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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02. 2023

나아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잘한 것이다

집에서 늦게 나서는 바람에 급하게 센터로 갔다. 신호등 앞에서는 신호가 바로 바뀌길 바라며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허겁지겁 센터에 도착하니 다른 분들은 이미 도착해서 바렐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아, 오늘은 바렐운동을 하는구나.


 



바렐운동은 힘들어하는 운동 중 하나다. 작은 운동기구에서 뭐 그렇게 힘든 운동을 할까 싶지만 다리 한쪽만 올려놔도 쥐가 날 정도로 힘들다. 내가 바렐에 올라가자마자 레슨이 시작되었다. 바렐에 기대어 이리저리 몸을 비틀기도 하고 팔과 다리도 구부리고 뻗으면서 운동을 했다. 그리고 바렐 사다리에 두 발을 올리고 무릎은 구부린 채로 상체를 바닥과 평행선이 되도록 올려준다. 다시 내려갔다가 이번에는 허리를 더 굽혀서 상체를 더 올려준다. 두 팔은 최대한 몸에 바짝 당기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주면서 상체를 들어 올린다. 한두 번은 할만해서 나도 이제 찐 운동인이 된 건가 싶었는데 금세 힘이 달려서 레슨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혼자 바렐에 붙어서 일어나지 못하고 물고기처럼 파닥거렸다.


이번에는 뒤집어서 누운 상태로 바렐에 기댔다. 상체를 반대로 펴주기 위한 동작이다. 엎드려서 구부리는 건 나의 원래 구부정한 자세 때문에 수월하게 하지만 누워서 반대로 구부리는 건 평소 안하던 자세이다보니 거의 따라 하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몸에 고통이 몰려왔다. 상체의 반도 내려가지 못했는데 더 이상 못 내려가겠다고 버텼다. 두 손으로 머리를 받쳐봐도 그대로였다. 원장님이 와서 상체를 꾹 눌러주셨다. 곡소리가 날 정도로 힘들었다.



엎드린 상태에선 상체를 몇 번 들어 올리지 못했고 누워서는 반도 구부리지 못했다. 좌절하며 남은 동작들을 마무리하는데 원장님이 '잘하지 않았더라도, 더 범위를 넓히지 못했더라도 조금씩 나아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잘한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다. 오늘 어제보다 1만큼이라도 나아졌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미미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은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 변화가 당장 느껴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언젠가 강도 높은 운동도 수월하게 해내는 나를 상상하며 견뎌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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