않아서 꿰매보기로 했다. 서랍 깊숙이 넣어둔 바늘과 실을 찾아서 양말과 비슷한 색실을 바늘에 끼웠다. 양말 바느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바늘이 가는 대로 여러 번 감아가며 구멍을 연결했다. 다 꿰매고 뒤집어서 보니 한쪽이 살짝 찝혀서 모양이 이상했지만 신어보니 불편하진 않아서 그대로 개서 서랍 안에 넣었다.



저녁에는 바지를 걸다가 단추가 아슬아슬하게 달려 있는 것을 봤다. 바지 단추도 말썽이다. 조용히 바늘을 들고 앉아 단추도 다시 달아야겠다. 그리고 챙기지 못한 일상을 생각해 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아지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