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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할 동지가 있다는 건

계속할 힘이 된다

by 샤이니율

오늘은 볼일을 보고 레슨을 받으러 가야 해서 마음이 급했다. 여유 있게 나왔지만 혹시 늦을까 봐 서둘러 일을 끝냈다. 다행히 제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곧 레슨시간인데 수강생은 한 분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더 오실까 했지만 아무도 오시지 않았고 레슨이 그대로 시작됐다.




그룹수업이지만 가끔 수강생분들이 거의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개인레슨처럼 더 케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밀착 케어를 받는다는 건 동작이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꼼수를 부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수강생이 없을 땐 조금 더 강도 높은 동작을 한다. 레슨 시작 전부터 두려움이 밀려왔다.


리포머 옆에 서서 다리 운동을 했다. 한쪽 다리는 구부리면서 다른 쪽 다리는 뒤로 뻗어 굽어있는 다리 뒷근육을 펴준다. 몇 번 해봤던 동작이라 수월하게 했다. 다음은 상체도 앞으로 펴주면서 몸 전체가 바닥과 일직선이 되도록 해준다. 더 강도를 높여 들고 있는 다리를 천장 쪽으로 굽혀준다. 그냥 뻗어 있기도 힘든데 다리를 구부리라니.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 동작을 할 수 없었다. 지지하고 있는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가야 올라가 있는 다리를 구부릴 수 있을 텐데 버티느라 힘을 다 써서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끙끙대고 있으니 옆에 있는 수강생분도 힘들어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분은 내가 레슨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신 실력자이다. 기본 동작은 물론 웬만한 동작은 척척 해내신다. 그런데 이분이 힘들어하시면 '아, 이 동작은 진짜 힘든 동작이 맞는구나.'라고 알게 된다. 이분도 어려워하는 동작이니 힘든 건 당연한 거라며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힘듦을 같이 나누니 동지애도 생겼다.


브런치_운동_31화.jpg


오늘따라 고난도 동작을 많이 해서일까 유독 힘이 들어 곡소리가 많이 났다. 레슨이 끝나고 자리를 정리하면서 멋쩍게 같이 웃었다. 서로의 힘든 모습을 공유했으니 어색함은 사라지고 조금 친밀해진 것 같다. 레슨은 여전히 힘들고 어렵지만 웃으며 레슨을 함께 할 수 있는 분이 있으니 견디게 된다. "다음 레슨 때 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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