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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05. 2023

함께 할 동지가 있다는 건

계속할 힘이 된다

오늘은 볼일을 보고 레슨을 받으러 가야 해서 마음이 급했다. 여유 있게 나왔지만 혹시 늦을까 봐 서둘러 일을 끝냈다. 다행히 제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곧 레슨시간인데 수강생은 한 분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더 오실까 했지만 아무도 오시지 않았고 레슨이 그대로 시작됐다.




그룹수업이지만 가끔 수강생분들이 거의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개인레슨처럼 더 케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밀착 케어를 받는다는 건 동작이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꼼수를 부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수강생이 없을 땐 조금 더 강도 높은 동작을 한다. 레슨 시작 전부터 두려움이 밀려왔다.


리포머 옆에 서서 다리 운동을 했다. 한쪽 다리는 구부리면서 다른 쪽 다리는 뒤로 뻗어 굽어있는 다리 뒷근육을 펴준다. 몇 번 해봤던 동작이라 수월하게 했다. 다음은 상체도 앞으로 펴주면서 몸 전체가 바닥과 일직선이 되도록 해준다. 더 강도를 높여 들고 있는 다리를 천장 쪽으로 굽혀준다. 그냥 뻗어 있기도 힘든데 다리를 구부리라니.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 동작을 할 수 없었다. 지지하고 있는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가야 올라가 있는 다리를 구부릴 수 있을 텐데 버티느라 힘을 다 써서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끙끙대고 있으니 옆에 있는 수강생분도 힘들어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분은 내가 레슨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신 실력자이다. 기본 동작은 물론 웬만한 동작은 척척 해내신다. 그런데 이분이 힘들어하시면 '아, 이 동작은 진짜 힘든 동작이 맞는구나.'라고 알게 된다. 이분도 어려워하는 동작이니 힘든 건 당연한 거라며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힘듦을 같이 나누니 동지애도 생겼다.



오늘따라 고난도 동작을 많이 해서일까 유독 힘이 들어 곡소리가 많이 났다. 레슨이 끝나고 자리를 정리하면서 멋쩍게 같이 웃었다. 서로의 힘든 모습을 공유했으니 어색함은 사라지고 조금 친밀해진 것 같다. 레슨은 여전히 힘들고 어렵지만 웃으며 레슨을 함께 할 수 있는 분이 있으니 견디게 된다. "다음 레슨 때 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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